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함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1, 2심 판결 선고에 대한 TV 생중계가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자유한국당에서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당과 정의당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대법원의 판단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 <사진=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캡쳐>

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렸던 윤상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탄핵을 받았고 지금은 자연인 신분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선고를 앞두고 갑자기 TV 생중계를 결정한 것은 국민인권에 대한 국가의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 정신을 부정하고 인민재판으로 몰아가자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이제는 갈등을 치유하고 분열을 통합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역시 ‘친박’으로 분류되는 정갑윤 의원은 “시기가 참으로 절묘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적용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느낌 밖에 들지 않는다”며 “이미 여론탄핵으로 파면을 당하고, 신체구속으로 인권마저 짓밟힌 전 대통령을 또 다시 인민재판으로 몰아넣는 것은 보수를 불태우겠다던 현 정권의 발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상당수 법조계는 재판생중계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한다. 피고인 방어권과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생중계는 여론재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재판이 생중계된다면 법관의 양심에 따른, 있는 그대로의 민낯재판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이에 앞서 대법원은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날 열린 대법관회의에서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장의 허가로 제 1, 2심 주요사건의 판결 선고에 대한 재판중계방송이 가능해졌다.

주요사건으로서 피고인의 동의가 없는 경우에는 재판 중계방송을 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 아울러 “재판장은 중계방송으로 소송관계인의 변론권‧방어권 기타권리의 보호, 법정 질서유지 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촬영시간‧방법을 제한하거나 방송허가에 조건을 부가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정의당 “생뚱맞게 사생활과 인권을 운운하는 보수야당의 본질 흐리기”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미 우리 헌법 109조에서는 재판공개를 원칙으로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음도 녹화도 되지 않았다”며 “갑자기 원칙을 바꾼다. 손쉽게 규칙을 개정해 법치를 정의가 앞서면 안되는데 알 권리와 인권의 비례성 원칙을 고민해 봤을까?”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어차피 공개재판인데 굳이 선고시 생중계 하겠다는 것은 재판부에 대한 무언의 압력과 여론 재판을 하겠다는 그런 의도가 아닌가 판단됩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 라고 설명하는데 그건 잘못된 설명입니다. 알 권리가 아니고 볼 권리”라는 글을 올렸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홍 대표는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좀 잔인하다”며 “이미 자기들이 쫓아내고, 집권하고, 자기들 할 거 다 했는데 이제 또 시체에 칼질하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6일 YTN에 출연해 “(홍 대표가) 시체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그것도 막말”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엄연히 살아있고 건강상 이런 저런 보도가 나왔습니다만 건강상 문제가 없다는 것도 증명이 돼 있다”고 지적했다.

▲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박 최고위원은 “지금 국정농단 재판이 수사가 오랫동안 있었고 특검도 했었고 탄핵심판 과정도 헌법재판소에서 오랫동안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급작스러운 이러한 대통령 궐위로 인한 대선이 치러진 것이 처음이다. 그만큼 중요한, 정말 세계적인 재판”이라며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또 진실과 정의를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대법원의 결정은) 지극히 당연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의 백혜련 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내고 “자유한국당은 이번 대법원 규칙 개정이 마치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때문에 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규칙 개정은 대법원이 지난 2012년 2월부터 추진한 것으로 2013년 3월부터는 대법원 상고심의 생중계를 허용했고 이번에 이를 1, 2심 하급심까지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대변인은 “재판 전 과정을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 판결 선고만을 공개하는 것인데도 자유한국당이 여론재판, 인민재판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며 “선고는 재판의 제일 마지막 단계로 선고 공개와 공정성 침해와는 하등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박 전 대통령 비호를 위해 억지 부리는 일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이 국정농단 사건에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느낀다면,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먼저 해야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상식적이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하며 “일각에서 이번 대법원 결정을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선고 중계와 연결 지으며 반발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최 대변인은 “이번 규칙개정결정은 대법이 숙고한 결과로써 박 전 대통령과 상관없이 존중해야 한다”며 “국정농단 재판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이자 당사자는 바로 국민이다. 당사자에게 겨우 재판 ‘선고’만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권리를 제약하는 것이다. 그 일부조차 공개할 수 없다며, 생뚱맞게 사생활과 인권을 운운하는 보수야당의 본질 흐리기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