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는 2월25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박근혜 퇴진 17차 광주 시국 촛불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진을 담은 10×20m 크기의 대형 현수막을 찢으며 '박근혜와 부역자들 구속처벌', '적폐청산', '자유한국당 해체' 등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당연한 결과이지만 10일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 인용 결정을 크게 환영한다. 이 같은 인용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관들의 용기와 여기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은 모든 국민들에게 넘치는 경의를 바친다.

우리는 우리의 헌법 정신이 살아 있음에 온몸으로 감격하며 이 땅에 다시 입을 맞춘다. 우리는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과 2항의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사실과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우리가 이 땅의 주인임에 크나큰 자부심을 느낀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그리고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으로 박근혜를 탄핵하여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었음을 선열들과 온 세상에 고하는 바이다. 사실 박근혜가 탄핵되어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칠 만큼 많았으며 그녀가 이런 결과를 맞이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해방 후 우리 민족을 좀먹고 부패하게 만든 모든 적폐의 진수라 할 수 있는 박근혜와 그 정권을 국민의 이름으로 물리치고 승리하였음을 선언하며 이는 1백여 년을 이어온 민족해방 전쟁을 이은 큰 승리임을 당당하게 외친다.

이 승리는 지난 4개월여의 결코 멈추지 않고 촛불 전투를 가열차게 벌여온 온 국민의 승리다. 그동안 촛불 투쟁으로 온 세계가 우리 국민들을 주목해 왔으며 결국 탄핵을 이끌어낸 우리 국민의 결연함에 놀라움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탄핵제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230년 역사 동안 하원에서 3명의 대통령이 탄핵소추 되었지만 상원에서까지 가결돼 파면된 대통령은 없었다. 그만큼 초유의 결과를, 프랑스 대혁명에 버금가는 결과를 무혈혁명으로 우리 국민들이 이루어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 승리를 또다시 저 적폐 세력들의 손에 맡길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오늘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이 값진 승리를 어찌 이어나가야 할 지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박근혜라는 대통령 하나를 하야시키자고 그 추운 겨울에 촛불을 든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제 우리는 미완의 민족 해방을, 독립의 완성을 이루어야 한다. 이는 이번 촛불을 든 국민들의 외침에서 절절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그동안 우리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승리의 기쁨을 무산시켜 역사를 후퇴시킨 뼈아픈 경험들을 수없이 가졌었다.

선열들의 피로 얻어낸 독립이 반민특위의 무산으로 친일파 청산의 기회를 놓쳤을 뿐 아니라 민족분단과 전쟁이라는 소름끼치는 역사의 반동을 경험했으며 4.19 혁명이 5.16 군사 쿠데타로, 80년 서울의 봄이 광주학살로, 87년 6월 항쟁이 3당 야합으로 무산되는 등 우린 친일 잔재세력과 독재부역 세력들의 준동으로 인한 역사의 후퇴를 수없이 경험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선열들의 민족 해방전쟁과 4.18, 광주항쟁, 그리고 6월 항쟁의 정신을 이어받은 촛불혁명을 통해 대한민국 모든 적폐의 총집결이었던 박근혜와 그 무리들을 끌어내리는 쾌거를 이룩하였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이 승리를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를 지나간 역사를 교훈 삼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는 결국 ‘적폐청산과 개혁’을 어떻게 이루어 내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우선 가장 우려되는 일은 탄핵으로 대통령 부재상태가 되면서 곧바로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어 촛불 승리의 결과물이 대통령선거에 이용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권의 의도들은 대선에 출마한 후보 진영들의 발언에서 쉽게 확인되고 있다. 이들은 촛불의 민심을 정치혁명으로 완성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87년 체제’를 넘어서야 한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며 촛불 혁명의 의미들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끌어당기고 있다. 촛불의 정신을 승계하는 것이 현 대선 정국의 시대정신인 만큼 자신들이 촛불을 이어받았다고들 앞 다투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촛불과 같이하는 것을 자신의 대권을 차지하는 데 지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정권창출의 수단으로 이용한다면 결국 이로 인해 촛불혁명이 변질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어떤 정치세력도 촛불이 요구했던 적폐청산, 개혁 보다 자신들의 대권을 앞에 둔다며 짧게는 대선에서 길게는 역사 앞에 심판받을 것임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정권교체는 이미 이루어진 것이고 그렇게 교체된 정권이 해야 할 일은 촛불혁명을 이룬 국민들의 요구를 받들어 적폐를 청산하고 개혁을 온전하게 이루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그 적폐가 무엇인지는 이번 촛불 정국에서 국민들이 정확하게 지적하였다. 촛불집회에서 표출된 청산되어야 할 적폐는 ‘재벌총수 구속, 헬조선 헬직장 바꾸기, 검찰개혁, 만18세로 선거자격연령 낮추기, 사드배치 철회, 한일 군사협정 폐기’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를 정리하자면 대한민국이 청산해야 할 적폐로는 ‘친일잔재세력 청산’, ‘독재부역세력 청산’ ‘정의로운 사회 건설’. ‘재벌 해체 및 경제 정의 실현’, ‘한일 위안부 협정 폐기 및 한일 군사협정 폐기’ 등으로 요약된다. 최소한 이 적폐들을 청산해야만 살만한 대한민국 개혁이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것이 이번 촛불혁명을 통해 나타난 국민들의 뜻이다.

▲ ⓒ 뉴스프로

박근혜 집권 기간 가장 많이 나왔던 탄식이 ‘이게 나라냐’는 말이었다. 나라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촛불은 적폐청산에 이어 사회 각 분야의 개혁을 요구했다. 국민들이 꼽은 개혁대상으로는 ‘‘검찰 개혁’(30.3%), ‘관료 개혁’(24.0%), ‘언론 개혁’(15.9%), ‘재벌 개혁’(11.7%), ‘격차 해소’(4.05%)‘ 등으로 나타났다.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되고 평등이 실현되며 열심히 노력하는 자가 그 열매를 갖게 되는 사회, 사회안전망이 작동하여 그 누구도 돈 없고 약자라는 이유로 위험에 노출되고 생명을 버리게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 전 분야에 걸쳐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 낼 것인가 청사진을 보여주는 정치권이 되어야 하고 그런 후보들이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대선이 되어야 촛불혁명의 정치적 완성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촛불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아니라 이 나라를 제대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박근혜는 해방 후 이 민족에게 드리운 모든 적폐들이 다 모여든 적폐의 총집결체였다. 박근혜가 아니었다면 그 누가 이 모든 반민족 적폐세력들을 한곳으로 모아둘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차마 감사한 마음마저 든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이번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혁명으로 박근혜로 대표되는 친일독재재벌 부역 반민족 세력과 민족의 명운을 건 전쟁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백년 전쟁을 이어온 민족 해방전쟁의 연장이며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으로 우리는 감격스러운 잠시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우리는 이 잠시의 승리를 영구적인 승리로 만들기 위해 반드시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해내야 한다.

1945년 해방이 되자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는 새로운 나라를 건설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자세를 천명하였다.

▲우리는 완전한 독립국의 건설을 기함.
▲우리는 전 민족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기본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민주주의적 정권의 수립을 기함,
▲우리는 일시적 과도기에 있어서 국내 질서를 자주적으로 유지하며 대중생활의 확보를 기함.

해방을 맞은 우리 선열들이 세우고자 했던 나라 또한 지금 우리가 갈망하는 나라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런 나라가 이제 제대로 건설 되어지는 지를, 촛불혁명이 요구한 민족적 과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우리는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위대한 촛불혁명의 승리를 이끌어낸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오체투지로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