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제공=뉴시스>

국회가 청소노동자들에게 일반용 엘리베이터 사용 자제를 요구해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지난 3일 국회 내부 직원 게시판에 청소노동자들에게 공지가 내려왔다. 의원회관 일반용 승강기 이용시 작업용 물품 및 화물 운반 등으로 인해 불편하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 이에 국회 관리국 설비과는 해당 공문을 통해 작업용 물품 및 화물 운반시 ‘비상용’ 승강기를 이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청소노동자 A씨는 <오마이뉴스>에 “(3일) 갑자기 종례를 하면서 일반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더라. (의원실에 전해줄)신문을 가져올 때도 비상용 엘리베이터만 타라더라”며 “우리가 의원님들 방에 신문을 가져다주는데, 우리가 신문을 갖고 가면서 의원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데 떠들었다는 거다. 그러니까(의원들이 타는 일반 엘리베이터는)타지 말라더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박모 보좌관은 “점심 먹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데 화분 배달 기사님이 타셨다”며 그런데 “다음 층에서 탄 어떤 사람이 배달기사님께 ‘이건 사람 타는 엘리베이터니 화물은 화물칸에 타세요’라고 하더라. 60~70대 되신 기사님이 연신 ‘모르고 탔다, 죄송하다’는데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 국회의원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다가 권위주의 잔재라고 없앴는데, 이제는 사람과 화물을 나누고 있다, 도대체 기준이 뭐냐”며 “이런거야 말로 특권에 갑질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회 측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날카롭거나 부피 큰 물건이 일반용 엘리베이터에 들어오면 발을 찧거나 다칠 수 있으니, 서로 배려 차원에서 가급적 화물 운반은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시라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국회 의원회관에는 엘리베이터 총 26개가 운행 중이다. 이 중 4대만이 비상용이다.

<오마이>는 “(비상용)두 곳은 무거운 철제문을 밀고 들어가야 이용할 수 있고, 나머지 두 곳도 반쯤 철제문이 닫힌 상태”라면서 “게다가 비상용 엘리베이터 4대 모두 의원회관 건물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이 비상용 엘리베이터로는 무겁고 부피가 큰 작업용 물품이나 화물을 옮기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보도를 접한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해당 기사를 SNS에 공유하고는 “기사를 읽어보니 국회 관리과가 분명 잘못한 일”이라며 “권위적인 정치문화 청산을 위해서라도 문제제기 하겠다”고 적었다. 

같은당 표창원 의원은 “더불어 살아가는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의 국회에서 차별은 있을 수 없다”며 “국회의원은 주권자 국민 위해 봉사하는 일꾼, 청소 노동자나 택배 기사님들도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원과 보좌관들은 결코 알량한 특권 누리려고 국민 마음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