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선과정에서 이른바 ‘옥새파동’으로 온라인을 달궜던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1년여 만에 다시 ‘인터넷 스타’로 떠올랐다. 긍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공항에서 마치 공을 굴리듯 캐리어를 넘겨주는 모습으로 네티즌들의 입방아에 오른 것. 이를 두고 각종 패러디물이 이어졌고 해외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화제가 됐다.

사연은 이랬다. 일본 방문을 마치고 지난 23일 귀국한 김 의원은 김포공항 입국장 문을 나섰다. 그런데 수행원, 혹은 관계자로 추정되는 검은 정장의 남성이 다가오자 김 의원은 그를 바라보지도 않고 앞을 응시한 채 자신이 끌고 오던 연두색 캐리어를 쓱 밀었다. 캐리어는 정확히 남성에게 도착했고 김 의원은 태연하게 걸어 나오는 모습이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YTN 등 방송사 카메라에 잡혔고 언론에서는 ‘노룩 패스’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노룩 패스(No look pass)’란 축구나 농구종목에서 패스할 상대를 바라보지 않고 공을 넘겨주는 기술이다. 

네티즌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스로 캐리어를 끌고 나오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상대를 바라보면서 친절하게 건네 줄수도 있었기 때문. 자연스레 김 의원의 권위주의적인 태도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한 트위터리안(Dre*****)은 “걸음걸이마저 거만한!!”이라고 일침을 가했고 ‘ran**********’은 “자기 캐리어는 자기가 옮깁시다”라고 꼬집었다. ‘Jo*****’는 “바른정당에서 나름 그래도 이미지 세탁하려고 했던거 같은데 다 말아먹었네”라고 촌평했다. 또다른 네티즌(@Al***********)은 “김무성님이 컬링선수로 전향하길 바라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글을 남겼다,

▲ <사진출처=가수 이승환 씨 페이스북 계정 캡처>

유명 인사들도 SNS를 통해 ‘노룩 패스’ 논란에 한마디씩 보탰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무성의 가방굴리기 신공’이라는 제목을 달아 “사람위에 사람있고 사람밑에 사람있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같은당의 김광진 전 의원은 “이 상황을 뭐라 말해야할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가수 이승환 씨는 “믿겨져? 저(딴)사람이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일 수도 있었다는게”라며 “쓰고 보니 믿겨짐. 납득이 단박에 감”이라고 자문자답했다.

김무성 “관심도 없고 해명할 생각도 없다”

인터넷 상에는 ‘무스터컬링’이라는 제목의 패러디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영화 포스터 형식의 해당 패러디물에서는 지난 2014년 소치 올림픽 컬링 종목에 출전한 선수들 사이로 김 의원과 연두색 캐리어가 등장한다. 캐리어를 굴리는 김 의원의 모습을 빙판에서 스톤을 굴리는 컬링선수에 빗댄 셈, 김 의원의 행동을 꼬집는 듯 ‘수행원은 좀처럼 부려야 제 맛!’이라는 카피도 담겨있다.

인터넷 쇼핑몰 G마켓은 패러디 마케팅에 나섰다. 자사 트위터에 “노룩패스 자율주행 안 된다고 두번 말했다?”라는 글과 함께 ‘소문만_무성’ ‘바퀴는_스무성’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네티즌들의 웃음을 자아낸 것.

G마켓은 여기에 연두색 캐리어를 구입할 수 있는 웹페이지를 링크했다. 김 의원의 캐리어와 같은 모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색깔이나 모양이 비슷하다. 해당 페이지에는 개그에 가까운 네티즌들의 상품문의가 이어졌다. “노룩 패스하면 누가 받으러 나오나요?” “혹시 자율주행 가능한가요?” “그 유명한 킹무성 캐리어가 맞나요?” 등의 글이 그것이다.

▲ <사진출처=G마켓 트위터 계정 캡처>

김 의원의 ‘캐리어 넘기기’ 신공은 해외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미국의 소셜뉴스 사이트인 ‘레딧(Reddit)’에 김 의원의 ‘움짤’이 게재된 것. 여기에는 ‘한국 정치인의 스웨그(Korean politician swag)’라는 제목이 달려있다. ‘스웨그’란 힙합문화에서 ‘허세’를 뜻한다. 해당 게시물에는 17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김 의원의 ‘손짓’ 한번이 나비효과가 된 셈이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김 의원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듯한 반응이다. 24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게 이상하게 보이나. 보여서 밀어줬는데...”라고 언급했다.

한 기자가 “(관계자와) 눈을 마주치는 부분이 없었다”고 묻자 “그걸 내가 왜 해명해야 하나. 할 일이 없나?”라고 되물었다고. “외신에서도 나오니까 앞뒤 잘린 부분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기자들이 재차 묻자 “관심도 없고 해명할 생각도 없다. 일이나 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