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인 1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5일 “국민들에게 역사교육을 엄청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국정’교과서가 아니라, 우리가 가치 있게 여겨야 할 독립운동사의 면면들,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정신 등에서”라며 “등장인물 중에서 일반인에게 생소한 인물들이 적지 않고요”라고 촌평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여러 역사적 사실들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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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국민주권은 우리가 처음 사용한 말이 아니”라며 “100년 전 1917년 7월 독립운동가 14인이 상해에서 발표한 ‘대동단결 선언’”이 시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세우려는 선대들의 염원은 100년의 시간을 이어왔고, 드디어 촛불을 든 국민들의 실천이 되었다”고 ‘촛불혁명’을 언급했다. 

또 반토막 난 경북 안동 임청각의 뼈 아픈 역사도 짚었다. 문 대통령은 “임청각은 일제강점기 전 가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망명하여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무장 독립운동의 토대를 만든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라며 “무려 아홉 분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산실이고, 대한민국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제는 보복으로 임청각을 관통하도록 철도를 놨고 오늘날 임청각은 반토막 난 모습 그대로이며 이상룡 선생의 손자, 손녀는 해방 후 대한민국에서 고아원 생활을 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2016년 5월27일 임청각을 방문해 이상룡 선생의 후손과 광복회원들을 만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것이 일제와 친일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한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현재도 계속되는 역사적 현실을 지적했다. 

▲ 2016년 5월27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경북 안동 임청각에 방문해 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후손 및 광복회원들에게 위로 및 감사를 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문재인 의원실 제공/ 뉴시스>

문 대통령은 또 5명의 독립운동가를 호명했다. “의열단원이며 몽골의 전염병을 근절시킨 의사 이태준 선생, 간도참변 취재 중 실종된 동아일보 기자 장덕준 선생, 무장독립단체 서로군정서에서 활약한 독립군의 어머니 남자현 여사, 과학으로 민족의 힘을 키우고자 했던 과학자 김용관 선생, 독립군 결사대 단원이었던 영화감독 나운규 선생, 우리에게는 너무도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축사에 앞서 독립유공자에 대한 정부 포상이 진행됐는데 영상을 통해 애국지사들의 행적이 소개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포상 대상 128명 중 5명에 대해 건국훈장 애족장과 건국포장, 대통령 표창을 수여했다. 

1933년 항일운동 조직에서 활동하다 고문 후유증으로 순국한 윤구용 애국지사의 손자 윤상근씨, 1907년 경기도 여주에서 의병 탄압에 앞장 선 일본 순사 처단활동에 참여하다 체포돼 징역 7년 받은 고 지용봉 애국지사의 손자 지순식씨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했다. 

또 1919년 함남 함흥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체포돼 징역 10월을 받은 고 황인석 애국지사의 손자 황규헌씨에게 건국포장을, 1930년 서울에서 이화여자고등보통학교 재학 중 광주학생운동을 지지하는 시위를 주도하다 체포돼 징역 6월을 받은 고 최윤숙 애국지사의 손부 방성진씨에게 대통령 표창을, 1919년 충남 공주에서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하다 체포된 고 조재형 애국지사의 손자 조준희씨에게 대통령 표창을 수여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故 지용봉 독립유공자의 손자 지순식 씨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자리배치에도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양쪽에는 박유철 광복회장과 길원옥 위안부피해자 할머니가 자리했다.

이외 맨 앞줄에는 광복군동지회장, 독립유공자협회장, 순국선열유족회장, 서상교 애국지사, 이용수 위안부피해자 할머니, 이인우·최장섭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대째 독립운동을 해온 독립운동가 오희옥 애국지사 등이 앉았다.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문재인(왼쪽부터)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이용수, 길원옥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이인우, 최장섭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사진제공=뉴시스>

한인섭 교수는 문 대통령의 여러 언급들 중 ‘1917년 대동단결선언’은 “올해가 그 100주년 기념이어서 의미가 더 크다”고 말을 보탰다. 

한 교수는 “1917년은 윤동주, 장준하, 박정희가 태어난 해”라며 “박근혜가 집권 중이었다면 박정희 100주년 현창사업을 둘러싼 찬반 갈등으로 난리도 아니었을 텐데 역사의 엄정함이, 박정희가 아니라 윤동주‧장준하의 100주년을 뜻있게 기념하는 해가 되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동단결선언’의 의미에 대해 “우리 역사의 신기원을 여는 문서”라면서 “왕조시대의 과거와 결별하고, 국민주권의 신시대를 여는 첫 문서이고, 대한민국 건국과 해외임시정부의 신사고를 여는 첫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그로부터 2년 뒤 주권자의 존재가 온 나라와 세계에 드러났다. 3.1혁명이 그것”이라며 “일본, 러시아, 한국, 중국, 미주 등 전세계 한인들이 3달간 궐기한 끝에, 그 국민을 주인으로 한 새 나라, 그게 대한민국이었던 것”이라고 역사를 되짚었다. 

한 교수는 “대한민국이란 단어는 1917년 조소앙 선생의 작품이었다”며 “1919년 4월에 헌법초안을 만들어 상해로 갔고, 그것을 기초로 하여 ‘대한민국’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탄생은 어느 한 시점(point)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process)였다”면서 “1917-1919-1945-1948-1987-2017 이렇게 이어진다”고 바통처럼 이어지는 역사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우리 국민 전체인 것이다, 각자 제 위치에서, 제 시기에, 자기 몫을 잘해내고, 다음 세대에 바통을 힘 있게 이어주면 된다”며 “대한독립 만세!!!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쳤다.

촌철살인 트윗으로 유명한 ‘김빙삼’(金氷三‏ @PresidentVSKim)씨는 “광복절을 맞아서 다른 건 몰라도 기본 과목으로 ‘독립운동사’는 꼭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싶은 소망이 있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