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사진제공=뉴시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된 가운데 ‘이낙연 총리 인준’ 과정에서 표결에 불참했던 자유한국당이 ‘의사일정 보이콧’까지 언급하며 김 후보자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정준길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3일 논평을 통해 “어제 인사청문회에서 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몇가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위장전입, 논문표절, 청담동 아파트 분양특혜, 다운계약서, 부인 건보료 문제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실화 사건을 일으키고도 법적 책임이나 처벌을 받지 않았으며 다운계약서는 ‘관행이었다’는 인식을 가진 김 후보자가 기업간의 불공정한 관행들을 어떻게 개선하고 책임을 물을지 의문”이라며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의 자료제출 미협조로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지금까지 확인된 것만으로도 부적격 후보자”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국민이 원하는 협치를 하려는 전정성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거나 자진 사퇴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청문과정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몇몇 의혹이 제기되기는 했지만 ‘치명타’가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공세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정용기 원내대변인 역시 별도의 논평을 통해 “이미 열 가지가 넘는 각종 비리 의혹만으로도 공정거래위원장 자격 미달”이라고 김 후보자를 평가절하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의혹들이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아 사퇴요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모든 의사일정을 보이콧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김상조, 위원장 취임해 재벌 개혁 추진해주길”

또다른 보수야당인 바른정당도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분명히 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누구보다 도덕성이 철저해야 하는 공정거래위원장 자리에는 부적격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련해서는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민의당도 3일 김유정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기업의 공정경쟁을 책임지고 준사법적 권한을 가진 공정거래위원장은 누구보다도 높은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감이 요구되는 자리”라며 “김 후보자도 결국 문 대통령이 제시한 인사원칙에 위배되는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많은 의혹들에 대해 ‘관행이었다’는 자기변명은 김상조답지 않은 발언들이다. 재벌대기업들이 우리도 역시 관행이라고 주장하면 그냥 넘어갈 것인가. 흠결을 지니고 출발한 공정거래위원장이 과연 재벌개혁에 영(令)이 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런 점에서 김 후보자는 부적격”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청문회 전날까지만 해도 김 후보자와 강경화 외무장관 후보자를 싸잡아 “자격없는 후보자들은 스스로 물러나라”고 요구한 것을 감안하면 국민의당의 공세가 한층 누그러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전체적으로 김 후보자를 비판하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이날 김 대변인의 논평에 ‘사퇴’나 ‘지명 철회’같은 표현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청문회가 한창 진행중이던 전날 논평에서 “솔직한 해명을 기대한다”고 주문했지만 사퇴 필요성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박지원 전 대표는 오히려 김 후보자의 임명을 바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핑계를 명강의 하시듯 변명하면 김상조 교수가 아니다. 가장 공정해야 할 공정거래위원장이 불공정하면 안된다”면서도 “아직도 김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 위원장에 취임해 재별 경제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표결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당의 태도변화는 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다뤄질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여부와 직결돼있다. 정무위원들의 정당별 분포를 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10명, 자유한국당 7명, 국민의당 3명, 바른정당 3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돼있다.

김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는 보수야당 소속이 총 1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당이 어느쪽 손을 들어주느냐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김 후보자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정의당(심상정 의원)은 ‘적격’의사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만약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더라도 재벌개혁에 강한 의지를 갖고있는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들이 국민들의 공분을 살만큼 크게 부각되지 않은데다가 김 후보자를 지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어지는 고위공직자 청문과정에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청와대가 고민해야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