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연평바다에서>
-콜라를 마시고 싶다는 그 연평해전 병사를 위하여 
-6.25날에 

마셔야 한다. 
저 연평바다
포탄은 쏟아지고 시뻘겋게 끓어 오르는 물결을 보았을까. 
내 아득한 겨드랑이 밑으로 뜨끈한 피가 쏟아져내렸다. 

조병장, 총구를 낮춰라!
스무 해 가까이 나의 폐에서 중얼거리는 소리. 
허파를 잘라내고 오른쪽 눈을 빼서 바쳐도
연평바다는 내 몸 안에서 날마다 전투중이었다. 

마셔야 한다.
노을 지는 연평바다여, 
파편 박힌 내 뼛속에서는 콜라가 끓는다. 
붉게 일렁이는 목마른 바다,

너를 잊기 위해 열 번 스무 번 넘게 수술대에도 올랐건만
오늘 내 조국의 바다는 
1천8백 원으로 편의점 계산대에 놓여 있다. 

나는 콜라 한 병 몰래 찔러넣고 돌아서는 연평해전 상이군인. 
구멍난 겨드랑이 사이로 썩어내리는 조국이여, 
해가 지면 다시 
녹슨 훈장 달린 수병 셈브레이가 피에 젖어들고 
뜨거운 물뱀이 살을 찢으면서 꿈틀거린다.  

전투는 끝났어도
나의 전쟁은 하루도 종전되지 않았다. 
마지막 통증까지는,
어머니의 눈물이 그치기 전까지는.

마셔야 한다. 
저 끓는 연평바다여. 

▲ <사진출처=채널A 화면캡처>

* 셈브레이: 평직(Plain weave) 원단으로 만든 청색 Chambray 상의를 수병들은 흔히들 셈브레이고 부른다. 
Chambray셩브헤는 프랑스 Eure외르에 있는 도시. 이 천을 생산한 도시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영어로는 Cambric. 미해군이 이 천으로 만든 사병 군복을 지급했고 해방 뒤 한국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