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미사일 부대가 5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대응해 동해안에서 한국군의 현무-II와 미8군의 ATACMS 지대지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승인했다. <사진=합참 제공, 뉴시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대해 5일 “미국이 직접 비공개 협상으로 나와 주기를 바라는 계산을 했다”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북한이 미국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벼랑 끝에 서면 오히려 강하게 밀어붙이던 미국이 뒤로 협상을 요구하는 성공의 추억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4일을 선택한 것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 택일의 기준이 됐다”며 “2004년에도 7월4일 발사했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2009년에도 그랬다”며 “미국의 축제일에 그야말로 따귀를 때리는 도발적인 행동을 해서 미국이 처음에는 발끈하지만 더 큰 사고가 터지기 전에 막아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비공개 협상에 나와 주기를 바라는 계산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네오콘에 둘러싸여 강력한 대북정책을 했던 부시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하고 핵실험 하니 처음에는 가만 안 둘 것처럼 고함지르고 난리가 났었다”며 “그러나 10월에 미국이 협상을 시작해버렸다”고 전례를 짚었다. 

단시일 내에는 “미국은 대북제재와 경제제재 등 세컨더리보이콧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미 단둥에 있는 북한과 거래를 많이 하는 중국 단둥은행에 대해서 제재를 시작했다”고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런 제재를 좀더 강화하면 미중 관계가 복잡해진다”며 “남북관계에 숨통을 트이고 중국과 협조해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보겠다는 문재인 새 정부의 한반도 정책과 대북 정책이 한걸음도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은 “처음에는 미국이 북한을 가만두지 않을 것처럼 큰소리를 내고 UN안보리에 제소도 하겠지만 조금 지나면 직접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그럴 때 대비해서 우리도 퇴로는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산가족 문제 얘기를 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체육 얘기를 했다”며 “거절당했지만 동계올림픽과 이산가족 문제는 꾸준히 문을 두드릴 필요가 있다”고주장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 작은 오솔길이라도 내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된다”며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갑자기 비공개 협상이 상당한 정도 진전이 됐다고 뉴스가 나온 뒤에 시작하면 늦는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정 전 장관은 “이런 일이 없었다면 한미정상회담 전에 특사가 갔어야 된다”며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다 돌고 나서는 북한에 특사가 갔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잘 상황을 풀어나갈 테니 사고 좀 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그리고 한미 정상회담에 가서 남북관계 주도권을 확실하게 보장 받든지 해야 됐었다”며 “지나간 일이고 지금 시점에 특사를 보내면 생뚱맞다”고 아쉬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