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지도부의 두 축인 홍준표 신임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가 당 운영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타나는 가운데 당 중진인 김성태 의원이 홍 대표를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홍준표에 줄서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자 김 의원은 곤란한 듯 “그렇게 마무리하면 안되는데”라고 말해 듣는 이들을 웃게 만들었다.

▲ <사진=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홈페이지 캡처>

김 의원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고정출연중인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내부자들’ 코너에 6일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순방에 동행한 안 의원의 현지 스케치에 이어 신임 당대표를 선출한 자유한국당 이야기가 자연스레 화제에 올랐다.

김 총수는 “정 원내대표가 인터뷰를 통해 홍 대표가 당선되자마자 상황을 잘 모른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했는데 이건 디스하는 거다. 누가 옳은 건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김 의원은 “제가 편을 든다기 보다는”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대통령도 장관지명을 철회하셔야 될 부분은 한 사람정도는 해주시고 저희 당에서도 일정 부분 추경과 장관청문회는 마무리 해주는 게 좋은 것”이라고 답했다.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추경과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 정 원내대표에 비해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인 홍 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발언. 이에 김 총수는 “그러니까 의원님은 홍 대표의 상황 인식이 더 맞다고 보시는 거네요”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새로운 야당의 입장을 견지해볼 필요가 있다는 게 분명히 홍 대표의 생각”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정우택 대표는 두 달 동안 교섭단체 대표로서 여야관계의 힘의 균형을 위해 애쓰는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김 총수는 “한 사람 편을 들어야 하면 누구 편을 드시겠느냐”고 ‘입장정리’를 부탁했고 김 의원은 “초등학교 1학년 3반 애들 데리고 방송하는 식으로”라고 맞섰다.

김 총수는 집요했다. “홍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를 치르고 난(후) 우리 당원들의 뜻을 갖고 일성을 날린 것 같은데 그 입장이 상당히 존중될 필요가 있다”는 김 의원의 발언에 “홍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된다는 생각인 거냐”고 또다시 물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국민들과 당원들의 뜻을 가장 근접하게 받은 사람의 뜻이 홍 대표의 뜻이니 당분간 이분 뜻을 존중하는 것도 당 발전에 크게 도움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안민석 의원은 “그동안 오갈 데 없는 신세는 됐지만 지금 시점에서 홍 대표의 손을 들어준 김 의원님의 판단은 앞으로도 후회없을 판단”이라며 “이왕이면 권력 있는데 줄을 서라”고 충고했다. 김 총수도 “김 의원님은 1년 후에 지방선거를 바라보고 당권이 있는 쪽으로 줄을 서야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 의원은 “한마디로 오늘 아침에 김성태 홍준표 대표 손들어주다 그거 아니냐” “그래서 홍준표 맞고 정우택 틀리다 이거 아니냐”등의 추궁성 발언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김 의원은 “무조건적인 반대는 국민의 뜻이 아니기 때문에 제 1야당으로서 민주당의 과거 볼썽 사나운 정치행태를 우리가 답습할 필요는 없다”며 “이런 측면에서 홍 대표는 가장 뜨끈뜨끈하게 국민의 뜻을 대변했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방송을 마무리할 시간이 되자 김 총수는 “‘김성태 홍준표에 줄서다’라고 제목을 정하고”라며 상황을 정리했고 김 의원은 “이 방송의 이거예요”라고 푸념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김 총수는 클로징 멘트를 날렸고 흘러나오는 클로징 음악 속에서 “그렇게 방송을 마무리하면 안되는데...참”이라는 김 의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왼쪽부터)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한편, ‘내부자들’의 재미요소인 안 의원과 김 의원의 ‘톰과 제리’ 케미는 이날 방송에서도 여전했다.

김 의원은 안 의원의 문 대통령 방미 동행과 관련, “안 의원이 귀국한 다음날 소주 한 잔 했는데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자랑 들어주느라고 참 힘들었다. 마치 안 의원이 거의 대통령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대단했다”며 “저분 자랑할 거리가 생기면 기본 3년은 우려먹는 사람”이라고 디스했다. “특히 문정왕후 어보 반환 건은 정치인의 한사람으로 대단한 일을 했기 때문에 5년은 우려먹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안 의원은 “이제 살아나신 것 같다”며 “그래도 제가 미국 잘 다녀오라고 여야의원 중에서 유일하게 여비를 주신 분”이라고 김 의원을 추켜세웠다.

김 총수가 “얼마 받으셨느냐”고 묻자 안 의원은 “밝혀도 되나? 봉투를 만져보니 백 불짜리 몇장 들었다 생각 했는데 까보니 10불짜리 다섯장이 있더라. 5만원. 아니 그런 마음이 좋은 거다. 야당 생활하시느라고 힘들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민망한 듯 “몇 푼 되지도 않는 것 갖고 굳이 방송에서 논한다는 것 자체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