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뉴시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외신이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문샤인 폴리시’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15일 “뜻이 아주 나쁘다”며 “정부가 빨리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에서 “20세기 초 미국 금주령 당시 법을 어기고 몰래 술을 만들어 파는 밀주의 대명사가 문샤인이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문샤인’ 용어가 나온 배경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마이클 브린이라는 기자가 미국의 보수지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South Korea enters Moonshine Era’, 남한이 달빛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하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 성이 문씨니까 거기에 붙여서 재치있게 글을 쓴 것 같다”며 그런데 “아주 고약한 것”이라고 뜻을 설명하며 우려했다. 

정 전 장관은 “그대로 고착되도록 놔두면, 결국 햇볕 정책을 계승한다고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션사인 폴리시(Sunshine Policy)’가 마치 달빛 정책인 것처럼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최소한 안보실장이라도 임명되면 여기에 대한 대응부터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이 미국과 보조를 맞춰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 대화의 문호는 열어놓지만 도발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트럼프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보조를 잘 맞춰 한미 간 공조를 해가면서 대북 정책을 추진해나갈 수 있는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난데없이 ‘문샤인 폴리시’라는 딱지가 붙으면, 국민들의 지지나 국제적 성원을 받기가 참 어려울 수 있다”고 용어 사용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마이클 브린이 악의를 갖고 하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나쁘게 쓰일 수 있는 소지가 상당히 높은 표현”이라며 새 정부의 빠른 대처를 주문했다. 

북한의 전날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정 전 장관은 “지난 5월 8~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있었던 미북 ‘트랙 1.5 대화’의 후속조치가 잘 안되니까 장외 압박 전술을 쓴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은 “불똥은 우리한테 튀었다”며 “어제 초기 대응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잘 했다”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내용은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과 궤를 같이 하는 쪽으로 잘 나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한미 공조는 확실하게 기대해도 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조금 센 측면이 있다”고 비교했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 적어도 대북정책에 관해서는 한미가 같은 쪽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미사일 발사 직후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한 깊은 유감을 표하며 동시에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군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어떤 군사도발에 대해서도 대응할 수 있게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기 바란다”며 “외교 당국에서는 미국 등 우방국, 그리고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의 이번 도발 행위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