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우리에겐 친숙한 단어다. 하지만 막상 민주주의에 대해 말하려면 얼버무리는 사람이 많다. 이런 때에 민주주의에 대한 책이 출간되었다. 바로 박승옥 기적의협동조합 상임이사가 쓴 <내가 알아야 민주주의다>란 책이다.

이 책에는 민주주의의 어원부터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 그리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광장 민주주의에 대해 담고 있다. 더 자세히 듣고 싶어서 지난 20일 서울 혁신센터에서 저자인 박승옥 이사장을 만났다.

책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박 이사는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에 대해서 이른바 선거 민주주의나 정당 민주주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고 민주주의라는 것은 선거나 정당 중심이 아니라 주권자들이 정책 결정을 직접 하는 거다. 제도로 보면 국민 발의나 국민 투표가 민주주의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이 책에서 권력자가 없는 게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이유로 박 이사는 “인민이 주권자로서 통치하는 거다. 그러면 모든 인민이 주권자로서 통치하기 때문에 권력자가 생길 수 없다”면서 “우리에게 대통령이라는 것은 민주주의의 대리인이 아니라 제국의 왕이다. 조선 시대 왕보다 대통령의 권력이 훨씬 많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권력이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박승옥 기적의협동조합 상임이사 ⓒ 이영광 기자

우리는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하지만 박 이사는 선거를 꽃이 아닌 민주주의 보조장치라고 했다. 이유로 “현재 헌법 체제에서 선거는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게 민주주의 핵심은 아니라는 거다. 기본적으로 어떤 정책이든 간에 국민이 결정할 수 있도록 국민 발의와 국민투표가 상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 특이한 점은 인민으로 처리했다는 점이다. 인민이라는 단어를 아름다운 말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사용한다는 이유로 금기어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인민이란 단어를 왜 썼을까? 이에 대해 박 이사는 “인민이라는 건 헌법 초안에도 썼던 말이고 이승만 전 대통령도 썼다”면서 “말만 하면 낚인 찍으니 이런 것부터 제대로 써야만 사상의 자유가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사상의 자유가 억압되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박승옥 이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민주주의는 선거‧정당 중심 아닌 주권자들이 정책 직접 결정하는 것”

- 지난 1월 <내가 알아야 민주주의다>란 책을 출간하셨잖아요. 책에 대해 어떤 반응이 있어요?

“반응 별로 없는 것 같아요(웃음). 읽어보신 분이 전화를 주시더라고요. 하지만 아직은 크게 반응이 있는 건 아닙니다. 이 책 자체가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 특히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에 대해서 이른바 선거 민주주의나 정당 민주주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고 민주주의라는 것은 선거나 정당 중심이 아니라 주권자들이 정책 결정을 직접 하는 거죠. 제도로 보면 국민 발의나 국민 투표가 민주주의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 책을 쓰게 된 겁니다.”

- 책에 보니 데모크라시 변역에서 문제가 있었다던데.

“책에 있는 것처럼 그 당시 중국, 조선, 일본에서는 이걸 민주정이라고 하지 않고 이데올로기로서 민주주의라고 번역한 것은 뜻이 있었던 것입니다. 서구의 민주정을 동양 3국에서는 말하자면 격상시켜서 하나의 정치 체제일 뿐만 아니라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 신념까지 포함해서 받아드린 거죠. 그래서 민주주의라고 번역한 겁니다, 원래는 데모크라시를 번역할 때는 인민정이나 민주정이라고 해야는 데 이걸 민주주의라고 해서 지금도 쓰는 거죠.”

▲ <내가 알아야 민주주의다 - 우리 삶과 세상을 바꾸는 주권자 정치> (박승옥 (지은이) | 한티재 | 2017-01-25)

- 거기서 오는 문제점은 뭐죠?

