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 <사진제공=뉴시스>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은 최순실(61)씨의 업무 지시를 적은 수첩에 대해 30일 “죽을까 봐 바로 공개하지 못하고 4개월 동안 땅 속에 묻어 숨겼다”고 말했다. 

뉴스1에 따르면 박 과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65)과 최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털어놨다. 

박 과장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K스포츠재단에 근무하면서 최순실씨의 지시 내용 등을 기록한 수첩 2권과 외장 하드디스크를 검찰에 지난 3월24일 제출했다. 

검찰이 이날 공개한 수첩에는 ‘연구용역-SK에서 진행’, ‘가이드러너 학교설립 제안→포스코’, ‘외국 전지훈련 인보이스를 해외법인 통해서 발행(WIDEC·비덱)’, ‘비덱과 SK독일법인 통해 지불 정산되면 좋겠다’, ‘선수컨트롤을 자체로 갖고 있고 SK에서 후원하는 방안’, ‘아시안게임까지는 밀어주면 좋겠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최순실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증인은 지난해 11월부터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4개월여가 지난 올해 3월에야 검찰에 수첩을 내놓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박 과장은 “죽을까봐 갖고 있었다”며 “(수첩이) 저를 보호할 최후의 수단이라 생각해 검찰 압수수색이나 조사받을 때도 숨겼다”고 말했다. 그는 “3월이 돼서 증거로 내도 되겠다고 생각해서 줬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8인의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한 날은 3월10일이다.

박 과장은 “최씨의 말을 받아 적은 수첩이라 처음부터 내보이면 사건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제가 위험에 처할 거라 생각했다”며 “(최씨 등이) 어떤 힘이나 돈을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서 공포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어디에 자료들을 보관했냐’는 질문에 박 과장은 “땅에 파묻어놨었다”고 답했다. 

이에 최씨 변호인은 “수첩 내용이 나중에 작성된 것 아니냐”며 “수첩 어디에도 최씨의 지시라고 쓴 부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과장은 “수첩은 사후에 작성된 게 아니며 날짜를 못 쓴 건 있지만 메모는 (최씨가 말한) 그때그때 쓴 것”이라며 “지시한 게 그분(최씨) 한 분이라서 굳이 누구의 지시라고 쓸 필요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국정농단을 밝히는데 큰 역할을 한 내부고발자 중 한명인 박 과장의 이같은 토로에 네티즌들은 “현명하네”, “내부고발자들 보호합시다”, “충분히  이해 됨, 박근혜‧최순실 주위 사람 중에  의문의 죽음 많지”, “박 과장 맘 고생이 많았군요”, “얼마나 무서웠을까. 최고의 권력으로 막가파의 성격이기에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을 것이다”, “이게 나라냐! 최순실이 사람 목숨쯤은 간단히 어찌할 수도 있다는 현실적 두려움을 느낀다는 거잖아!”, 

“최씨 주변에 의문사가 참 많다던데...그 공포감 이해한다”, “천문학적인 비자금으로 용병이라도 살까 걱정입니다. 법이 통과되어 전부 국고로 환수 되기를”, “노승일, 박헌영, 고영태씨~ 국정농단 내부고발자로 그동안 고생했어요”, “땅에 묻어 증거자료 보호, 대단하다. 그 각오가 국정농단자들을 철장에 넣게 될 것이다” 등의 의견을 쏟아냈다. 

한편 박 과장은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에 맞서 양심을 걸고 내부의 진실을 고발하는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1월 출범한 내부제보실천운동에서 조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달 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우리함께회관에서 발기인과 회원이 만나는 ‘공익제보자 힘! 토크콘서트’를 개최한다.

박 과장은 SNS에서 “콘서트 관람을 원하시는 분들은 제게 쪽지 주시면 자리 예약 해드립니다”라고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