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블랙리스트’ 존재를 공식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송수근 문체부 장관 직무대행은 2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 “문화예술인과 국민 여러분께 크나큰 고통과 실망, 좌절을 안겨드렸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는 “예술 표현의 자유와 창의성을 지키는 보루가 되어야 할 우리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공지원에서 배제되는 예술인 명단으로 인해 문화예술 지원의 공정성 문제를 야기한 것에 대해 너무나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현재 특검의 수사가 진행 중이고, 아직 사태의 전말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특검 수사 등을 통해서 그 구체적 경위와 과정이 소상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특검 수사 등을 통해 문체부가 져야 할 책임에 대해서는 마땅히 감내하겠다”고 덧붙였다.

▲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과 유동훈 2차관, 실국장들이 2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관련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반성과 다짐의 말씀을 발표하며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존재를 인정하며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송수근 직무대행 또한 ‘블랙리스트’를 총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논란이 거세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내고 “(송 직무대행은)블랙리스트 총괄팀장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 특검의 수사를 받은 인물”이라며 “블랙리스트 작성관여 혐의로 수사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문화체육행정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장 대변인은 “황교안 총리가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송 차관을 임명했다고 치더라도,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나고 그 죄로 김기춘 청와대 전 비서실장, 조윤선 장관이 구속된 상황”이라며 “황 총리는 책임을 물어야 할 송 차관에게 장관 직무대행을 맡긴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전현직 장관과 차관 등이 다수 구속되면서 조직 자체가 헌법을 유린한 조직으로 전락한 문체부의 사과가 진심이 있다면 ‘블랙리스트’ 의혹이 있는 송수근 1차관을 사퇴시켜야 하는데 장관 대행이라뇨?”라고 꼬집었다.

그런가하면 서해성 작가는 “블랙리스트 역사는 금서목록 역사와 무관할 수 없다”며 “문화를 담당하는 정부부처가 오늘 사과했지만 아직까지 이들은 금서목록을 만들어온 것에 대해 제대로 된 언급이 단 한번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문화와 인간양심과 생각의 자유를 학살한 경험이 이번에는 사람으로 옮아온 것”이라고 개탄했다.

한편, 송 장관 직무대행은 대국민 사과 발표 후 ‘블랙리스트’ 관여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특검조사 중에도 (그 부분을)자세히 설명을 드렸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계와 정치권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아직 특검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