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돈봉투 만찬’사건에 대한 감찰결과가 발표되자 정치권에서는 이번 일을 검찰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반은 7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감찰내용을 담은 결과를 발표했다.

▲ 7일 오후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결과를 발표하는 장인종 법무부 감찰관.<사진제공=뉴시스>

감찰반은 이 전 지검장에 대해 “2017년 4월 21일 있었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 만찬 회식에 참석한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 과장에게 각각 10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격려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1인당 9만5000원의 식사를 제공해 두 사람에게 각각 합계 109만5천원의 금품 등을 제공함으로써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이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등 특수 활동을 실제 수행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두 사람에게 특수 활동비로 격려금을 지금해 예산 집행 지침을 위반했다”며 “검찰국장에게도 사교‧의례 목적으로 제공하는 음식물 제한 가액인 3만원을 넘는 9만5000원의 음식물을 제공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전했다.

다만, 감찰반은 “모임 경위 및 성격, 제공금액 등을 종합해볼 때 이 전 지검장이 지급한 격려금을 뇌물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개인적 이익을 위해 불법영득 의사를 갖고 횡령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안 전 국장에 대해서는 “대상자 본인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이의 통화내역 관련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특별수사본부의 관련 수사가 종결된 지 나흘 만에 술자리를 갖고 나아가 특별수사본부 간부인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부장검사 5명에게 금품을 지급해 특별수사본부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심히 훼손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모임 경위 및 성격, 금품 제공 경위, 제공된 금액 등을 종합해 볼 때 검찰국장의 금품 제공을 우병우 수사팀의 직무수행에 대한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수활동비를 수사비로 지급한 것은 사용 용도를 벗어나지 않으므로 횡령죄나 예산 집행지침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아울러 “검찰국장은 직제 규정에 따른 법무부장관의 위임에 따라 검찰행정에 대한 일선 검사 지휘‧감독권과 예산 집행권한을 가지고 있어 특수활동비의 용도 범위 내에서 지급된 수사비는 청탁금지법상 ‘상급 공직자 등’이 주는 금품이거나 공공기관인 법무부가 법무부 소속인 검찰 공무원에게 주는 금품에 해당되므로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다”는 판단을 내렸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 대해 각각 ‘면직’ 의견으로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하고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및 부장검사 5명에 대해서는 경고조치했다. 법무부장관 직무대행은 이 전 지검장에 대한 수사를 대검찰청에 의뢰했다. 감찰반은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에 대한 격려금 및 음식물 제공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판단해 그 부분에 대한 수사의뢰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검사징계법상 ‘파면’이 없는 상황에서, 면직과 수사의뢰는 사실상 최고수준의 중징계로, 감찰결과를 존중한다”며 “감찰반이 수사 의뢰를 했고 이미 이 사건은 시민단체가 고발한 만큼 수사팀은 감찰결과를 토대로 조속히 수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7일 오후 국회정론관에서 현안관련 브리핑을 하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사진제공=뉴시스>

백 대변인은 “철저한 수사와 더불어 검찰은 이번 사건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 ‘분골쇄신’의 자세로 내부 개혁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며 “검찰이 검찰다워질 때 비로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이 검찰을 넘어 공직 사회 전반에 경종을 울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오늘 면직 청구 등의 조치는 타당하고 당연한 일이나 단순히 개인에 대한 징계에 그치지 말고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신호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인사와 조직 개편, 공수처 신설, 검경의 수사권 조정, 특수활동비 투명성 제고 등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검찰 개혁과제들이 신속하고 빠짐없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사건이 갖는 무게에 비해 매우 가벼운 처분이다. 적어도 부정청탁에 의한 사후수뢰죄는 적용되어야 할 일”이라며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수준에서 수사 의뢰하겠다는 것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과 처벌에 대해 법무부가 멋대로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추 대변인은 “오늘 법무부의 발표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고 반드시 개혁이 필요하다는 명분만 보탠 꼴이다. 이 정도로 어물쩡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검찰은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똑똑히 인식하고 이번 사건을 엄정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