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31일 발표했다. 대선당시 당 공명선거추진단장 수석부단장이었던 김성호 전 의원과 부단장이었던 김인원 변호사가 불구속 기소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이유미 씨 단독범행’을 주장했던 국민의당 자체조사와 다른 결과라고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이번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 나서면서도 자체조사 결과와 검찰의 발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 31일 국회에서 제보조작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 나선 국민의당.<사진제공=뉴시스>

박완주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총 5명의 핵심피의자들이 국민의당 대선의혹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기소처분을 받았다. 특히 공명선거추진단을 이끌었던 핵심관계자들이 포함됨에 따라, ‘이유미 씨의 단독범행’이라는 국민의당 자체 조사결과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더욱 더 명백해졌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국민의당은 대선기간 당내에서 이루어진 조직적인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꼬리 자르기식 부실 자체조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향후 재판과정에서 기소 처분된 5명에 대한 혐의 사실을 비롯해 국민의당 대선의혹 제보조작 사건의 모든 진실이 낱낱이 밝혀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 브리핑에서 “검찰은 이번 사건 피고인들에 대해 죄질에 상응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며 “부족한 수사내용은 향후 재판과정에서 명백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현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당 조사결과는 이유미 씨 단독범행이라고 결과 발표하셨다. 검찰조사 결과와 다른 것이 없다고 하시지 말고 진심어린 사과부터 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민희 전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머리는 봐주고 꼬리자르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강정석)는 이날 국민의당 제보조작사건의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성호 전 의원과 김인원 변호사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미 기소된 이유미 씨와 이 씨의 동생,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 이어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인물은 총 5명이 됐다.

이날 <뉴시스>에 따르면 검찰은 이 씨와 그의 남동생이 녹취 파일을 조작한 사실 뿐만 아니라 이 전 최고위원과 김 전 의원, 김 변호사 등이 제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발표한 것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차 기자회견 이후 제보의 신빙성이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추진단이 2일 후 2차 기자회견을 강행한 것은 범죄혐의가 충분하다고 봤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당 지도부 등 윗선 개입 여부에 관해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용주 의원에 대해서는 “당시 공명선거추진단장 자리에서 사실상 사임한 상태였다”며 “사건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고 허위 제보임을 인식한 채 공표되도록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박지원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서도 “관련성을 조사했으나 제보 자료의 검증 또는 당의 기자회견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의 조직적 개입 의혹을 말끔히 배제...무척 다행스럽다”

이같은 수사결과가 나오자 국민의당은 한껏 자세를 낮췄다. 이날 국민의당은 국회에서 비대위‧국회의원 연석회의를 마치고 대국민사과에 나섰다. 박주선 비대위원장과 김동철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박지원 전 대표 등이 고개를 숙인 가운데 안철수 전 대표도 이날 사과에 동참했다.

▲ 제보조작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 김성호 전 공명선거추진단 수석부단장, 김인원 전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당은 사과문을 통해 “한 당원의 불법행위와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잘못이 결코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일임을 처저하게 반성하고 있으며 당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 국민 앞에 다시 서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작은 제보도 명확하게 검증하는 기구를 신설하는 등 혁신적으로 당의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 관련자에 대해서는 당헌당규에 따라 문책에 착수하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창당초심으로 돌아가 더욱 정진할 것이며, 다음달 27일 전당대회도 당을 한층 혁신하는 계기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당은 검찰수사 결과가 당내 자체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자평하는 모습이다. 이는 “부실자체 조사”라는 민주당 측의 비판과 사뭇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날 사과문에서 국민의당은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당 지도부가 제보조작에 관여하거나 사전에 알고있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는 당 진상조사위원회가 이미 발표한 내용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했던 당의 조직적 개입 의혹을 말끔히 배제한 것이어서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이 사건에 대해 검찰에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수사협력을 해야한다는 차원에서 진상조사위를 출범시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없이, 관련된 모든 당직자를 철저히 진상조사했다”며 “저희당이 진상조사로서 밝혔던 사실관계와 오늘 검찰이 밝힌 사실관계는 한치도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김성호 전 의원, 김인원 변호사가 기소된 데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진상을 밝히고 공표했지만 밝혀진 진상에 대해 법률을 적용하고 법률적인 평가를 할 위치나 권한이 없기 때문에 오로지 그것은 검찰의 몫이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들에 대한 유, 무죄는 법원의 공정하고 엄정한 재판절차에 의해서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수사 결과에서도 제가 검증 또는 기자회견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시 당 대표,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거듭 국민여러분과 당원동지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재판 과정을 주시하면서 당의 단합과 발전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열중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 <사진=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 페이스북 캡쳐>

아울러 박 전 대표는 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서면, 전화, 소환조사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저의 문자폭탄수신용 전화를 보관하고 있는 비서관이 서면조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바른정당은 이날 이종철 대변인의 구두 논평을 통해 문준용 씨 관련 의혹과 이번 사건을 함께 조사하자는 이른바 ‘쌍끌이 특검’을 주장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이 대변인은 “향후 특검 수사를 통해 두 사건의 진상이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제보조작 사건과 문준용씨 취업특혜 의혹에 대한 특검실시를 논의하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