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가 당원권이 정지된 이후 5년여 만에 여의도 당사를 찾아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했다.

홍 지사는 ‘성왕종 리스트’에 연루돼 자신이 대표 시절 마련했던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다. 당원권이 정지된 사람은 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없다.

9일 <노컷뉴스> 등에 따르면, 홍 지사는 이날 인 위원장과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이 인용이 되든 기각이 되든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이 옳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대표에게 사과 말씀을 준비하시는 게 옳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들이 우파 정부 전체를 불신한 게 아니라 박근혜 정부를 불신한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우파 정부가 일어설 수 있는 대외적인 조건은 충족이 돼 있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대통령 탄핵 결론이 나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봤다.

특히 이날 홍 지사는 인 위원장에게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라 당비를 안 내고 있다”며 “때가 되면 당비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당 복귀를 시사했다.

다만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초상집 상주가 되기 위해 출마하지는 않겠다”며 “나라를 운영할 자신이 서고 당당할 자신이 있다고 봤을 때 출마를 한다고 한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이날 홍 지사가 인 위원장에게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자 온라인상에서는 냉소 반응이 잇따랐다.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내방해 인명진(오른쪽) 비대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인섭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정치인의 인사각도’란 제목의 짧은글에서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오면 정치인은 90도 각도로 내려간다”며 하지만 “그거 믿으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평소의 ‘인사각도’를 잘 봐야 한다”고 강조하며 “높은 사람 말고 서민들에게 하는 (평소의)인사각도”라고 덧붙였다.

또 네티즌들은 “존경의 의미가 아니라 당원권 회복 구걸로 보이네”, “원래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허리가 잘 접혀”, “국민에게 90도 인사를 해야지!”, “참으로 가관이다. 들어오라고 하는 사람이나, 들어가려고 살피는 사람이나”, “요즘 정치 보면 코미디 보다 더 웃겨”, “간신의 조건=강자에게 굴복하고, 약자에게 자비가 없다”, “재판도 안 끝났는데! 대법에서 유죄나면 어쩌려고?”, “권력이 뭔지”, “국민 앞에, 서민 앞에, 약자 앞에선 그렇게 당당하더니”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