“저는 문제점보단 잘 번역했다고 봐요. 왜냐면 하나의 민주주의라는 것이 서구에서 중세를 거치면서 자치도시의 경험이 있어요. 내부에서 계몽 시기에 피란체에서도 민주정을 실험했었는데 우리는 오랫동안 왕조 체제에 있었기 때문에 이걸 받아들일 때 하나의 정치체제뿐만 아니라 하나의 정치적인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인 건 잘했다고 봐요.”

- 조선 시대에 붕당정치라는 게 있었잖아요. 그래서 우리나라가 민주주의를 더 쉽게 받아들인 건 아닐까요?

“넓게 보면 그럴 수도 있겠죠. 왜냐면 왕권만 독점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신하들이 서로 대립하면서 의견을 제시하는 등이 그나마 왕정이나 참주정 보다는 귀족정이라서 낫죠.”

-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서 권력자가 없는 게 민주주의라고 하셨어요.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인민의 통치죠. 인민이 주권자로서 통치하는 거예요. 그러면 모든 인민이 주권자로서 통치하기 때문에 권력자가 생길 수 없는 거죠. 권력자가 없는 게 민주주의에 맞습니다. 현대 스위스에서도 기본적으로 스위스의 국회의원이나 연방정부의 장관들 특히 대통령 1년씩 돌아가며 맡고 있는데 스위스에 기본적으로 정부에는 권력자가 없어요. 이게 민주주의의 제대로 된 체제이고 우리가 좀 있으면 대선일 텐데 우리에게 대통령이라는 것은 민주주의의 대리인이 아니라 제국의 왕이에요. 조선 시대 왕보다 대통령의 권력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권력이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죠. 즉 권력이 집중된 권력을 해체하고 해산하는 게 민주주의라는 거죠.”

“선거가 민주주의 핵심 아냐…국민발의‧국민투표 상시로 이뤄져야”

- 앞서서 집중된 권력을 해체하고 해산하는 게 민주주의라고 하셨잖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해체될까요?

“대선이 끝나면 개헌을 할 텐데 수많은 주권자들이 나서서 우선 지방자치도 해야 하는 거고 권력의 나눔을 직접 요구를 해야겠죠.”

- 지금 개헌 얘기가 나오잖아요. 하지만 지금 나오는 건 권력구조 개편이에요. 국민을 위한 개헌 얘기는 안 나오는 것 같은데.

“국회에서 하는 권력 구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너무 당연한 거고 국회의원들이 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주권자들이 다양하게 요구를 해야 합니다. 요구하지 않으면 안 바뀌어요.”

- 2부에서 민주주의의 오해입니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데 이 책에선 선거를 민주주의의 보조장치라고 한 게 색달라요.

“현재 헌법 체제에서 선거는 대단히 중요하죠, 선거를 통해 체제를 조금씩이라도 바꿔나가잖아요. 평화적이고 합법적으로 민주 공화국 체제를 조금씩 개선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장치지만 이게 민주주의 핵심은 아니라는 거죠.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 핵심을 탈환하고 기본적으로 어떤 정책이든 간에 국민이 결정할 수 있도록 국민 발의와 국민투표가 상시로 이루어져야죠.”

- 그럼 선거보다는 투표가 더 중요한가요?

“민주주의 지표로서 스위스가 직접 민주주의를 하잖아요. 스위스는 포럼 같은 걸 운영하는데 거기서 민주주의 지표로 구성하고 발표해요. 발표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지표가 뭐냐면 국민투표와 국민 발의입니다. 물론 국민 소환제도 있죠. 사람에 대해서 투표를 하거나 선거를 하는 것보다는 정책에 대해 하는 걸 가지고 지표로 삼고 있죠. 그래서 국민발의, 국민투표를 민주주의의 지표로 보는 겁니다.”

-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내용도 있어요.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하셨던데.

“엄밀히 말하면 아니죠. 왜냐면 대의라는 것은 주권자가 권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맡겨서 하는 것이잖아요. 인권과 마찬가지로 주권도 위임하는 순간 없는 거예요.”

