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故김영한 비망록’을 거듭 부인하자 “비망록에 나오는 지시 사항을 내가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2014년 원내대표 시절 조윤선 정무수석과 이완구 원내대표가 내 앞에서 통화를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의원은 “이완구 원내대표가 내 앞에서 김기춘 실장에게 전화를 많이 했다”며 “전화 음성의 절반 정도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박 의원은 “김 실장은 당시 ‘왕실장’으로 조윤선 정무수석에게 일이 있어 전화를 하면 무조건 ‘실장님이 연락이 안 된다, 기다려달라’고 했다”며 “그래서 우리가 조 수석을 ‘전화교환수 역할밖에 못한다’고 농담까지 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내가 원내대표를 하는 기간 동안 ‘故김영한 비망록’에 있는 ‘장’자와 관련한 일들을 이완구 원내대표가 김 실장에게 전화한 사건이 많다”며 전면 부인한 김 전 실장을 비판했다.

그러자 김 실장은 “‘장’이라고 기록돼 있다고 모두 다 내 지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故김영한 전 민정수석은 비망록에서 김기춘 전 실장 관련 발언 내용은 앞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장’자를 적어 넣었다.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정회되자 청문회장을 빠져나가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또 박 의원은 김기춘 전 실장이 최순실씨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고 부인하다가 인사위원장으로서 검증 역할을 소홀히 한 결과가 된 상황을 꼬집었다.

박 의원은 2014년 6월경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김기춘 전 실장을 공관에서 만난 것과 관련 차 전 단장에게 “이때 몇 분이나 만났는가, 김 전 실장은 당시 인사위원장이었지요”라고 물었다.

이에 차 전 단장은 “나와 정성근 문체부 장관 후보, 김종 차관 3명을 (따로) 만났다”며 “김 전 실장은 인사위원장이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김기춘 전 실장이 누구 소개로 왔냐는 얘기는 안 했는가”라고 물었고 차 전 단장은 “그냥 (김 전 실장이) 어르신께 말씀을 들었다고만 얘기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인사와 관련된 부분은 민정수석과 인사위원장이 조사를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정성근 후보가 왔으면 누구 소개로 왔냐고 당연히 질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김기춘 전 실장이 “정성근 후보도 대통령이 만나보라고 해서 단독으로 만났다”고 말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대통령이 만나라고 하면 무조건 장관이 되는 것인가”라고 인사위원장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상황을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