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9년 전 숨진 병사의 유족을 상대로 초과 지급된 월급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군은 두 시간 만에 소송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유족에 공식 사과했다.

1일 정의당 김종대 의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4월3일 故 최모 일병의 유가족에게 초과 지급된 월급 33만5000원과 독촉절차 비용 6만6000원 등 모두 40만1,000원에 대한 지급명령 소송을 제기했다.

최 일병은 지난 2008년 6월 선임병들의 구타와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부대 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 일병이 사망한 지 4년이 지난 2012년에 국방부는 최 일병의 제적처리가 군의 잘못으로 4개월 지연, 해당 기간만큼 월급이 초과 지급됐다며 4개월치 월급을 반환하라고 유가족에 통보했다.

치열한 법정 다툼 끝에 유가족은 지난해 4월 최 일병의 사망을 ‘일반사망’이 아닌 ‘순직’으로 인정받았다.

김 의원은 “순직 처리된 최 일병 부친은 영문도 모르고 받은 죽은 아들의 월급을 돌려달라는 통보를 접하자 ‘돌려줄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며 “그러자 독촉절차 비용 6만 6천원까지 합산하여 40만 1천원을 반환하라고 유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이 오는 14일 재판을 앞두고 이 같은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자, 국방부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소송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정의당 김종대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김종대 의원은 “불과 두 시간만에 철회할 입장을 고수하며 4년 동안 끈질기게 유족을 상대로 괴롭힌 것”이라며 “법에도 없는 장성의 의전과 혜택은 착실히 챙기는 국방부는 병사들을 개,돼지 취급하겠다는 이야기 아니냐”고 강하게 성토했다.

김 의원은 “남아도는 장성과 과잉의전에 연금 적자까지, 아예 군을 말아먹을 사람들이 병사 월급 올릴 돈은 아깝다고 한다. 죽은 병사 월급 반환하라고 한다. 이게 과연 정의라고 생각하느냐”며 “올해 국정감사에서 장성들의 과잉의전을 몽땅 따져볼 참”이라고 전했다.

국방부는 최 일병의 월급이 법령상 결손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유가족이 돌려줘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거부해왔다.

담당 기관인 국군재정관리단에 따르면, 최 일병의 월급 반환 문제와 관련해 국방부로 채권관리지침 개정을 건의했지만 국방부는 법적근거가 없다며 반영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고 김종대 의원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이날 해명자료에서 “향후 관련 법규를 현실화하여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소식에 전우용 역사학자는 SNS를 통해 “병사의 목숨에는 무심하면서 ‘돈’챙기는 데에만 악착같은 군대. 이게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만든 ‘한국적 신자유주의 군대’”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