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3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이재용 재판부가 박영수 특검팀이 ‘박근혜 뇌물죄’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로 제시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을 ‘직접증거’가 아닌 ‘정황증거’로만 채택했다.

6일 <뉴스1>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날 새벽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36차 공판에서 “안종범 수첩 기재내용과 같이 대통령과 이재용 피고인이 개별 면담에서 ‘말’을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진술 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을 인정 못한다”고 밝혔다.

다만 “수첩에 내용이 존재한다는 자체와 대통령과 피고인 사이에 그와 같은 대화내용이 있었다는 간접사실로서의 정황증거로는 채택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은상 형사공보판사는 “안종범 수첩이 간접증거로 채택됐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유죄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정황증거가 직접증거에 비해 증거효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이날 양지열 변호사는 SNS에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뜻은 ‘안종범의 수첩에 따르면 엘리어트의 공격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국민연금을 동원해 합병을 도와줬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결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엘리어트라는 단어가 왜 적혀 있는지도 수첩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스모킹건으로 꼽혔는데 연기만 피우고 총알은 나가지 못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특검의 그물이 보다 정교해질 필요는 있어 보인다”며 “뇌물을 줬다는 이재용을 놓치면 받았다는 쪽, 받은 걸로 혜택을 입었다는 쪽은 반자동으로 풀려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지열 변호사는 전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재용)변호인단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수첩은 빼고 (안종범 전 수석이)증인으로 출석해서 한 이야기만 증거로 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자 김어준 씨는 “그러면 석방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죄로부터 벗어나면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도 벗어난다. 국정농단이 없었던 것이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그룹 '최순실 뇌물 관련' 35차 공판에 증인 출석하고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안종범 전 수석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는 전혀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온라인상에서는 “이러다 이재용 뇌물죄 적용 안 되고 박근혜-최순실도 풀려나는 거 아닌지? 큰일났네”, “이재용 재판건은 진짜 송송커플 화제로 돌리고 어물쩍 넘어갔네”, “송중기-송혜교 결혼에 이재용 부회장과 안종범 전 수석이 벌인 일”, “삼성 이재용 재판은 왠지 짜고 치는 고스톱 같아 보인다”, “안종범 수첩이 증거채택 되지 않으면 503호와 이재용 뇌물관계도 사라지게 되고.. 결국 이재용은 풀려나고.. 내가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삼성공화국 사법부인가? 이재용 봐주기 재판. 사법부적폐 청산 촛불을 들어야 하나요?”라는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