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30일 시작된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에서 관심 포인트 중 하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였다. 물론 이번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지만 삼성 또한 우리 사회의 성역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현 정국 초미의 관심사였다.

특검은 지난 1월 16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하지만 조의연 판사는 19일 새벽 4시 55분경 영장을 기각했다. 조 판사에 대한 비판이 쇄도했고 ‘거리의 변호사’로 잘 알려진 권영국 변호사는 법원 앞에서 이를 규탄하는 노숙 농성을 제안했다. 법조인과 법학자 등 200여 명이 노숙농성에 참여하거나 현재 동참할 뜻을 밝혔다.

권영국 변호사를 지난 1일 서초동에 위치한 법원 앞 노숙농성장에서 만나 법원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 기각이 갖는 의미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권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거리의 변호사’로 잘 알려진 권영국 변호사는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하자, 법률가들의 법원 앞 노숙농성을 제안했다. ⓒ 이영광 기자

-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난달 19일 새벽부터 법원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해 오시고 계시잖아요. 한겨울이라 힘드실 것 같은데, 어떠세요?

“물론 한겨울이라서 춥긴 춥죠. 그래도 천막이 바람을 막아 줘서 견딜만합니다.”

- 반응이 있나요?

“시작할 때 여러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기도 했죠. 그 이후 시민들께서 끊이지 않고 방문해지지, 걱정 해주고 공감을 표시하기도 하는 등 관심을 가져주고 계세요. 그리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여러 SNS에서 보면 꽤 많이 저희 소식을 전파해 주시기도 하고 공유해 주세요.”

- 법원은요?

“법원의 반응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대외적으로 의견 표명이 나온 게 없기 때문이죠. 얼마 전에 판사 한 분이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서 영장 전담 판사 시스템에 대해서 비판적인 글을 써서 내부망에 올린 게 기사화된 적은 있습니다. 영장 전담 판사 자리에 주로 승진을 앞둔 판사로 배치하는 등 눈치를 보게 만드는 시스템에 대해서 지적하는 글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문형표는 구속됐는데 최대수혜자 이재용은 불가?…앞뒤 안 맞아”

-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노숙 농성을 먼저 제안하셨잖아요. 노숙농성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나요?

“특검에서는 헌정 유린과 국정농단 게이트 사건과 관련하여 삼성 뇌물죄, 정유라의 부정입학과 학사 비리 그리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를 진행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처음부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게 바로 삼성 뇌물죄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재벌 수사에 상당한 난관이 조성되었죠.

법원의 이재용에 대한 영장기각은 과연 법리적으로 타당한가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면 법원이 이미 국정농단이나 삼성뇌물죄 관련자들에 대해 다수의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있었죠. 특히 삼성 뇌물죄와 관련해서 직접 연관된 사람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인데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을 동원해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의 불공정한 합병안에 찬성하도록 지시를 하였죠. 이것은 삼성이 최순실 일가에 지원을 약속하고 거기에 대한 대가로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직접적인 관련성 있는 합병안에 찬성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고리 역할을 한 문 전 장관은 이미 구속영장이 발부돼 있었어요. 그런데 합병안의 최대수혜자인 이 부회장은 대가관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을 시켰어요. 이건 앞뒤가 맞지 않는 거잖아요.

또 하나는 구속영장 발부의 실체적 요건으로 죄를 범하였다고 상당히 의심할만한 사유가 있으면 되는 것이지 죄를 범하였다고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삼성그룹이 자기와 아무런 비즈니스 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 430억이라는 엄청난 액수를 지급하거나 하기로 약속하는 것은 도저히 정상적인 거래관계라고 볼 수가 없는 거죠. 그리고 분석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3조 2천억에 가까운 이익을 얻게 되는 불공정한 합병안 찬성에 국민연금과 청와대 그리고 대통령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430억 원이라는 거액을 지원하기로 약속하고 국민연금이 수천 억 원의 손해를 보는 불공정한 합병안에 찬성하고, 그 직후 약속한 지원을 개시하는 전후 사정을 볼 때 대가관계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죠.

