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앞두고 있는 고위공직 후보자 4인방(강경화, 김상조, 김이수, 김동연)에 대해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입장을 정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는 보고서 채택에 협조하기로 했으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경우에는 ‘조건부 협조’ 입장이 나왔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경우, ‘보류’에 가까운 결론이 내려졌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명확한 ‘불가’ 입장을 나타냈다.

▲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국민의당 의원들. <사진제공=뉴시스>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아진 국민의당 입장을 전했다. 우선 김동연 후보자에 대해서는 “병역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점 등 다소 미진한 점이 있으나 업무역량 등을 고려해 보고서 채택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김 부총리(후보자)에 대해서는 내일 보고서 채택을 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여야간 별다른 마찰없이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과 임명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후보자의 재벌개혁 등 개혁성을 고려해 국민의당이 제시한 중재안이 수용되면 보고서 채택에 협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재안 내용에 대해 이 부대표는 “후보자 부인의 부정채용(의혹)과 관련해서 감사원 감사와 검찰 고발을 민주당이 수용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를 수용하면 보고서 채택에 다함께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이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보류하는 쪽으로 당론이 모아졌다. 이 부대표는 “(임기가) 13개월 남은 분을 임명해서 향후 나머지 재판관들이 헌재소장이 되기위해 코드를 맞추는 것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국민적 논란이 큰 사안(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해 소수의견을 낸 분을 헌재소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 부대표는 “위장전입, 세금탈루, 거짓해명 등 도덕적 흠결이 해소되지 않았다. 그 도덕적 흠결을 만회할만한 업무능력이 발견되지 못했다”며 “외교부 개혁과 4강 외교 등에 대한 비전제시도 매우 초보적이고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강 후보자를 비판했다.

또한, “부적격 보고서 채택을 요구하기로 했으며, 민주당이 이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채택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강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당의 반대기류는 이날 의총이 열리기 전부터 감지됐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좀 위태위태한 후보가 보이냐”는 질문에 강 후보자를 언급했다.

이어 “사상 최초로 여성 외교장관이 될 수 있는 분이고 UN에서 다자외교에 상당한 경륜과 능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는데 그런 모든 것을 뒤엎을 수 있는 의혹이 너무 많이 생겼다”며 “국회 청문회를 통해 준법정신 함양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데 하고 많은 사람 중에서 흠이 많은 분을 내세우는게 맞겠느냐는 생각을 갖고있다”고 전했다.

바른정당, ‘김동연 빼고 다 부적격’…당 내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호남 분들이 갖고있는 정서는 강경화 후보자 등에 대해 다 지지하라는 강력한 요구가 있다”며 “그리고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지켜야 한다 등등 복잡한 상황”이라며 “어쨌든 국민의당은 이 상황에 대해 잘 대처할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어제 TV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인사청문회를) 보셨기 때문에 저 정도라면 강경화라는 사람이 도덕성에 문제가 없구나, 또는 저 정도면 충분히 외교수장으로서 국제무대에서 우리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위치에 있을 수 있겠구나, 이런 판단들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국민의당에서 정확한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결국 ‘반대’ 입장을 취했다.

▲ 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에 참석한 강경화 후보자. <사진제공=뉴시스>

‘보수야당’인 바른정당의 경우, 김동연 후보자를 제외한 3인에 대해 모두 부정적인 입장이다.

오신환 대변인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동연 후보자는 적격으로 보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부적격”이라며 “김(이수) 후보자의 경우 사상적 편향성 문제도 있지만 15개월짜리 헌재소장을 임명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잘못된 인사 지명이라는 판단이 있다”고 언급했다.

연합뉴스는 “바른정당은 강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부동산 투기 의혹과 자녀의 위장전입, 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다운계약·분양권 전매·논문 표절·부인의 특혜채용·아들의 군 보직과 인턴채용 특혜 등 도덕성 흠결을 문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각 후보자 별로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강 후보자에 대해 “물론 해당 상임위 청문위원들께서 판단을 최종적으로 하시겠지만 이 신상문제가 과연 유리천장을 깨는 파격적 인사를 무산시킬 정도인지에 대해선 아닌 것으로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상조 후보자와 관련, “공정거래위원장이 윤리위원장은 아니다”며 “경제에 대한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고 본인이 살아오면서 독점과 담합을 깨는데 얼마나 충실했느냐, 이런 부분은 사실 입증이 된 것 아니냐”고 밝혔다. 아울러 “결정적 하자가 없으면 적격통과 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