북한이 29일 또다시 미사일 도발을 강행했다. 지난 26일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 올린지 3일만의 일. 정부와 여야는 한 목소리로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나섰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고 청와대와 정부의 외교안보라인도 비교적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 29일 서울역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보고 있는 시민들.<사진제공=뉴시스>

외교부는 이날 정부 공식 성명을 통해 “정부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연이은 전략 도발에 대해 신규 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해 국제사회의 엄중한 메시지를 발신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한데 대해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외교부는 “북한 정권은 비핵화만이 자신의 안보와 경제발전을 보장하는 진정한 길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무모한 도발 대신 조속히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며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지속한다면 우리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강력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정부는 북한의 어떤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한 치의 흔들림없이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백혜련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일본 상공을 통과한 미사일은 동북아 평화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며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돌파구를 찾기위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는 것이라면 이는 반드시 실패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 대변인은 “떼쓴다고 밥을 먹여 주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북한이 계속 그렇게 한다면 제재와 고립만이 뒤따를 뿐”이라며 “북한 스스로 밥상을 걷어차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북한은 고강도 제제와 압박을 벗어나는 유일한 탈출구는 대화라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미국과 문재인 정부가 평화와 대화를 말하고 있는 이 때, 북한이 오늘 새벽 동해안 상공으로 또 한차례 탄도미사일로 국제사회를 향해 도발을 벌였다”며 “마치 우는 아이 달래니 더 크게 우는 꼴”이라고 논평했다.

최 대변인은 “국제사회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북한의 무모하고 야비한 미사일 도발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우는 아이 젖 준다’고 하지만 더 많이 운다고 더 많이 젖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지금 북한의 유일한 활로는 모든 무기를 손에서 내려놓고 대화의 길로 걸어나오는 것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맥마스터 “트럼프 대통령, 문 대통령 대북정책 전폭 지지”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미국의 ‘외교적 해결’ 발언에도 아랑곳 없이 끊임없는 도발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을 강력 규탄한다. 도발의 끝은 고립과 자멸 뿐”이라며 “함께 살아가야 할 한반도의 안전을 더 이상 위협하지 말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대응이라며 예상보다 약한 도발에 안일한 반응을 보이던 정부를 신뢰해도 되는 것인가? 국가는 대통령의 말로만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며 “엄중한 안보상황 속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는 ‘전쟁은 없다’는 원칙적인 메시지만을 되풀이하기 보다는 주변국들과의 발빠른 공조와 신뢰 구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정부를 향한 비판은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 더욱 거셌다.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면서 “노골적인 북한의 ‘문재인 패싱’ ‘코리아 패싱’ 상황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공허한 ‘운전자론’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대변인은 “지난 26일 북한의 발사체에 대해 미·일·러 모두 ‘탄도미사일’이라고 발표했지만, 우리 정부만 ‘방사포’라고 발표했다가 다음날 다시 ‘탄도미사일’이라며 입장을 번복했다”며 “정부가 의도적으로 북한의 발사체 성격을 유엔제재대상이 아닌 방사포로 서둘러 발표해 북한을 국제사회의 규탄과 제재로부터 막아주려고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 문재인 대통령(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철저한 대응의지를 나타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브리핑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날 오전 7시 정의용 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NSC 상임위를 열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상임위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북한의 도발이 대단히 엄중하다고 평가하고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 강화된 경계 태세를 유지토록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정의용 실장으로부터 이 내용을 보고받고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공군은 오전 9시 30분쯤 F-15K 전투기 4대를 동원해 폭탄투하 훈련을 실시했다.

정의용 실장은 NSC 후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통화에서 한미 양국의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윤 수석은 “맥마스터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과 한국정부의 북한 도발 대응 조치에 대해 전폭 지지한다’고 전했다”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조는 흔들림 없다. 안심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통화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대화 제의를 했음에도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사실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양국 장관은 보다 강력한 대북 제재 방안을 강구키로 하고 이번 미사일 도발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 논의키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