▲ 430억원대의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의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9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용 구속요건, 증거인멸 염려 여부로 판단해야”

구속 사유라는 게 죄를 범하였다고 증명되는 게 아니고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으면 되는 것인데 말입니다. 이미 의심할만한 정황은 위 전후 사정만으로도 소명되는 것이고, 그럼 다음으로 구속요건으로 주거 부정, 도주 우려 또는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삼성 이재용과 대통령 사이의 뇌물죄 사건에서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의연 판사가 증거인멸의 염려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한 흔적이 결정문에 보이지 않아요. 오히려 주거환경과 생활환경을 고려한다고 했죠. 주거환경이라는 건 도주의 우려를 판단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요소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특검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가장 핵심적으로 구속사유로 주장한 것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는지 여부였을 것입니다. 이 부회장은 특검 이전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나와서 계속 거짓말을 했죠. 그리고 특검 조사 과정 여러 차례 말을 바꾸며 나중에는 ‘컨설팅계약을 하고 돈을 보낸 건 맞는데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다’며 자기는 피해자라고 말을 바꿨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거짓말이에요. 그것은 결과적으로 사실관계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끼워 맞춘다는 것으로 증거인멸의 주요한 단서예요. 그렇기 때문에 특검에선 국정조사에서 위증한 것을 고발해 달라고 요청했고 실제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위증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구속이 되었죠.

‘위증’ ‘말바꾸기’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재벌총수 봐주기”

그런데 유독 이 부회장만은 위증하고 말 바꾸기를 여러 번 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는데,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법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재벌총수 봐주기 결정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죠. 법 앞에 평등이라는 법의 정신에 입각해 볼 때 매우 차별적인 법 적용이 아닐 수 없다고 보게 된 것이죠. 법이라는 이름으로 법의 정신을 훼손하였으므로 법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는 법률가들이 직접 문제제기 하는 게 바람직하겠다고 생각을 해서 구속영장 기각된 다음날 곧바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노숙농성에 돌입하게 된 거죠.”

- 기각 예상은 못 하셨어요?

“기각결정이 날 때 저는 일이 있어서 포항에 있었는데 새벽에 일어나서 텔레그램 채팅방에 누군가 ‘ㅠㅠ’ 표시를 올렸더라고요. 영장 발부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기각될 거라곤 예상을 못 했어요. 말문이 막히더군요. 아, 역시 삼성에게는 안 되나보다 절망감부터 들더군요. 수백억을 아무 관계도 없는 제3자에게 약속하고 삼성의 구조개편 그리고 경영권 승계에서 가장 직접적인 고리 역할을 하는 불공정한 합병안에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기존 절차와 다르게 조직적으로 찬성표를 던진 과정을 보면 대가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이미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가 있었죠. 그때도 다량의 차명계좌를 폐기해 증거를 인멸한 전력이 있을 뿐더러 구조본이라든지 미래전략실 등 직접적인 관리 부서를 두고 있어 증거를 인멸한 우려가 매우 높은 조직일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총수가 이미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할 때 그룹이 증거 인멸에 동원될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입니다. 그룹총수가 위증과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면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기 때문에 다툼의 여지없이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생각해서 기각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했죠.”

- 변호사님은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은 조의연 판사가 삼성 눈치 본 것으로 생각하시잖아요. 하지만 일부에서는 인수합병의 대가가 어떻게 연관되었는지 밝혀져야 하는데 그 확인이 미진하고 수사가 좀 더 필요했다는 주장도 있던데.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이 부회장에게 승계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논란이 있기 이전부터 여러 전문가가 분석하기 시작했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놓고 보면 제일모직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굉장히 높습니다. 이재용 일가의 지분은 40%가 넘고 반대로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이 굉장히 낮아요. 아마 4% 미만일 거예요. 그래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을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하면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을 아주 쉽게 늘릴 기회가 되는 거죠.

