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에 앞서 ‘인권 경찰’로 거듭날 것을 요구받은 경찰이 잇단 사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반시민을 범인으로 오인해 폭행을 가하는가하면, 전입 3개월차 의경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해 경찰이 사과 함께 엄중조치 입장을 밝혔다.

▲ 김정훈 신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32대 서울지방경찰청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노컷뉴스> 등에 따르면,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반시민을 폭행한 것은)있을 수가 없는 일이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정확하게 진상을 파악해 잘못한 부분은 책임 물으라고 조치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7일 밤 10시 40분 서울 성동경찰서 강력팀 소속 형사 4명이 지하철 7호선 옥수역 2번 출구 근처에서 시민 A씨(31)를 보이스피싱 용의자로 오인해 체포하려다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얼굴과 팔 등에 큰 상처를 입었고, A씨가 이 사실을 SNS를 통해 알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A씨는 경찰이 검거 과정에서 자신을 제압하려 주먹으로 때리거나 목을 조르기도 했다고 주장했고, 경찰은 수백만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을 쫓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김정훈 청장은 또 전입 3개월차 의경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이 일이 왜 생겼는지에 대해 조사 중이다. 계속 조사를 실시해 구타‧가혹행위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김포공항경찰대 소속 박모(22) 일경이 자살을 시도, 11일 만에 숨졌다. 현재 유족 측은 부대 내 구타와 가혹행위가 있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한편,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경향신문>은 29일자 사설에서 “11만 명에 이르는 인력과 정보‧대테러‧외사‧경비‧경호 등의 권한을 가진 경찰이 수사권까지 갖게 되면 시민들의 기본권 침해는 물론이고 자질구레한 일상까지 통제‧간섭받게 될 우려가 있다”며 “게다가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경찰의 인권 의식은 매우 후진적”이라고 비판했다.

▲ 지난 2015년 11월14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故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직사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그러면서 “경찰에서 인권 침해와 편파 수사를 당했다고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만 2015년 한 해 1383건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인권 친화적 경찰’ 구현 방안으로 “(경찰은)수사 전담 조직과 그에 따른 인사체계 신설 등도 연구하고 있으며, 집회 및 시위 현장에 물대포와 차벽을 원칙적으로 배치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지휘와 감시를 받는 경찰의 인권을 높이자고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며 “경찰에 수사권을 주지 않고도 검찰 권한을 분산, 견제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경찰은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