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만기출소한 가운데 한 전 총리를 옹호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발언을 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야 3당이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 23일 오전 출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사진제공=뉴시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23일 ‘한명숙과 민주당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는 제하의 논평을 통해 “사법부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징역형을 받은 한 전 총리에 대해선 정치 탄압이라고 반발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앞장서 중형을 외치는 민주당의 이중적 태도에 경악을 금할 길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근혜는 당연하고 한명숙은 억울하다는 식의 논리는 ‘아전인수’, ‘내로남불’로 상징되는 이 정부와 판박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변인이 지적한 것은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었다. 복수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우 원내대표는 이날 새벽 의정부교도소를 찾아 한 전 총리를 맞이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진실이 밝혀지는 날이 빨리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효상 대변인은 “한 민주당 소속 의원은 ‘정의롭지 못한 사법은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라며 사법부 개혁까지 거론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추미애 대표의 발언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뉴시스>에 따르면 추 대표는 22일 광주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한 뒤 기자들과 만나 “그 분(한 전 총리)이 진실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소도 잘못됐고 재판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한 전 총리 기소에 대해서는 “사법개혁이 필요한, 얼만큼 필요한지를 말하는 것”이라며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의 폐단과 사법 부정에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지금도 사실 굉장히 지내기 고통스러워 안타까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 대표의 발언과 관련, 김태흠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기들이 정권만 잡으면 유죄가 무죄가 되고 정당한 옥살이가 억울한 옥살이가 되는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박지원 “DJ ‘한 전 총리는 가족이잖아’” 일화 소개

자유한국당에 비해 날은 덜 섰지만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연세 든 정치인이 정치 과정에 어떤 일로 2년 복역하고 나온 것은 위로한다”면서도 “여당 지도부 언행과 관련해서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전직 총리까지 한 사람이 죄가 없는데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것인가. 만약 민주당의 말이 사실이라면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사실을 밝혀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여당 지도부가 3권 분립 체제 하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부정하는 웃지 못할 일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 김태흠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추 대표의 발언과 관련,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과거 정부의 사법부 판결까지 부정하는 것은 자기들만 선(善)이고 옳다는 이분법적 사고의 전형이자 우리가 그토록 배격하고자 하는 구악 중의 구악”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 한명숙 전 총리를 맞이하러 의정부 교도소를 찾은 것을 두고도 비난의 화살을 쐈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새벽에 뇌물수수로 복역하다 출소한 한명숙 전 총리를 맞으러 민주당 지도부가 새벽에 우르르 몰려갔다”며 “마치 영화에서 본 범죄조직 우두머리가 출소할 때 그 수하가 떼를 지어 가서 맞이하는 장면이 연상된 건 저 뿐만이 아닐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강효상 대변인도 논평에서 “불법자금을 받아 구속됐던 전(前) 대표를 독립투사 모시듯 영접하러 나간 것”이라고 비꼬았다.

강 대변인은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반성은커녕 오히려 자신이 정치적 박해를 받는 양, ‘억울한 옥살이’라 칭했다. 지난 대선이 끝나고 정권이 바뀌자 옥중편지를 통해 '가시밭길' 운운하며 사법부 판단에 불복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며 “모름지기 사람이라면 염치는 있어야 한다. 전직 총리까지 지낸 인사의 낯뜨거운 모습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주장했다.

반면, 추미애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인고의 세월을 묵묵히 견뎌내고 가족 품으로 돌아오신 것을 위로 드리고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그분의 진실과 양심을 믿기에 우리들은 매우 안타까웠다. 안 계시는 동안 늘 여유롭고 화사한 미소가 그리웠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여성계의 대모로서 한국정치의 중심으로 한결같은 역할을 해 주시리라 믿는다”며 “빠른 시일에 건강도 회복하시고, 조민간 우리들도 찾아 뵙고 다시 한 번 소회를 나누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 페이스북 캡쳐>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한 전 총리는 부군과 함께 민주화운동, 특히 여성운동의 선구자”라고 높이 평가하면서 “출소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박 전 대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 사이의 일화를 하나 소개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DJ는 그를 국회의원으로, 환경부 장관으로 정계에 발탁했으며 대통령 퇴임 후 누구의 저서 서문 요청도 사양하셨지만 한 전 총리의 저서 서문을 저를 통해서 부탁하시자 ‘한 전 총리는 가족이잖아’ 하시며 쾌히 응락하시던 모습이 선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