- 하지만 5천만 명이 다할 수는 없잖아요.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방법이 다양하게 있어요. 그리고 그것은 기본적으로 국가 차원에서만 선거, 대의. 투표 등만 놓고 보니 그런 거고 우리가 국가 내에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단위는 국민 국가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지방 정부가 따로 있죠.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영역이 따로 있기 때문에 이걸 가지고 우리가 연방제를 채택하는 것이 맞는 거죠.”

- 우리나라를 민주 공화국이 아닌 참주 공화국으로 규정하셨어요.

“참주 공화국 맞지 않나요? 선거로 뽑혀서 처음에는 하려고 했지만 지금 보니 이런 상황이죠. 저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권력이 있으면 측근 비리 나올 수밖에 없고 호가호위 당연히 합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수사 수용 입장을 밝히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지금 나오는 게 이원집정부제로 대통령은 외치하고 총리는 내치하는 것이잖아요. 이걸 하면 달라질까요?

“똑같아요. 이원집정부제를 하는 서구국가들 봐요, 거기도 추문, 부정, 스캔들이 계속 나오잖아요.”

-우리나라는 인터넷이 발달되어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할 것 같아요.

“저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인터넷을 활용해서 더군다나 인터넷은 주권자들이 참여해서 의견을 나누는 공론의 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죠.”

- 그럼 국회의원은 필요 없나요?

“아니죠. 대의가 필요한 영역이 있겠죠. 그러나 기본적으로 국가 운영이나 지자체의 운영은 주권자들이 기본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체제고 대의 할 수 있는 게 있겠죠.”

“인민, 헌법 초안에도 썼고 이승만도 썼던 말”

- 민주주의는 시민이 이끌어 가는 것이잖아요. 현재 우리나라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매주 촛불집회가 열리는데 어떻게 보고 계세요?

“촛불이 우리를 확 바꾼 거죠. 사람들이 직접 나왔기 때문에 탄핵도 이뤄진 거고 권력이 뒤로 물러났잖아요. 탄핵이 인용되고 대통령이 뽑힐 텐데 그 2개월 동안 수많은 촛불에 참여한 주권자들이 그런 정책을 요구해야 된다고 봐요.”

- 보통 시민이라고 표현하는 데 이 책에서 인민으로 표현하셨던데 이유가 있나요?

“인민이라고 쓰면 빨갱이나 종북이라고 하는데 그런 게 아니라는 거죠. 이런 것부터 바꿔야죠. 말에 이데올로기가 있나요? 하다 보니 생긴 거죠. 인민이라는 건 헌법 초안에도 썼던 말이에요. 그리고 이승만 전 대통령도 쓰셨어요. 그러나 말만 하면 낙인 찍으니 이런 것부터 제대로 써야만 사상의 자유가 있죠.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사상의 자유가 억압되었죠. 제가 인민에 대한 어원 등을 쓴 글이 있어요. 인민이라는 말은 써야 한다고 봐요. 국민이라는 말은 어떻게 보면 국가주의 용어예요.”

- 인민과 시민의 차이는 뭐죠?

“시민은 번역어인데 부르주아라는 자본가 계급을 지칭하는 게 시민이었어요. 그러나 우리는 모든 주권자를 시민이라고 하죠. 이중적 의미로 시민이라는 말을 쓰고 있어요. 시민, 국민, 인민은 똑같은 얘기인데 굳이 구분하자면 그렇다는 거죠.”

▲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제15차 범국민행동의날(15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조기 탄핵과 특검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이 책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뭔가요?

“주권자로 잘살자는 것이고 잘살려면 우리가 알아야 하고 만나서 결사해야 한다는 거죠.”

- 책에 못 담은 게 있나요?

“많아요, 못 담은 얘기는 앞으로 소책자로 내려고 하는데 예를 들어 주권자 자율이라는 게 뭔지 그리고 우리는 왜 전쟁을 했으며 막지 못했는지 등의 얘기죠.”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책 많이 보시고 촛불집회 가세요. <GO발뉴스>만 열심히 보지 마시고 지역에서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민주주의와 지역 현안에 대한 얘기 등 옆에 있는 사람을 둘러보면서 만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