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대표의 출마선언으로 ‘용광로’처럼 끓고있는 차기 국민의당 당권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천정배‧정동영 의원은 안 전 대표가 대선패배의 책임을 져야한다며 몰아붙이는 모습이고 안 전 대표도 자신을 향한 불출마 요구에 적극 맞서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 7일 서울 노원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국민의당 노원구 시‧구의원 및 당원과의 만찬에 참석한 안철수 전 대표.<사진제공=뉴시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7일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식당에서 노원구 시‧구의원 및 당원들과 만나기 전 기자들에게 “지금 그만두라는 말은 정계은퇴를 하라는 말과 같다”며 “그것은 우리 당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날 당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당이 없어질 위기에 처해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출마를 결심했다”며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지금의 낮은 지지율로 연말까지 가면 좋은 인재들을 구하지 못하고 지방선거를 거치며 (국민의당이)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시바삐 지지율을 올리고 국민들의 관심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고 더 이상 늦추면 안 될 절체절명의 순간이라고 판단한다”며 “다행히 지난주 저의 출마선언을 기점으로 많은 국민들이 (국민의당에) 관심을 보이고 지지율도 올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안 전 대표의 경쟁자인 천정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을 살리자는데 정계은퇴 협박이 웬 말입니까?라며 ”대선 패배로 당의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의 출마 철회야 말로 위기 극복의 시작이다. 당원 분들의 절박한 요구를 왜곡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천 의원은 이날 오전 국민의당 전남도당에서 열린 ‘제 3차 여성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지난 대선에서 실패에 책임을 지고 당대표가 사퇴를 해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더 큰 책임이 있는 후보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나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그런 방식은 당 재산 목록 1호라는 안철수의 가치도 죽이고, 당도 죽이고, 나라의 앞날에도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천 의원은 “선거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원하는 것과 반대의 행동을 하는 몰상식한 행위를 하는 대통령 후보를 가진 정당, 또 그런 분이 당대표로 있는 정당에 국민들이 믿고 표를 주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동영 의원은 6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당이 사는 길은 사당화의 길을 버리고 공당화의 길을 가는 데 있다”며 “국민의당은 지난 1년 반 사당화의 그림자가 지배했다. 당 건설은 지체되었고,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조작사건도 그런 배경 속에 발생했다. 창당 후 1년 반 가운데 12개월을 비상대책위원회로 지내온 것이 단적인 증거”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고 아무 때나 출마할 수 있고 당선될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사당화의 명백한 증거가 될 것”이라며 “다시 사당화의 길을 가는데 지지를 보낼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사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당권주자들이 ‘견제’ 차원에서 공방을 주고받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소속 의원 사이에서도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두고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이에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자칫 내홍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경계하는 듯한 목소리가 나온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7일 오전 비대위회의에서 “애당, 충정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고언이라는 측면도 있다만 오히려 과유불급이라고 본인이 처한 당직자로서의 입장과 분수를 넘어서 개인적인 의견을 가감 없이, 여과 없이 공개하는 것은 이 당에 대해서 결코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당직자들의 ‘입단속’에 나섰다.

박 비대위원장은 “당원이 결정해야 할 사항을 몇몇 사람이 큰 소리로 공개적으로 발언해 결정하려는 것은 우리 당이 지향하려는 새정치가 아니고 국민의 뜻에 맞는 정당운영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당직자들이 각자의 분수에 맞는 역할과 공정한 당무집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줌으로서 당의 위기적 상황을 타개하는데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전당대회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우리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이지, 우리의 지도자를 죽이는 선거는 아니다”며 “이번 전당대회의 시대정신은 우리당의 정치적 베이스이자 자산인 호남을 지키면서 전국정당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길을 찾고, 당의 소중한 가치인 햇볕정책의 계승 및 발전을 모색하는 장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 7일 국민의당 전남도당에서 열린 제 3차 여성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천정배 의원.<사진제공=뉴시스>

한편, 국민의당은 당 대표 선거에서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결선투표제’를 실시하기로 이날 의결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결선투표제는 선거결과에 대해 정통성과 대표성을 확보할 수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동영‧천정배 의원은 굳이 ‘반안’의 기치를 들고 ‘단일화 협상’을 하지 않더라도 1차투표에서 안 전 대표의 과반득표만 저지한다면 승산을 걸어볼만 하다는 시각들이 나타난다.

이와 관련, 안 전 대표 측 의사로 분류되는 문병호 전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동영‧천정배 두 분이 단합하면 안 전 대표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18대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네 분이 경선할 때에도 결선투표가 도입됐는데 문재인 후보가 1차 투표에서 50% 이상을 얻었고, 지지세력이 결집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