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사드부지 공사가 채 시작되기도 전에 주요 장비를 성주에 반입했다. 26일 자정에 이동식 발사대 6기, 레이더, 요격미사일 등 사드 장비는 심야작전을 펼치듯 들어왔고 4시간여 만에 모두 반입됐다. 사드 운용을 위해 이제 남은 과정은 환경영향평가와 시설 설계, 장비 배치 공사 등이다.

▲ 26일 새벽 경북 성주골프장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진행되자 이를 반대하는 주민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사드 장비가 기습적으로 성주에 들어온 이유에 대해 국방부는 이날 입장자료에서 “한미 양국은 고도화되고 있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사드체계의 조속한 작전운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이번 조치는 가용한 사드 체계의 일부 전력을 공여 부지에 배치해 우선적으로 작전운용 능력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은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박광온 공보단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성주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기도 전에 성주주민의 반대를 무시하고 사드장비부터 먼저 반입한 것은 사드배치가 국민합의는커녕 기본적 절차조차 지키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드 기습배치는)차기정부의 정책적 판단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며 “절차조차 무시한 이번 장비 반입 강행의 배경은 무엇인지, 그리고 국방부와 우리 군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분명히 밝히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 손금주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사드배치는 한미정부간 합의에 따라 국내법 절차를 준수하고 일정대로 진행돼야 한다”면서 “특히 사드장비 반입과정에서 반대하는 주민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부분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손 대변인은 “충돌과정에서 부상당하거나 실신한 분들도 계시다고 하니 걱정이다.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란다”며 “군의 존재목적은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국방부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성주에는 경찰 8천여 명이 배치돼 200여명의 주민을 막아섰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에 따르면, 사드 기습배치 과정에서 총 12명의 주민이 갈비뼈 골절 등 부상을 입었고, 박희주 김천대책위 공동위원장이 경찰에 연행됐다.

▲ 26일 오전 경북 성주골프장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진행되자 이를 반대하는 주민과 원불교 신도들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반대'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편, 온라인상에서는 사드 기습배치를 두고 대선결과 변수를 제거하기 위한 ‘알박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iron_****’는 “문재인은 사드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안철수는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섰고, 유승민 홍준표는 절대 찬성”이라며 “저러니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권이 사드 알박기를 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밖에도 네티즌들은 “이게 나라냐? 이게 주권군가야? 이런 게 안보야?”, “이거 오는 거 숨기려고 항공모함 온다고 개뻥쳤구나?”, “대선후보들 TV토론할 때 사드는 이동중이었네?”, “국민합의 없는 사드는 미국이 심어 놓은 시한폭탄”, “대선후보들 토론하는 그 순간 사드는 이동중이었다. 제대로 개돼지 취급받은거지. 진짜 이런 굴욕 또 있나?”, “미국 본토 보호하려고 우리나라만 멍드네”, “미국은 한국을 주권국가로 인식하고 있기는 한거냐?”, “대선 이후에 절차논의 다시 하는 게 맞다. 사드배치 재논의하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