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렇게 ‘해법’의 차이가 클 수 있을까.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5일 라디오 인터뷰에 응한 여야 의원들은 북한의 의도에 대해 미국이나 국제사회 혹은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공통된 견해를 나타내면서도 우리정부의 대응 방식에 있어서는 현격한 견해차를 나타냈다.

▲ (왼쪽부터)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겠다고 얘기하지만 대화의 수단이나 접근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기존의 대북정책, 즉 미국과 한국 혹은 국제사회가 해왔던 제재나 압박정책에서 별 변화가 없는 것 아니냐 이런 의구심을 갖고 미사일 실험을 단행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북한은) ICBM 능력도 보유했다고 주장하고 명실상부한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선언하면서 핵과 미사일 실험을 동결할 테니 미국과 국제사회는 평화를 위한 여러 가지 실리를 내놓으라고 협상하러 나올 가능성이 많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前 통일부장관)은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북에서는 핵‧미사일 문제는 미국과 상대할 문제라고 계속 주장해왔다. (미사일을 발사한) 어제 날짜가 공교롭게도 미국 독립기념일”이라며 “미국에 심각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북한이) 그동안 위성을 발사했다고 했는데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라는 말을 쓴 것은 처음”이라며 “김정은 정권 5년간 50차례가 넘게 미사일을 발사해가면서 미사일 사거리 연장과 기술성능 향상을 위해 자신들의 스케줄대로 쭉 진행해왔는데 이제 그런 억지력을 완성했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 특히 미국을 향해 던진 것”이라고 봤다.

또한, “북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 외에 6.15‧10.4공동선언의 이행의지가 있다, 준비돼 있다는 말을 직접 듣고 싶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역발상을 해보면 실험은 성공하면 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라며 “당분간은 북이 (탄도미사일을) 실험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열려있는 시간과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대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발휘할 때”라고 언급했다.

“우리 정부 대북주도권 상실? 한미 정상회담 합의 가볍게 평가한 것”

이혜훈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중대한 국면”이라며 “지금은 대화를 하자고 어떻게 보면 구걸할 국면 아니다. 국제사회가 모두 나서서 총동원돼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이 실질적으로 핵을 폐기하도록 만드는 방법밖에는 남아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또한, “(북한과) 딱 부러지게 대화하지 않겠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제재와 압박에 방점이 가 있어야 한다”며 “어떻게 보면 조직폭력배 같은 사람이 흉기를 들고 겁박하면서 대화하지 않겠다고 야단하고 있는데, 그런 사람을 붙잡고 대화를 말로 하자고 애걸복걸하고 있는 형국 아니겠느냐? 이게 통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거듭 압박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한미정상회담이후 언론과 정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트럼프정부가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가져라, 남북 대화에 나서는 걸 용인했다고 보기엔 무리인 점이 많다고 본다. 합의문을 보더라도 남북대화 얘기를 하기 전까지 일정 요건이나 단서를 달고있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검증가능한 불가역적인 핵 폐기 조건이 충족돼야 대화도 재개 가능하고 우리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에 너무 우리 좋을 대로 해석하는 것은 중대한 문제에 있어선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홍익표 의원은 “(남북)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기와 조건이 매우 어려워진 측면이 한국 정부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은 가능하겠지만 우리의 대북주도권이 금방 상실돼서 다시 미국이 가져간다는 얘기는 너무 과도한 해석이고 한미 정상회담 합의를 너무 가볍게 평가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홍 의원은 “초기단계에서 워싱턴과 서울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우리가 일정적 주도성을 갖고 워싱턴을 설득해 북한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우리 생각을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그런 차원에서 한미 동맹이 서로의 의견을 관리, 조정, 통합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고 그것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의 해법에 대해서는 “군사분계선 상의 남북 간 최소한의 연락망마저 단절된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통신수단부터 복구해서 물리적 충돌을 예방할 수 있는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그런 대화가 낮은 차원에서 높은 차원으로 올라가고 사회‧문화적 교류 차원에서도 한국 정부의 입장이나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할 수 있는 인물들이 방북하는게 매우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어 “현재는 남북 대화는 물론, 북한이 대체 무슨 의도를 갖고 도발 행위를 하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과거와 같은 인적 교류는 매우 중요하다”며 “북한에 대해 어느 정도 대화의 채널에 참여할 수 있는 분들의 방북이나 제 3국에서의 북한 인사들과의 만남은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협상카드나 대화전략”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