그럼 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려고 했냐면 제일모직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을 거의 갖고 있지 않아요. 반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삼성물산을 지배하게 되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배를 통해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거죠. 이걸 위해 이번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사이에 합병을 시도했던 겁니다. 제일모직 지분을 이재용일가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삼성물산 가치를 낮추고 제일모직 가치를 높여 합병하게 되면 자동으로 삼성물산 지분이 그만큼 커지는 거죠. 이런 구도 때문에 합병안이 불공정하다는 평가가 전문가들에게서 나왔습니다.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된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달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연금, 권력자 부당한 지시에 천문학적 손해 감수”

삼성물산이 가치가 절하되는 상태로 합병이 되면 당연히 삼성물산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겠죠. 4600여억 원의 손해가 발생한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천문학적인 손해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한 것은 자체 결정이 아니라 권력자로부터의 부당한 지시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죠. 대통령으로부터 합병 찬성 지시를 받아 국민연금에 지시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구속되었죠. 노후자금의 손실을 그대로 용인하면서 불공정한 합병안에 찬성하게 되는 과정이 시간 순서로 보더라도 최순실 일가에 대한 지원과 상당히 연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소명되었던 거죠. 그 정도면 적어도 뇌물죄를 의심할만한 사유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 기각 사유 중 하나가 주거환경이던데 이례적인 일 아닌가요?

“이재용 영장 기각 조의연 판사, 입법기관 자처.. 월권”

“그렇죠. 피의자의 주거환경 및 생활환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 대목에서 사람들이 매우 분노했죠. 재벌총수의 주거환경이 얼마나 좋겠어요? 앞으로 재벌총수를 구속시키려면 구치소를 5성급 호텔 정도로 바꿔야만 가능하다는 황당한 얘기가 되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은 이 대목에서 특히 황당해했죠. 더욱이 주거환경 및 생활환경은 구속사유가 아니에요. 구속사유라는 건 앞서서 얘기했듯이 주거가 불명확하거나 도주의 우려가 있거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예요. 그런데 갑자기 생활환경을 가져다 붙인 거예요.

판사는 원래 법을 적용해서 판단하는 기관이지 법에 없는 걸 만드는 기관은 아니에요. 그런데 조의연 판사는 구속 여부를 결정할 때 법에 정해지지 않은 요건을 스스로 만들어서 그것을 이유로 기각했다는 말이 되는 거죠. 자기 스스로가 입법기관이 돼버린 겁니다. 영장기각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자기 권한을 벗어난 거죠.”

재벌에 대한 법원 인식 변화 시급.. “친기업적 가치관이 문제”

- 조의연 판사에 대해 삼성 장학생이라거나 조 판사가 퇴임 후 어디로 가는지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사건이 있었죠. 김 변호사가 범무팀 수장으로 근무할 때 비자금이 어떻게 형성되고 검찰과 어떻게 검은 거래가 있었는지 폭로한 사건이었죠. 이 폭로로 검찰과 언론 등 사회 곳곳에 삼성이 뒤를 봐주는 삼성 장학생이 있다는 게 실제로 확인되었죠. 삼성은 엄청난 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검은 거래가 이뤄지는지 다 알 수는 없죠.

그러나 이번 영장기각 결정에 그런 커넥션이 있었다고 보지는 않아요. 오히려 조의연 판사가 기존에 어떤 판결을 해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죠. ‘롯데 형제의 난’ 때 횡령이나 배임으로 문제 됐던 롯데 신동빈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했어요. 폭스바겐의 자동차 연비 조작사건이 있었잖아요. 증거인멸의 우려가 매우 높은 사안으로 보이는데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죠. 그리고 가습기 살균제로 온 나라를 충격에 빠트린 옥시 대표 역시 구속영장을 기각했죠. 조의연 판사는 기업의 총수나 대표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다수의 결정을 해온 사실이 확인됩니다. 기업 대표가 구속되면 기업 경영이 대단히 어려워지기 때문에 되도록 구속시키면 안 된다는 친기업적인 가치관을 따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혹자는 이게 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법원 시스템의 문제 아니냐는 주장도 있던데.

