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복면집필’이란 비판을 받아온 한국사 국정교과서의 현장 검토본과 집필진 명단이 공개된 가운데, 집필진 중 현대사 전공자는 전무한데다 집필진 상당수가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분류돼 ‘역사왜곡‧ 편향’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28일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학교 역사 1‧2, 고등학교 한국사 등 총 3종의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과 집필진을 공개했다.

▲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교과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공개된 집필진에 대해 역사학자 주진오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집필자 명단을 보고 느낀 첫 인상은, 뉴라이트 한국현대사학회가 쓴 책이라는 것”이라며 “우선 가장 예민한 현대사 부분의 필자에는 역사학자가 한명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부분 한국현대사학회와 안병직-이영훈의 낙성대연구소 소속의 사회과학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며 “근대사 필자들은 역사학자이지만, 이미 한국현대사학회에서 활동한 사람들이다. 거기에 국편 위원장과 가까운 퇴진 교수들, 국편 퇴직자 그리고 최근 교육부의 수정명령을 만드는데 협력했던 학자들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교문위 야당위원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교육부가 공개한 국정교과서는 “박정희 치적을 강조하는 ‘박근혜교과서’이며, 대한민국의 임시정부 역사와 항일독립운동사를 축소시킨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정 역사교과서는 이전 교학사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했을 뿐만 아니라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내용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위안부 학살을 은폐하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 공적을 과대 포장하고 과오는 축소시켰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통일과 평화를 위한 이전 정부의 노력을 축소하고, 냉전 시각은 강화했다”고 성토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불복종 운동을 천명했다. 전교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하지 않을 경우, 국정 역사교과서 ‘불복종 선언’을 역사교사 중심으로 조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교조는 그 일환으로 “오는 30일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위한 ‘연가투쟁’을 벌인다”며 “당일 아침 전국의 학교 앞에서 국정교과서 폐기 교사 1인 시위를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장검토본 세부 분석 결과와 문제점을 학교현장에 적극 알리고 현장교사 검토위원에 참여하지 않는 등 국정교과서 실무 비협조를 고수, 1월 말로 예정된 최종본 발행을 저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최종본 발행 시 시민사회, 역사학계, 시도교육청, 학부모단체와 함께 다각도의 연대투쟁을 전개, 국정교과서를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천명했다.

▲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과 집필진을 공개한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와 전교조 주최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로고등학교 이준식 학생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외치며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공개된 교과서 내용은 그동안의 우려가 사실이었음을 다시 확인시켜줄 뿐”이라며 대대적인 불복종에 나설 것임을 선언, “탄핵을 앞둔 박근혜와 함께 박근혜의 국정교과서도 탄핵되었음을 선언한다”고 반발했다.

또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국정교과서는 밀실과 불통의 박근혜정권을 거울처럼 반영하고 있다. 사라져야 할 정권의 잘못된 교과서를 우리는 절대 거부한다”며 국정 역사교과서 즉각 폐기와 이준식 교육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