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웃으며 ‘엄지 척’ 포즈를 취한 사진 한 장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평소 같으면 별 문제 없었을 사진이지만 장소가 다름 아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故 김군자 할머니 빈소였기 때문. 이에 온라인 상에서는 두 의원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고 이에 두 의원은 비교적 빠르게 공식 사과에 나섰다.

▲ <사진=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쳐>

송영길 의원은 25일 오후 페이스북에 “위안부를 포함한 일제 강점기 만행에 분노하고 고 김군자 할머니의 명복을 기리는 모든 분들께 큰 상처를 드렸다”고 고개를 숙였다.

송 의원은 “저 역시 일제 강점기의 만행과 친일파들의 반민족적인 행위에 여전히 분노하고 있으며,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법률’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적극 참여해 왜곡된 역사와 민족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고자 노력해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때문에 어제 빈소를 찾아주신 시민들께서 8월 15일에는 할머님들께서 사시는 나눔에 집에 함께 가자고 먼저 제안해주시고 바로 그 자리에서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셔서 빈소라는 점을 잠시 망각하고 기쁜 마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송 의원은 “아직도 일제 만행의 피해자분들이 제대로 사과받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일본이 소녀상 문제 등 역사를 덮기에 급급한데, 정치인으로서 일제 강점기 청산과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갈 것을 고민해야 할 때 잠깐의 감정에 취했던 저의 부족함에 다시 한 번 고개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 김군자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상심하고 계신 많은 시민 여러분,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물심양면 애써주신 국민 여러분,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하면서 “역사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누구보다 앞장서는 것으로 지금의 빚을 갚아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손혜원 의원은 이날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고 “10시가 넘어 자리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그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송영길 의원과 남아계신 분들과 함께 모여 사진을 찍었다”며 “평소에 뵙고 싶었던 분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장례식장의 추모 분위기에 맞지 않은 엄지척 제스처를 취한 점은 경솔했다”고 반성했다.

손 의원은 “자리를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에서 긴장하지 못했다. 사과드린다. 제 잘못이다”이라며 “저 때문에 뜻하지 않게 구설수에 오른 송영길 의원과 시민들께도 사과드린다. 부디 이분들의 의미있는 참여까지 폄하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손 의원은 “김군자 할머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 그리고 빈소가 쓸쓸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23일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며 “페이스북에 많은 분들의 참여 댓글이 달렸습니다. 안산에서 일하는 버스기사분도 근무 후 먼 걸음 달려오셨고, 저녁 시간 문상이 어렵다며 출근길에, 그리고 낮에 다녀가셨다는 분도 계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페이스북 공지를 보고 100여 명이 넘는 분들이 오시고 또 늦게까지 자리를 지켜주셨다. 조문은 직접 장례식장에 방문해서 조의금을 내고 고인의 넋을 기리는 일이라 쉽게 오기 어려운 일”이라며 “따뜻한 마음으로 용기를 내서 와주신 분들이 너무 감사했다. 그분들과 두런두런 고인의 넋을 추모하고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 <사진출처=트위터 캡쳐>

논란이 된 사진은 SNS등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졌다. 해당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사진 좀 개념 가지고 찍자” “정신들 차리고 사시라” “빈소에서 찍은 사진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듯” “참 한심하다” 등 두 의원을 비판하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별도의 논평을 내고 “어떤 변명으로도 납득하기 어렵고 용서할 수 없는 장면”이라며 “평생의 한을 풀지도 못하고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기부하고 별세하신 위안부 할머니 빈소에서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난 것을 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변인은 “언감생심 그곳이 어떤 자리인줄 정녕 잊었다는 것인가. ‘나라다운 나라’는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예의와 상식을 지키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두 의원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당 차원의 즉각적인 사죄는 물론 국회 윤리위 회부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