“맞는 지적을 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재벌 총수들과 관련된 비자금 사건이나 횡령배임사건이 많았잖아요. 그 범죄 금액이 수백 억 원, 수천억에 이르는데도 제대로 구속하지도 않고, 재판하더라도 집행유예로 풀어주거나 징역형을 선고하더라도 구속집행정지 등으로 특혜를 주는 게 다반사였죠. 법원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대기업이나 재벌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게 법 적용을 해왔던 거죠.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결정도 단순히 개인 판사의 문제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재벌에 대한 인식 또는 판결의 경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 지난달 21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13차 박근혜 퇴진 광주시국 촛불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재벌 개혁 등을 촉구하는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용 구속, 실체적 진실 발견 차원에서 매우 중요”

- 구속 여부가 유무죄의 기준은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구속이 중요한 이유는 뭔가요?

“법 앞의 평등이죠. 법치주의를 제대로 실현할건지 말 건지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사법정의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법의 상식의 문제이죠. 이재용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가장 회자됐던 판결이 있는데 2400원을 횡령한 혐의로 한 버스 기사가 해고되었는데 대법원에서 그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을 확정했던 겁니다. 일이 끝나면 돈 통에 있는 요금을 다 회사에 넘겨줘야 하는데 그중 일부를 빠뜨린 것 같아요. 이걸 횡령죄로 해고한 사건이었죠.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한 겁니다.

그에 반해서 430억이라는 뇌물을 주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대단히 높은 재벌총수에 대해서는 생활환경을 이유로 해서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게는 잔인할 만큼 가혹하고 재벌총수에게는 너무도 관대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형평성을 상실한 법원의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당성이 있을 수 없죠.

그리고 앞서 얘기했듯이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유무죄를 본격적으로 다투는 절차가 아니에요. 구속영장 절차는 의심의 여지없는 범죄의 증명을 요구하는 단계가 아니라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절차이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의 발견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 특검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 같은데.

“영장 재청구를 하려고 한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죠. 삼성과 관련한 수사를 보강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정유라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도 보강수사를 하고 있고 삼성의 뇌물과 관련해 최순실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죠. 그리고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도 요구하고 있어요. 법원이 미비했다고 지적하는 부분을 보강 수사해서 영장 재청구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연히 그래야겠죠.”

“특검, 보강 수사 통해 영장 재청구해야”

-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요?

“잘못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결정을 시정하는 절차는 결국 특검에서 구속영장 재청구를 하고 영장 재청구에 대해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는 것이잖아요. 우리가 농성하는 이유는 법원의 잘못된 결정을 규탄하고 특검이 법원의 결정에 굴하지 말고 보강 수사를 통해 영장 재청구를 하라고 촉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원을 감시하고 특검에 힘을 보태는 여러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 <사진출처=권영국 변호사 페이스북>

- 그럼 농성이 무기한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적어도 국민 여론이나 특검에서 여러 가지 진전된 상황을 보며 적절한 시점에서 결정할 생각입니다. 무기한으로는 애초부터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원래 법원의 영장기각 문제를 지적할 목적이었기 때문에 설 연휴 전까지 하기로 했다가 문제를 좀 더 국민에게 알릴 필요도 있었고 특검에 대해 더욱 힘을 주기 위해 저희 농성이 좀 더 지속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에 연장해왔던 겁니다.”

“법원도 적폐 청산의 대상.. 제대로 개혁해야”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통해 국정농단과 헌정 유린의 적폐들을 청산하여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적폐청산의 대상에서 법원은 빠져 있었어요. 이번 이재용 영장기각을 계기로 법원도 개혁대상임을 확인하게 된 것이죠. 독자들께서는 이미 성역으로 취급되고 있는 재벌과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법원을 제대로 개혁하지 않으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법치주의라든지 법 앞에 평등이 실현되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힘들다는 것을 함께 공유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