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이후 외유를 마치고 돌아온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를 향해 당 내부 곳곳에서 ‘견제구’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홍 전 후보가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홍준표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잇따라 쓴소리를 던진 것. 이에 내달 3일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당권경쟁이 불붙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 4일 귀국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사진제공=뉴시스>

‘친박계’ 중진인 홍문종 의원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홍 전 후보가 대선 당시 수도권 지역에서 3위에 머물렀던 점을 언급하며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할까. 본인이 잘하는 마케팅 전략은 수도권에서는 안통하는 전략이고 오히려 혐오감을 일으키는 전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 홍 지사가 말씀하신대로 그나마 몇% 안되는 데서 친박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다 바퀴벌레라고 하고 빼버리면 1% 갖고 하겠다는 건가, 2% 갖고 하겠다는 건가”라며 “나아가서는 바른정당이나 우리가 외연을 확대해야 할 사람들을 다 포함해야 하는 판에 너 자르고 너 안되고 이렇게 해가지고 우리 당이 어떻게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니 정말 잠이 안온다. 이분 말씀을 들어서는”이라고 비판했다.

홍 전 후보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었고 박근혜 감옥 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나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사람들 참 가증스럽다”는 글을 남긴 바 있다. 다분히 친박계를 겨냥하 공격적 발언이라고 해석 할 수 있다.

이에 홍 의원은 이날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그동안 선거하면서 그동안 목이터져라하고 우리가 사는 길이고 당이 사는 길이라고 얘기했는데 무슨 바퀴벌레고 탄핵 때 어쩌고”라며 “제 정신인가, 낮술 드셨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 의원은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이 왕따되는 길을 그 분이 선택하고 있다. 그 분이 만약 당대표가 된다면 죄송하지만 그저 홍준표를 좋아하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하고만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걱정이 태산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진행자가 대선 당시 홍 후보가 24%의 지지율을 얻지 않았느냐고 묻자 홍 의원은 “그게 바로 친박이고 바른정당에서 온 분들이고 여기저기서 그야말로 홍준표를 좋아해서 찍은게 아니라 자유한국당이 나름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해서 찍은 것”이라며 “이 분이 계산하는 것처럼 자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당 대표가 되겠다고 이 사람, 저 사람 자르면 24%는 턱도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홍 의원은 “이 분도 당의 중요한 자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분의 역할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렇게 분파를 일으켜서 자기가 당 대표되겠다는 데만 집중하면 이것은 우리 당에도 아주 불행한 일이고 대한민국 전체가 아주 불행한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나경원 “당내에서 기우 높다...저는 우려하는 쪽”

‘비박계’로 분류되는 나경원 의원도 홍 전 후보의 당권도전에 우려를 표시했다. 나 의원은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당내에서 우려하는 기우가 상당히 높다. 그러나 그래도 지난번 대선후보였으니 본인이 나서고 싶다면 이번에 목소리 크게 한번 해 봐라 이런 기류도 있어서 반반인 것 같다”며 “저는 사실 우려하는 쪽”이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강한 야당의 핵심은 목소리가 크고 말로서 심한 비판을 하는 것 보다는 국민에게 신뢰와 공감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큰소리친다고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의 우려가 상당히 많다”고도 밝혔다.

▲ 자유한국당 홍문종, 나경원 의원(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앞서 홍 전 후보는 미국 체류를 마치고 지난 4일 귀국했다. 이날 공항에 모여든 지지자들에게 홍 전 후보는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자유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 데 함께 하겠다. 정말 고맙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홍 전 후보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패장이 귀국하는데 환영하러 공항에 나오신 인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만큼 마음 둘 데 없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대선 패배에 대해 사죄드리고 앞으로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데 함께 하기로 약속 했다. 앞으로 그 약속을 지키는데 매진하도록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홍 전 후보가 사실상 당권 도전을 선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 전 후보는 대선 패배 이후 미국에 체류하는 와중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권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계속 내놓은 바 있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홍 전 후보는 조만간 ‘민생투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홍 전 후보의 귀국과 관련해 말을 아꼈다.

정 원내대표는 5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당권 도전하겠다는 표시는 미국에 있으면서도 휴식하러 간 후보가 열심히 페북을 하지 않았느냐. 당권 도전하겠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라며 “다만 국민과 당원들이 그분이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해야할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혁신과 변화에 홍 전 지사가 적합한 인물이라고 보느냐”는 진행자 신율 교수의 질문에는 “그건 국민과 당원이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이에 신 교수가 개인적 의견을 묻자 “나중에 제가 따로 뵈면 말씀 드리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