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의원이 바른정당의 새로운 선장으로 선출됐다. 그간의 ‘합리적 보수’로 평가받아온 인물인 만큼 ‘이혜훈 호’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의 경쟁에서 어떤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26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당기를 흔드는 이혜훈 신임대표.<사진제공=뉴시스>

이 의원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총 36.9%를 차지해 2위 하태경 의원(33.1%)를 제치고 당 대표에 올랐다. 3위는 정운천 의원(17.6%)였으며 김영우 의원(12.5%)은 4위에 머물렀다. 다만, 하태경, 정운천, 김영우 의원은 총 3인을 선출하는 최고위원직에 올랐다.

이 의원이 바른정당 대표에 선출됨에 따라 기존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현재 원내 5당 중 3당의 당 대표를 여성 정치인이 차지하게 됐다. 또한, 이 신임 대표는 보수정당 역사상 첫 선출직 여성 대표라는 수식어를 보유하게 됐다.

“보수의 본진되어 새로운 역사 열겠다” 취임 일성

이 신임대표는 이날 대표수락연설에서 “지금부터는 개인 이혜훈이 아니라 바른정당의 대표 이혜훈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며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고 크고 작은 갈등을 녹여내는 용광로 대표가 되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이어 “바른정당이 보수의 본진이 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열겠다는 비전을 반드시 이루겠다”며 “국민이 주신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능하기 까지한 몇몇 사람들 때문에 보수 전체가 궤멸됐다. 그런 낡은 보수에게 대한민국을 맡길 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보수의 미래, 보수의 희망인 젊은 인재들을 찾아내고, 모셔오고, 키워내는 매머드급 보수의 대수혈, 이혜훈이 앞장서겠다. 지방선거부터 전진배치하겠다”며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오는 바른정당을 만들겠다. 변화와 개혁의 바람을 일으켜 보수를 확 바꾸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바른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진영에 매몰되어 사사건건 반대하는 발목잡는 정치하지 않겠다. 협력할 일은 대한민국을 위해 과감히 협력하고 개혁보수의 가치에 역행하는 결정적인 문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결코 침묵할 수 없는 문제는 결연히 맞서겠다”며 “반대할때는 반대와 함께 대안을 제시하는 생산적인 정치를 하겠다”는 각오도 나타냈다.

민주 “협치 물꼬 틀 수 있기를 기대”

자유한국당이 ‘극렬 반대’했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해 비교적 호의적인 평가를 내놓는 등 보수진영 내에서도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왔다고 평가받는 이 대표인 만큼 그의 대표 입성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보수’의 모습을 기대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SNS상에는 “보수의 품격을 기대한다”(@cl******) “새 정부 들어 꽉 막힌 정국을 풀 수 있도록 통큰 협력 기대한다”(@ko******) “이혜훈이라면 바른정당이 체계를 제대로 갖춰가는 것 같다”(@rd****), “그나마 말 좀 통하려나”(@so****) 등의 글이 올라왔다.

트위터 아이디 ‘jj*********’은 “보수의 새로운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bl********’은 “살짝 기대를 해본다. 이혜훈 의원은 그나마 상식적으로 당을 이끌거라 생각되니깐”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 26일 바른정당 신임 당 대표에 선출된 후 수락연설을 하는 이혜훈 대표.<사진제공=뉴시스>

각 정당과 정치인들도 이날 이 대표 선출에 대한 논평을 내놓았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바른정당의 새 지도부 선출을 축하하면서 “낡은 보수와 결별하고 선명한 개혁보수 정당, 합리적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는데 이 대표의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백 대변인은 “이 대표는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자유한국당의 국정운영 발목잡기를 비판하고, ‘문재인 정부가 일하게 해줘야 한다’, ‘밀어줄 건 과감하게 밀어주자’, ‘추경안도 심사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바 있다”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임명을 소신 지지했고, 국정기획위원회가 제안한 인사 5대 원칙 구체화에도 동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바른정당의 당대표 선출 과정과 결과는 진정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라며 “이 대표가 그 동안 보여준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합리적 소신을 높이 평가한다. 국정운영을 함께 논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협치의 물꼬를 틀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현 대변인도 SNS를 통해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길 기대하며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정의당 대표 경선에 나선 박원석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지난주 방송 녹화를 함께하며 꼭 당선되시라 응원드렸는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바른정당을 개혁보수 정당으로 잘 이끌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바른당이 정의당과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로 좋은 경쟁을 하길 기대해 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한편, 이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강한 야당이 되겠다. 반년 넘게 국정이 중단되었다 겨우 출발한 대한민국이 날아오르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 인수위도 없이 출발한 새 정부의 실수에 대한 국민들의 유례없는 관대함 잘 알고 있다”고 문재인정부에 대한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울러 “소통하려는 자세와 의지는 인정하나 국정운영은 의지만으로 되지는 않는다”며 “역량이 중요하다. 일머리를 모르면 부작용만 커진다. 많은 국민이 바로 이 부분을 불안해하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