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성 작가

[착한 사람들]
- 하야와 탄핵시대의 도덕적 인간 연구

혹시라도 그가 잘못을 시인할 것이라고 믿는 선량한 중년사내를 본 적이 있다.
그 지식인은 그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만약에라도 그가 괴로워할지 모른다고 나직이 말하는 신실한 여인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종교인은 그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행여라도 그가 물러날 것이라고 믿는 정직한 가장과 대화한 적이 있다.
그 월급쟁이는 그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조금이라도 그가 세상을 사랑할 것이라고 여기는 순진한 청년과 대거리를 나눈 적이 있다.
그 군인은 그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는 이 지상에서 오직 자신을 가장 가엽게 여기고 그 만큼 스스로를 사랑할 뿐이다. 이것만이 그와 그 가문의 대를 잇는 애국과 헌신이다.
‘혹시라도’, ‘만약에라도’, ‘행여라도’, ‘조금이라도’를 그는 평생 먹고 살아왔다. 이것이 착한 사람들이 그에게 제공하는 식량이다.

어떻게라도 그가 굴욕을 느낄 것이라고 판단하는 정확한 사람의 동어반복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복권판매소 주인은 그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확실히 착한 사람들은 그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