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보통군사법원이 성소수자 A대위에 유죄를 선고한 데 대해 성소수자 인권단체가 무죄를 주장하며 ‘군형법 제92조의6’의 즉각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군사법원은 24일 오전, 동성과 합의하에 영외에서 성관계를 한 A대위가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을 위반했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에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하 무지개행동) 등 관련 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성소수자의 존엄과 한국 사회의 보편적 인권을 훼손한 군사법원의 판결은 국제적인 망신거리일 뿐”이라며 “성소수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국가야말로 혐오와 차별을 양산하는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성토했다.

무지개행동은 “혐오의 정치로 군림하던 적폐 세력이 물러난 지금, 구시대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새정부와 국회에 ‘군형법 제92조의6’을 즉시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공동행동' 회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성소수자 혐오 없는 나라를 바라는 시민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군형법 제92조의 6’에 대해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5일 SNS를 통해 “이 규정에 의하면 군인 간의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그 밖의 추행’이라 함은 항문성교에 준하는 성행위를 말함)을 처벌한다”며 “그것은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항문성교를 하면, 영 내외를 불문하고, 합의를 한 경우라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하지만 군이 동성애에 대해서만 이 규정을 편파적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이는 처음부터 군인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군형법 제92조의 6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의 사생활 중 가장 내밀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불속 행위를 통제하는 것으로, 현대문명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국가폭력”이라며 “이 규정은 국가가 성생활의 체위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또 “이 규정은 오로지 동성애자에게만 적용되니, 국가가 국민을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로 나누어, 동생애자를 차별하는 것이고, 민간인 동성애자는 처벌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군인 동성애자를 이중 차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따라서 군형법 제96조의 6은 폐지하거나 개정되어야 한다”며 “이것은 이미 유엔의 인권기구(UN Human Rights Committee)마저 대한민국 정부에 강력히 권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자신의 주장은 “영내에서 군의 기율유지상 필요한 성행위 금지도 필요 없다는 게 아니다”면서 현역 군인으로 가서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을 강요받는 경우, 우리 군형법은 강간죄, 유사강간죄, 강제추행죄 등으로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더 나아가 그는 “군 기율을 위해 영내에선 합의가 있더라도 성행위를 할 수 없다고 할 수도 있다”며 “만일 그렇다면,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을 따질 것 없이, 금지공간을 영내로 제한해, 모든 군인에게 차별없이 적용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