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안경환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자신의 저서에서 왜곡된 여성관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악마적 발췌편집”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해당 저서는 지난해 출판한 ‘남자는 무엇인가’로 조선일보는 “가부장제는 이미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으며, 남성들도 시대 변화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 교수의 주장”이라고 책소개 기사를 내기도 했다. 

TV조선과 조선일보는 13일 <“술엔 여자 필수…판사 성매매, 아내 탓도” 안경환 책 논란>란 제목의 기사에서 “안 내정자가 ‘여성은 술의 필수 동반자”라고 했고, 부장판사 성매매 사건을 두고 배우자도 일부 책임이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안 내정자의 저서에서 “지난해 중년의 부장판사가 성매매하다 적발된 사건을 놓고는 ‘위법의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문제된 법관 연령이라면 아내는 자녀교육에 몰입해 남편 잠자리 보살핌엔 관심이 없다”며 배우자의 책임을 거론했다”고 전했다. 

방송 자막으로 “(성매매로) 문제된 법관 연령이라면 아내는 자녀교육에 몰입한 나머지 남편의 잠자리 보살핌에는 관심이 없다”는 문구를 소개했다. 

▲ <사진출처=TV조선 화면캡처>

이에 대해 한인섭 교수는 “실제 내용은 다음과 같다”고 반박했다. 

“문제된 법관의 연령이라면 대개 결혼한지 15년 내지 20년이다. 아내는 한국의 어머니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자녀교육에 몰입한 나머지 남편의 잠자리 보살핌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답답한 사정이 위법과 탈선의 변명이 될 리는 없다. 다만 남자의 성욕이란 때로는 어이없이 악마의 유혹에 굴복한다. 이는 사내의 치명적 약점이다.”(276쪽)

한 교수는 “문제현상을, 탈선한 남자의 입장에서, 사회적 입장에서, 짧지만 여러 각도로 묘사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를 ‘배우자의 책임’을 거론한 것으로 왜곡 평가해, 마치 탈선을 아내 책임으로 몰아간 듯이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TV조선은 안 후보자가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며 여성을 원하는 게 사내의 염원이어서 성매매는 근절하기 어렵다고도 썼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 교수가 반박한 실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간의 몸이 재화로 거래된 역사는 길다. 노예제도가 대표적 사례다.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 그 샘물에 몸을 담아 거듭 탄생하고자 하는 것이 사내의 염원이다.”(120쪽)

한 교수는 “인간 몸을 재화로 삼는 노예제도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쓴 앞 문장은 기자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외 TV조선은 “술과 여자는 분리할 수 없는 보완재”, “여성은 술의 필수적 동반자”, “사내들이 술집 마담에게 비밀을 쉽게 털어놓는다” 등 안 내정자의 저서에서 발췌한 문구를 자막을 통해 소개했다. 

한 교수는 성매매를 예찬했다는 다른 언론 기사도 있다며 그러나 실제 내용은 다음과 같다고 밝혔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는 성도 상품이다. 성노동이 상품으로 시장에 투입되면 언제나 사는 쪽이 주도하게 되고, 착취가 일어난다. 사회적 관점에서 볼때 성매매는 노동자의 절대다수인 여성을 차별하고, 착취하는 악의 제도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성매매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남성지배체제라고나 할까?”(113쪽).

한 교수는 “분명히 성매매는 차별, 착취의 악의 제도라 쓰고, 남성지배체제의 끈질긴 폐단으로 쓰고 있다”며 “그런데 기자는 안 교수가 성매매를 정당화하는 것처럼 은근슬쩍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남자란 무엇인가> 책은 아주 복합적”이라며 “발췌 편집해 본뜻을 왜곡하고, 인사청문회의 먹이감으로 삼는 짓거리에 대해서는 질타를 먹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2월8일 <“눈물도 흘려선 안 돼.. 비장한 말에 짓눌린 男子들”>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안 교수가 “결혼과 섹스, 병역과 양성 평등 등 남녀 문제를 정색하고 다룬 에세이집”을 처음으로 냈다며 소개했다. 

<조선>은 “책에는 성매매와 간통, 성소수자 문제 등 민감한 주제들도 적지 않다”며 “하지만 법학자답게 동서고금의 역사적 사례나 문학을 통해서 기존의 논의를 충분히 검토한 뒤 지극히 온정적이고 중도적인 ‘판결’을 내놓는다”고 서평했다. 

▲ <이미지출처=조선일보 인터넷판>

안 내정자의 저서가 일부 자극적 문구 위주로 부분 편집돼 보도되는 것에 대해 김진애 전 의원은 “안경환 후보의 과거 칼럼‧책의 특정 부분을 발췌‧왜곡‧확대하는 언론은 제발 정신 좀 차려야겠네요”라고 지적했다. 그는 “‘맥락’을 읽으세요! ‘가치관’을 살피세요! 인권위원장 시절의 ‘행동’을 주목하세요!”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안 후보자가 노골적인 여성 비하 표현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성매매를 합리화하며 저열한 성인식을 드러냈다. 무척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추 대변인은 “청문회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며, 문재인 대통령은 안 후보자의 임명에 대해 숙고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