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낙연 인준 보류 정국’ 타개를 위한 정면돌파에 나섰다. 자신의 ‘5대 인사원칙’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위장전입 의혹 등이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야권의 비판과 관련, 입장을 설명하며 야당과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나선 것.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좀처럼 물러서지 않을 기회다. 지난 26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공식 사과에 이어 문 대통령까지 직접 인준안 처리를 당부하고 나섰지만 이에 대한 ‘수용불가’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협조의사를 나타내면서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은 시간문제가 됐다. 

▲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제공=뉴시스>

문 대통령은 29일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수보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통해 “만약 공약을 구체화하는 인수위 과정이 있었다면 그런 점들을 감안한 구체적 인사기준을 사전에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지 못한 가운데 인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논란이 생기고 말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5대 비리에 관한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은 결코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거나 또는 후퇴시키겠다는 뜻이 아니다.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당연히 밟아야 할 준비 과정”이라며 “지금의 논란은 그런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다라는 점에 대해서 야당 의원들과 국민들께 양해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미 발생한 논란들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앞으로의 인사를 위해서 국정기획자문위와 (청와대) 인사수석실, 민정수석실의 협의를 통해서 현실성 있게 그리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 주시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하면서 공약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고 다짐했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당선 첫날에 곧바로 총리 후보자를 지명을 했는데, 그것은 최대한 빠르게 내각을 구성해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인사 탕평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늦어지고, 또 정치화되면서 한시라도 빨리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자 했던 저의 노력이 허탈한 일이 되어버렸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앞서, 전병헌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대표단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는 한편,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이 드러난 인사를 원칙적으로 배제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청와대로서는 ‘이낙연 후보자 구하기’에 총력전을 펼친 하루였다.

‘버티기’ 나선 자유한국당, 입장 선회한 국민의당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요지부동이었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청와대의 인준안 협조 요청에 ‘수용불가’라는 당론을 정한 것. 그간 자유한국당은 이낙연 후보자를 둘러싼 위장전입 논란이 문 대통령의 5대 인사원칙에 어긋난다면서 이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는 한편,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바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직접 해명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날 당 내부에서는 “대통령이 사과한다고 해서 국무총리로서 공감받지 못한는 사람을 통과시켜선 안된다”며 “사과하면 예산을 다 통과시키고, 사과하면 법안을 다 통과시키는건가”라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사진제공=뉴시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요지부동이었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청와대의 인준안 처리 요청에 ‘수용불가’라는 당론을 정한 것. 그간 자유한국당은 이낙연 후보자를 둘러싼 위장전입 논란이 문 대통령의 5대 인사원칙에 어긋난다면서 이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는 한편,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바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 형식으로 해명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날 당 내부에서는 “대통령이 사과한다고 해서 국무총리로서 공감받지 못한는 사람을 통과시켜선 안된다”며 “사과하면 예산을 다 통과시키고, 사과하면 법안을 다 통과시키는건가”라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국민의당은 인준안 처리에 협조하기로 입장을 바꿔 대조를 이뤘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 후보자가 위장전입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인준안 처리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스스로 천명한 인사원칙을 포기한데 대해 책임있는 입장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의 입장선회에는 두 가지 배경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이 후보자가 당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 출신인데다가 최근까지 전남지사를 지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호남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단 호남민심이 아니더라도 문 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80% 이상의 국정지지율을 얻고있는 만큼 국민의당으로서도 계속 각을 세우기는 부담감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정무수석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야당의 양해를 구하면서 ‘협치’의 모양새를 갖춘 만큼 반대의 명분이 희석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의당 의원단 역시 “대통령의 입장을 수용하며 총리후보자 인준에 동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역시 오신환 대변인의 구두논평을 통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정부 운영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감안해 인준절차에 응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결론적으로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하면 찬성하든 반대하든 주요 원내정당들이 모두 인준안 처리에 협조할 뜻을 나타낸 셈이다.

이에 따라 이 후보자 인준안 처리는 급물살을 탈 수 있을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20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만약 이들 정당의 모든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질 경우, 산술적으로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다.

하지만 107석에 달하는 자유한국당과의 합의 없이 본회의에서 인준안을 통과시킨다고 해도 향후 줄줄이 예정돼 있는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측이 몽니를 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은 후보자들에 대한 ‘현미경 검증’을 벼르고 있는 상태다.

이에 일각에서는 여야가 인준처리 시한으로 잡은 오는 31일까지 자유한국당에 대한 여당의 설득작업이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의원총회에서 “오늘 시간을 미뤄가면서 해보려고 했는데 아직은 충분한 논의를 각 당이 못했기 때문에 오늘은 더 이상 진전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내일 정도에 일정을 잡아서 진행시킬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