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가운데 원내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 후보자 검증에 당력을 집중할 태세다. 이 후보자와 그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제대로 검증하겠다고 벼르는가 하면 이 후보자의 가족 관련 자료가 제대로 제출되지 않았다며 이를 문제 삼고 나선 것.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적인 지지도가 높은데다가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 역시 대체로 호의적인 상황에서 이같은 움직임이 ‘새 정부 발목잡기’라는 평가에서 얼마만큼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24일 열린 자유한국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집 사본을 들어보이는 정우택 원내대표.<사진제공=뉴시스>

정우택 원내대표(대표 권한대행)은 24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 후보자와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낙연 후보자측은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등 가족의 개인정보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역대 어떤 정부에서도 주요 고위공직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 가족의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경우는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배제한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은 공약집 22페이지에 정확히 기술돼있다”며 “이 후보자는 이 중에서 병역기피, 세금탈루,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등 4가지 원천배제 요건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부인의 그림 강매 의혹 등 여러 가지 의혹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 원내대표는 전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자료제출마저 거부하며 무조건 인준해달라는 것은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오만한 행태”라며 “지금까지 이 정부가 하는 행동을 보면 진심으로 야당에 협조를 구하고 정상적으로 정부를 출범시킬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맹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도 이날 별도의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은 스스로 원칙을 무너뜨린데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관련 인사를 철회함은 물론 재발방지 약속을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관련 공직후보자들은 즉각 스스로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인사청문위원들도 성명을 내고 “후보자의 개인정보 부동의에 의한 자료제출거부 행태는 명백한 인사청문회 방해 행위이며 더 나아가 인사청문 자체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고 이 후보자를 비난했다.

이와 관련, 국무총리실은 지난 22일 해명자료를 통해 “이 후보자는 본인에 대한 일체의 의혹 해명을 위한 자료는 가능한 제출한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라며 “아들의 병역 면제 이후 현재까지 수술 및 치료내역 관련 자료는 사실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제출하지 못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후보자의 지방세 납부현황 및 체납현황자료, 후보자와 배우자의 부동산 거래 현황 등도 임명동의안 서류에 첨부해 이미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만,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이 후보자에 대한 공격이 자칫 딴죽걸기로 비쳐질까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 원내대표는 23일 회의에서 “민주당이 야당시절 했던 것처럼, 공직후보자에 대해 무차별적인 정치공세나 인신공격을 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언급했다.

청문위원인 강효상 의원은 24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마당에 신상털기나 발목잡기가 아니라 국민을 대신해서 반드시 국무총리에 대한 도덕적 검증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맹폭’ 나섰지만…국민들 평가는 ‘긍정적’

자유한국당은 ‘맹폭’에 나서고 있지만 이 후보자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국갤럽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이 후보자가 국무총리로 적합한 인물인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0%가 ‘적합하다’고 답변했다.

▲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는 이낙연 후보자.<사진제공=뉴시스>

반면,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은 5%에 머물렀다. ‘모른다’고 답하거나 응답을 거부한 이는 35%였다.

이는 박근혜 정부 시절 총리지명자에 대한 적합도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정홍원 전 총리의 경우 ‘적합하다’는 의견이 23%에 그쳤으며 이완구 전 후보자와 황교안 전 총리는 각각 39%, 31%를 기록했다. 문창극 전 후보자는 한 자릿수(9%)에 머문바 있다.

이 후보자가 전남지사로 재직하던 시절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리얼미터가 지난 12일 발표한 4월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긍정평가조사(95% 신뢰수준에서 ±3.1%p)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안희정 충남지사(77.7%)에 이어 2위(59.7%)를 차지했다. 이는 자유한국당 소속 광역단체장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김기현 울산시장(56%, 5위)보다 좋은 성적이다.

한편, 이 후보자는 24일 인사청문회에 앞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슨 질문이든 성실히 답변하겠다”며 “어떤 꾸지람도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청문회를) 제 인생을 되돌아보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자리로 삼겠다”는 생각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