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2013년 큰 파장을 일으켰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 여성 성추행 의혹 사건’ 관련 박근혜 정부가 관련 문서를 파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9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윤 전 대변인이 사건 발생 당시 자필로 쓴 진술서를 외교부로부터 입수해 공개했다. 

이희일 국제법과학감정연구소장은 해당 진술서와 최근 윤 전 대변인의 필적을 비교한 결과 “동일인의 필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은 박근혜정부 초대 대변인으로 2013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 방미 수행 중 성추행 의혹 사건을 일으켜 전격 경질됐다. 

윤 전 대변인은 당시 기자회견에서의 주장과는 달리 2013년 5월9일자 진술서에는 “000를(허리가 아닌 다른 부위) 1회 가볍게 두르려 준 사실이 있다”, “제 상태는 나체였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는 “한차례 툭 치면서 ‘앞으로 잘해’라고 말했을 뿐”, “속옷” 차림이었다고 주장했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첫 사과문을 발표하며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사실 관계가 밝혀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고, 미국 측의 수사에도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관련자들은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윤창중 전 대변인을 경질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고 미국측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약속과도 다른 대응을 한 정황들이 나왔다. 

당시 주미 대사관은 법률적 검토 내용을 사건 발생 다음날 청와대에 보고했는데 워싱턴DC는 연방법이 적용되는 지역으로 성추행 범죄가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심각하게 다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주미 대사관은 “연방형법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1년 이상 자유형에 처해질 수 있으므로 조약 및 법률상 미국의 범죄인 인도 청구가 가능하다”며 사건이 커질 수 있는 점을 지적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진술서에도 “저는 ‘여기서 해결하고 싶다’고 항변했더니 이남기 홍보수석은 ‘잘못하면 이 문제로 정상회담과 방미 성과가 엉망이 될 수 있으니 빨리 귀국하라’고 했다”고 나와 있다. 

관련 전 청와대 관계자는 “‘윤창중 사건으로 첫 방미 성과가 축소돼선 안 된다’, ‘그러니까 최대한 막아라’, ‘미국에 로비해서 형량도 낮추고 조용히 끝내라’고 청와대에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청와대에 정보 공개를 요청했지만 “개인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어 공개할 수 없음”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또 문서를 제보 받은 외교부에도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직무상 비밀로 취급되고 있으므로 관련 사항을 확인해줄 수 없음”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아울러 제보 받은 문서가 2013년 이후 비밀문서에서 일반문서로 재분류된 사실을 발견하고, 2013년 5월 한달동안 외교부에서 작성한 문서 목록을 조사했지만 ‘윤창중 사건’ 문서는 없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권력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보다는 ‘공권력이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며 “뒤에 청와대가 지시하지 않고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소연 한국기록학회장은 “비밀이든 파기하는 기록이든 그런 기록이 있었고 어떤 절차에 걸쳐 파기되었다는 기록은 남아야 한다”며 “파기하면 그건 무조건 불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