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추경안’을 두고 자유한국당이 강력한 반대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이들에 대한 설득이 실패할 경우, 다른 야당과 이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자유한국당이 아예 논의조차 거부하는 등 ‘몽니’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협치 노력은 계속하겠지만 추경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을 빼고 추경안 심사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래도 국회이기 때문에 협치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노력을 해볼 것”이라면서도 “(자유한국당이) 정말 끝까지 막으면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상의를 좀 해볼 것”이라고 답했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도 전날 tbs 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저희로서는 자유한국당까지 포함된, 국회에서 논의를 설득하고 갈 것이지만 추경은 타이밍 아닌가. 시기를 놓치면 효과가 없는 것이 추경예산이기 때문에 우선 동의하는 것부터 논의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다행히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이 절차에는 임하겠다, 그리고 추경의 내용에 대해서는 심사를 하면서 고칠 것은 고치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지 않나. 바른정당도 추경을 편성하게 된 국가재정법의 정신, 이 부분을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그것은 수용을 한 바가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그 두 당과라도 먼저 추경 심사에 다음 주에는 착수를 해야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박 부대표는 그간 야당들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음을 강조했다.

그는 “요즘 연일 전화기 붙들고 야당 관계자들, 원내대표나 수석부대표나 이런 분들을 만나서 설득하느라고 거의 다른 일을 제쳐두고 살아왔다”며 “며칠 전부터는 우원식 (원내)대표가 야당 원내대표들을 계획적으로 만났다. 국회에서도 만나고 저녁을 같이 하면서도 술 한잔 하면서도 계속 의견을 좁혀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느정도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왔고 어제까지 그런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합의사항 초안을 만들었던 것인데 오늘(22일) 원내대표 회동이 잡혀서 타결될 것으로 봤다”며 “그런데 자유한국당 측에서 또다시 여러 문제를 지적하면서 결국 초안을 거부해 합의가 결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 원내대표는 “추경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설득하기 위해 그렇게 찾아다니고 이야기를 듣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입장이) 상당히 이동해서 추경 심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거의 자유한국당만 (의견을) 조금만 바꿔주시면 (심의)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고 생각했는데 심의는커녕 논의도 못한다고 끝까지 그러니까”라고 말했다.

우원식 “민심 거의 도탄...일자리 추경은 꼭 해야하는 일”

아울러 “(일자리 추경은 문 대통령의) 1호 공약이어서 중요한 게 아니다. 제가 지난 4년 동안 ‘을지로 위원회’를 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현장, 바닥을 다니지 않았나. 비정규직이 거의 1000만에 가깝고 600만 자영업자의 삶도 무너져 있다”며 “민심은 거의 도탄에 빠져있는 지경이다. 그래서 일자리와 민생을 위한 추경은 반가운 일이고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탄에 빠진 국민들의 삶, 정말 절박한 청년들의 꿈을 그래도 좀 살려내기 위한 단초가 될 것인데 이걸 (자유한국당이) 끝까지 막으니까 정말 속상하더라”는 심경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저희가 야당이었을 때 박근혜 정부이 추경안, 저희가 충분히 협조해 줬다”며 “정부조직법도 제출된 날부터 5일만에 상정했다. 문제가 있으면 절차대로 따졌고 소신껏 심사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추경이 국회에 제출된 지 17일째이고 정부조직법은 15일째다. 지금도 자유한국당은 추경안도 정부조직법도 상정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출발 자체를 막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22일 여야 4당 원내대표 회동이 끝난 후 기자간담회에서 울컥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TV 화면 캡처>

앞서 우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야 4당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정상화를 위해 회동을 가졌으나 협상은 결렬됐다. 민주당이 ‘추경 논의를 계속한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넣자고 했지만 자유한국당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또한, 조국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 출석여부를 놓고도 여야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우 원내대표는 회동이 끝난 후 기자간담회에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와 관련, 김현정 앵커가 “많이 울컥하셨느냐”고 묻자 그는 웃으면서 “아이, 그런거 아니다. 하도 답답하고 지난 한 달동안 야당 원내대표 방 찾아가고 전화하고 설득하고 그분들 얘기 듣고 술도 한잔 하면서 설명했는데 추경 논의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기가 막혀서 감정이 좀 격해진 것”이라고 답했다. 인터뷰 말미에서도 김 앵커가 “이제 눈물 훔치시라”고 언급하자 “눈물 흘리지 않고 좀 울컥했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당의 민병두 의원은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우 원내대표의 눈물은 일자리에 목말라하고 어렵게 사는 서민들의 눈물을 표현한 것”이라며 “물론 벽창호같은 야당을 상대하려다 보니 그런 답답함의 발로이기도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