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산하 투자‧출연기관에서 근무하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면 전환하기로 했다. 이는 전국 지자체 중 처음 있는 일. 온라인상에서는 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 서울시당에서도 이를 환영하는 논평이 나왔다.

▲ 1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 7대 실행계획’을 발표한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는 17일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 7대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우선 서울교통공사 등 11개 투자‧출연기관에서 근무하는 2442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기존 정규직 정원과 합치는 정원통합 방식으로 이를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 정규직과 유사한 동종업무는 기준 직군으로 통합하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업무는 별도 직군과 직렬을 신설해 정원 내로 통합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국민들은 안타깝게 했던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 이후 직접고용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승강장 안전문 보수와 전통차 검수지원 등 안전업무직도 정규직 전환대상에 포함됐다.

비정규직 중 계절적 요인 등으로 일시 고용된 기간제, 계약직 1087명은 상시지속 및 동일‧유사업무 수행여부 등을 판단한 후 정규직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규직 전환에 따른 처우 등 구체적 사항은 각 기관별 노사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향후 비정규직 노동자 채용 시 단기성과 예외성, 최소성 등의 3대 원칙을 정해 불가피한 경우에만 채용하고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 등을 도입해 비정규직 채용을 최소화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2015년 도입한 ‘서울형 생활임금’의 경우, 오는 2018년에는 9000원 대로, 2019년에는 1만원대 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마침 문재인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인상된 7530원으로 확정한 날 나온 조치이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는 대목. 적용대상은 공무원 보수체계를 적용받지 않는 기간제 근로자와 공무직 등 직접 채용 근로자, 민간위탁 근로자, 뉴딜일자리 참여자, 투자‧출연 기관 근로자 등이다.

이 밖에도 △근로자 100인 이상 고용된 16개 투자·출연기관에 ‘근로자 이사제’ 연내 전면 도입 완료 △‘전태일 노동복합시설’(가칭) 개소 △지자체 최초 ‘노동조사관’ 신설 △내년부터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모델’을 19개 투자·출연 기관에 도입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위한 ‘체감형 권익 보호정책’ 강화 등이 7대 실행계획에 포함됐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는 ‘노동존중특별시’ 종합정책을 통해 우리사회와 시민 삶 곳곳에 존재하는 각종 불합리한 요소를 제거하는 데 선도적으로 나서왔다”며 “특히 같은 일을 하면서도 각종 차별을 받아온 비정규직의 실질적인 정규직화를 통해 고용구조를 바로잡는 공공부문 정규직화의 모델을 정립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지금까지 나온 정규직 전환 방식 중 가장 긍정적”

이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호평이 이어졌다. SNS 상에는 “서울시 잘한다” “앞으로 계약직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길” “당연한 일입니다” “서울시민으로서 뿌듯하네요” “나라가 이래야지” “늦어지긴 했지만 환영한다” 등의 반응들이 쏟아졌다.

김종민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논평을 내고 “고용은 안정됐지만 임금, 복지에서는 차별받았던 서울시 11개 투자출연기관의 무기계약직 2442명의 정규직화를 환영한다”며 “조속한 전환이 이루질 것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 1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 7대 실행계획’을 발표한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제공=뉴시스>

김 위원장은 “서울시의 이번 정원통합 방식은 지금까지 나온 정규직 전환 방식 중 가장 긍정적인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정부와 지자체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이야기했지만 대부분 고용만 보장했을 뿐, 임금과 복지에서 차별받는 ‘중규직’으로의 전환이었고 이는 서울시도 마찬가지였다”며 “이번 서울시의 정규직 전환 대책은 정부 정책 변화까지 가져올 수 있는 매우 선진적인 조치”라고 호평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며 “서울시가 지난 5년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하는 9,098명의 노동자들도 여전히 별도의 직군으로 묶여, 해당 기관의 정규직과는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며 “서울시당은 서울시가 이에 대한 원칙적인 정규직화 계획도 밝히길 희망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한편, 박원순 시장은 이날 정부에 “근로자라는 말 대신에 노동자라는 단어를 복권시키자”고 제안했다.

박 시장은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령에는 근로자를 공식 법률 용어로 사용한다. 둘 다 의미가 비슷하고 혼용해도 큰 지장이 없다고도 말하지만 미래를 위해 노동자로 바르게 불러야 한다”며 “노동자는 사용자와 대등한 개념이지만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종속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존엄을 복원하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노동자의 이름을 제대로 명명해야 한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아울러 “노동자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는 나라가 시민의 권리를 존중하는 국가”라며 “한 나라의 노동정책의 수준이 그 나라의 인권을 가늠하는 척도다. 한 나라의 노동정책의 수준이 그 나라의 품격과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라며 “서울시는 서울의 변화를 대한민국의 변화로 확장하는데 앞으로 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