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치고 25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38명의 사망자를 낸 메르스 사태로 경질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삼성 합병건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29일 한겨레에 따르면 복수의 복지부 관계자들은 안종범 전 경제수석과 문형표 전 장관이 조율을 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을 처리했다고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눈엣가시였던 최광 전 이사장이 내몰림을 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비서관실을 찾아가 최광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이름을 거명하며 “아직도 안 나갔어”라고 김진수 비서관에게 다그쳤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당시는 문 전 장관이 메르스 사태로 경질된 지 2개월 됐을 때로 복지부 관계자는 “최광을 빨리 밀어내고 싶었던 거였다”고 말했다. 실제 최광 이사장은 며칠 지난 10월27일 사퇴했다.

문 전 장관은 경질 4개월 만인 12월31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청와대 동의가 없으면 그 자리에 도저히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힘을 발휘한 사람이 안 수석이었다”며 “이는 삼성 건에 대한 보은인사 성격이 맞다”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두 사람을 이어준 사람은 안 전 수석과 뉴라이트 활동 등을 하며 알고 지냈던 정기택 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으로 알려졌다. 정 전 원장과 문형표 전 장관은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도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문형표 이사장의 임명은 삼성의 기업합병 성사에 대한 청와대의 보은 인사”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사장 공모 기간이 실제로는 7일로 단기간이었고, 응모자가 단 3명, 공고부터 임용까지 27일에 불과한 것은 처음부터 문형표 전 장관을 이사장으로 임명하기 위한 시나리오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관례를 무시하고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은 처음부터 내정했기 때문”이라며 “청와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국민의 노후 종자돈을 낭비해 재벌의 편익을 봐준 범죄행위로 상을 받았다니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문 전 장관은 메르스 사태로 전국을 뒤흔들었고 국민생활과 국가경제에도 큰 주름을 줬던 사람”이라며 “그 모든 잘못이 묵인된 단 하나의 이유가 대통령과 재벌의 담합에 가담한 덕택이라니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검찰은 즉각 문 전 장관을 소환해 철저하게 수사하라”며 “국민의 노후 종자돈을 갈취해 사익을 탐한 대통령과 재벌의 죄악을 낱낱이 밝히라”고 촉구했다.

청와대는 배포한 자료에서 “안 전 수석이 보건복지비서관실에 찾아와 최광 전 이사장 사퇴를 압박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담당 비서관실 확인 결과, ‘당시 안 전 수석이 회의중에 찾아온 적도 없을뿐만 아니라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 전혀 사실무근이다’고 했다”고 부인했다.

또 “보건복지부도 당시 복지부 관계자들에게 확인결과 기사내용과 같이 언급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면서 “문형표 이사장도 ‘복지부장관 시절 삼성 합병과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어떠한 지시도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청와대는 “한겨레는 청와대 누구한테 이런 발언을 들었는지를 명백히 공개하고 사실과 다른 기사에 대해 즉시 정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만약 정정하지 않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SNS에서는 “국민연금 자금이야말로 세금도 아닌 순전히 국민들의 노후를 위한 국민들의 자산인 것이다. 연관된 범죄자들 재산 싹 다 몰수해서라도 원위치 시켜놔라”, “곳간 턴 놈을 곳간 문지기로 앉히다니. 정말 엄청난 정권이다”, “국민 노후자금을 탕진하고 출세? 사기꾼들이 다 망치는구나”, “국민연금을 이용해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은 세금 도적질과 마찬가지다”, “나라가 엉망진창, 국민만 피해자”, “서민들 코묻은 돈에 빨대 꽂아 자신의 배불린 도둑들, 천벌받아라”, “외국 경제학 박사들이 대한민국 다 말아먹어요”,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겨라”, “국민연금이 자기들 돈인 줄 안다”, “메르스로 말아먹고 국민연금도 말아먹네”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 <자료출처=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