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를 하거나 보고를 받은 일은 인정했지만 “불법인 줄은 몰랐다”고 주장해 비난이 일고 있다.

23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좌파 예술인이나 단체에 대해 정부 지원을 줄이는 일은 문체부 장관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는 “향후 재판도 염두에 두고 ‘범죄인 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죄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펴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전 실장의 ‘불법인 줄 몰랐다’는 전략에 대해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에서 “검찰총장, 법무장관, 국회의원, 청와대 비서실장을 차례로 지낸 사람이 이런 소리를 했다는 것이 믿어지나?”라고 비난했다.

원 의원은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없단 말인가”라며 “박근혜와 김기춘 두 사람은 대한민국 보수의 민낯”이라고 질타했다.

배우 김의성씨는 “고문도 불법인줄 몰랐다고 해라”라고 힐난했다.

SNS에서는 “끝까지 거짓말 하는군”, “평생 죄책감 없이 해온 일이니 알 턱이 있나”, “모른다고 발뺌하면 그만입니까? 대한민국 최고 검사였던 분이요?”, “살인을 해 놓고도 죄인 줄 몰라서 했다 할 껴”, “이런 자가 대한민국을 지배해왔으니 오늘 대한민국의 지배층의 민낯이 아닐지”, “검찰총장,법무부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가장 법을 수호하고 법의 가치를 존중해야 할 사람이 이것이야말로 법을 농단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다”, “나도 길에서 과속이 불법인줄 몰랐으니까 과태료도 사절한다!”, “몰랐으니 죄가 안된다며 빠져나가려는 수작이지”, “법 기술이 탁월한 친구의 변명치고는 너무 궁색하구나”, “ 법 공부하신 분이 그걸 몰랐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김기춘‧김진태, 안팎서 ‘블랙리스트’ 비슷한 발언…“좌파 지원 삭감 당연”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블랙리스트의 최초 지시자는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블랙리스트 작성 행위는 공권력을 이용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 범죄 행위이자 그 자체로 탄핵 사유”라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이 특검과 언론에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시사한 것에 대해 추 대표는 “아직도 반성은 커녕 진실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추 대표는 “이 정도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는 별개로, ‘블랙리스트 게이트’라 불러도 될 정도”라며 “특검은 흔들림 없이 대통령 대면조사로 뇌물죄는 물론 ‘블랙리스트 게이트’의 문을 열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친박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21일 서울 대한문 앞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에서 김기춘 전 실장의 진술과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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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오늘 새벽에 김기춘, 조윤선이 구속됐다, 이게 나라인가”라고 부당함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블랙리스트라는 게 만약 있다면 그게 뭐겠는가”라며 “그럼 박근혜정부에서 나라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종북좌파세력들에게 국비까지 지원해 줘야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김 의원이 이제 블랙리스트 옹호하는 반헌법적 발언까지 서슴치 않는다”며 “리틀 김기춘이라도 되고 싶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