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8 한일 위안부 합의’가 졸속으로 이뤄진 지 1년 되는 날인 오늘, 청년학생들이 부산 일본 영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기습적으로 설치, 경찰과 대치했다.

28일 대학생과 고등학생 등으로 구성된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부산 동구 초량동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 수요집회를 연 뒤 인근 일본 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기습적으로 설치했다.

추진위는 당초 오는 31일 저녁 9시 일본 영사관 앞에서 소녀상 제막식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 28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에 부산시민단체가 기습적으로 설치한 평화의 소녀상을 동구청 직원들이 철거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추진위는 그동안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 건립을 일관되게 요구해왔다. 이들은 “현재 일본정부는 소녀상 건립 안 된다며 내정간섭을 하고 있으며, 동구청, 시청에서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오직 우리 시민들의 힘만이 일본 영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추진위는 “동구청에서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건립을 막기 위해 트럭으로 막고 1인 시위조차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날 동구청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부산 일본영사관 모리모토 야스히로 총영사는 박삼석 동구 청장에게 “일본정부로서는 영사관 앞의 동상 설치가 일본에 대한 배려를 매우 소홀히 하는 행위로 받아들인다”는 내용의 서한문을 보냈다.

그는 해당 서한문을 통해 “영사관 주변에 소녀상이 설치될 경우 일본 국민의 마음에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인의 한국 방문객 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는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이날 대치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도 SNS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부산시민 여러분, 학생들을 지켜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부산의 일본영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한 대학생 등을 탄압하는 박근혜 새누리당의 경찰은 일본 아베 총리의 명령을 따르는 경찰인가요? 아직도 일제 식민지인가요?”라며 “경찰은 학생들 탄압 말고 사죄하고 물러가라!”고 비판했다.

인권운동가 고상만 씨는 “부산 일본 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건립하려던 학생들을 경찰이 폭력으로 강제 연행 후 소녀상을 전격 철거했다”는 속보를 전하며 “이후 트럭에 소녀상을 싣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한다. 부끄러운 매국 친일 정권,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기습적으로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관할인 부산 동구에 의해 4시간 만에 철거됐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부산 동구는 직원들을 동원해 소녀상 주변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는 청년들을 끌어냈으며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 경찰력을 요청,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청년들을 연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