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진(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의원 72명의 서명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후 추가돼 총 82명이 참여했다. 왼쪽부터 박대출 의원, 조 의원, 이완영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새누리당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확산을 막으라는 청와대의 지시를 따랐다는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82명이 ‘박근혜 불구속 수사 촉구’ 청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29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옛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지난해 10월경 ‘국정감사 참고자료’라는 제목의 문서를 전달받았다. 

최순실 의혹에 대한 반박 주장을 담은 것으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모금에 청와대 개입’의 경우 “두 재단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발적으로 설립해 청와대는 모금 과정에 개입한 바 없다”라고 제시하고 있다. 

또 야당의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 후를 대비해 청와대가 만든 제2의 일해재단’이라는 예상 주장에 대해 “야당 측이 증거도 없이 단지 의혹만을 가지고 정권비리·비선실세를 운운하는 것은 국정운영 발목잡기를 위한 정치공세”라고 대응 논리가 적혀 있다. 

이런 가운데 친박 조원진·이완영·박대출 등 자유한국당 의원 82명은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접수실에 박 전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뉴스1에 따르면 이들은 청원서에서 “검찰 수사상 역대 전직 대통령 중 최장인 21시간을 성실하게 임한 전직 여성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국가의 품격과 대내외적 파장,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생각할 때 가혹한 처사”라고 ‘여성’ ‘국가의 품격’을 강조하고 ‘동정론’에 호소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경제적 이익을 취한 일이 없다”며 “무리하게 형평성을 기준으로 수의를 입히거나 포승줄로 묶는 것은 구속의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수만 페이지의 수사기록이 있고 관련자 대부분이 구속돼 증거조작과 인멸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사택에 사실상 감금된 상황이라 도주 우려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사안의 중대성, 증거 인멸 우려, 공범과의 형평성 원칙을 사유로 밝혔다. 

이같은 내용의 청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조원진 의원은 서명한 의원들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헌법재판소에 탄핵 기각·각하 탄원서를 제출했을 당시에도 59명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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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가의 품격, 증거조작·인멸 불가능 등의 황당무계한 이유를 들었다”며 “박 전 대통령은 파면으로 이미 국가의 품격을 세계적으로 충분히 손상시켜왔다”고 비판했다. 

또 고 대변인은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결정적인 이유가 증거 인멸 우려임을 자유한국당이 모를 리 없다”면서 “청와대는 단 한차레도 압수수색을 허용하지 않았는데 누구의 의중인지 모두가 짐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 대변인은 “구속 수사 여부를 평가하는데 전혀 불필요한 ‘여성 대통령’을 운운하면서, 도리어 전직 대통령으로의 최소한의 품위마저 손상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양순필 수석부대변인은 “법원에 청원한 이유가 ‘전직 여성 대통령의 구속은 가혹한 처사’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며 “자유한국당의 인권은 박 전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나”라고 비난했다.

양 대변인은 “전신인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로 자식 잃은 엄마들이 길바닥에 나와 단식을 할 때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 없다”며 “일부 극단적 세력이 유가족들을 조롱·모독해도 방조 심지어 조장하기까지 했던 당”이라고 비난했다.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청와대의 ‘국정감사 최순실 의혹 물타기’ 가이드라인 의혹과 관련 “국정감사장에서 ‘최순실’의 ‘최’자만 나와도 ‘정치적 공세’라며 몰아붙이며 청와대와 정부를 감쌌던 새누리당의 행태는 철저하게 짜인 각본과 오더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추 대변인은 “청와대 대책 문건에 따라 움직인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은 당장 사실여부를 밝히라”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불명예를 넘어, 국회의원 자격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SNS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서명한 명단을 밝히지 않는 것에 대해 “국회의원은 공인인데 떳떳하게 이름을 밝히지 않는 걸 보니 뒤가 구리구나”, “정계에서 퇴출시킬 ‘적폐청산 명단’이네”, “국민들 세금 빨아드시면서 아직도 정신 못 차리셨구먼”, “국민의 70%가 구속수사를 촉구한다”, “자유당은 명단을 공개하고 의원직을 사퇴하라”, “왜 못 밝히삼? 국민의 뜻과 법의 형평성에 도전하는 의원 공개하라”, “법치국가를 부정하는 이런 자들이 국회의원이라고..”, “법위에 군림하려한 범법자를 불구속 청원하는 자들에게 피같은 세비를 지급하네”, “의원직 사퇴해야 될 실패한 정권의 박근혜와 공동책임자들이다”, “정치인이 사법부의 결정에 개입하려 하는 것,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 행동”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