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게이트에 따른 정국이 안개 속이다. 어느 방향으로 갈지 매우 불확실하다. 청와대, 국회 등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거나 못하고 있어서다. 민생, 국가적 안위 등과 직결된 국내외 문제가 쓰나미가 되어 닥쳐오고 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당리당략의 늪에 빠진 것으로 비춰져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이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박 대통령은 참으로 무책임하고 파렴치하다. 대통령은 국민을 배신한 정치를 한 것과 함께 온갖 추문과 의혹의 핵심이 되고 있다. 급기야 비아그라 문제까지 터지면서 해외에서 조롱과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지율이 4-5%로 바닥을 기는 상황이 지속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청와대에서 버티기를 꾀하는 해괴한 짓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은 그 정신 상태를 의심하게 만든다.

▲ 지난달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제68주년 국군의 날 경축연에서 여당 지도부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사진제공=뉴시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향후 정치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될 경우, 대통령은 청와대 속에 숨어버리고 박 대통령의 하수인 역할을 한 내각이 존속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탄핵에 대한 국회 표결과 헌재 결정, 대통령 선거 때까지 현 내각이 자리를 지키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너무 괴롭고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권 특히 야권 또한 실망스럽고 믿음직스럽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게이트 공범, 부역자로 청산의 대상에 불과하다. 대통령 탄핵은 국회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 장치다. 국회라는 헌법기관이 하야나 퇴진, 2선 후퇴는 정치적인 구호에만 매달리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박근혜 게이트 처리에 대한 시나리오에 대한 검토를 할 경우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탄핵만이 유일한 해법이었고 국회는 그에 대한 대비를 서둘렀어야 했다. 그러나 특히 제 1야당 등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여소야대라는 강점을 지닌 제 1야당의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나 제 1야당은 하야, 퇴진만을 외치며 대통령이 물러나기만을 기다리는 식의 행동만을 취했을 뿐이다. 즉 촛불 시위를 곁눈질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당론으로 탄핵을 정하는 것을 외면했다. 국회 표결과 헌재 결정을 걱정하면서 돌다리를 계속 두드리는 식의 태도만을 보였을 뿐이다. 박 대통령이 멘붕 상태에 빠져 국회를 방문해 제안한 여야 합의 총리 제안을 거부한 채 청와대, 여당과의 대화 등을 일체 외면했다.

그 결과는 어떤가? 결과적으로 위기관리 능력이 전무하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냈다. 제 1야당 등은 촛불시민에 편승하는 것에 열중했을 뿐 제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다. 국민의 정치 머슴답게 정치적 문제 해결의 방안을 모색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현재 상황은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소추와 그에 따른 조기 대선 때까지 황교완 총리 등 현 행정부가 지속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국민이 요구하는, 대단히 시급한 헌법과 민주주의 회복이 실현될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이 지난 3년 여 동안 저질러 놓았고 지금도 그 폐해가 심각하게 진행되는 갖가지 악정(惡政)을 백지화하고 정상으로 돌려놓는 일은 너무 시급하고 중요하다. 국가 에너지가 낭비되고 비정상이 방치 또는 조장되기 때문이다.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황 총리가 대통령을 대행할 경우 비정상적인 정책이나 조치 등을 정상화시킬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인다. 특히 대통령의 국기 문란 행위를 모른 체 했거나 공모 또는 부역한 황 총리나 장관급들이 제 자리를 지킬 경우 범죄 은폐나 증거 인멸 등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자들이 잘못 시행된 행정 조치를 정상화시킬 리 만무하다. 노동계가 분노하고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악법인 성과 연봉제, 역사교과서 국정화, 개성공단 폐쇄 등을 포함해 가계부채 문제 등은 시급히 정상화 시켜야 한다.

외교적인 문제들도 심각하다. 특히 박 대통령의 부적절한 군사적 조치로 인한 풍랑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남한에 배치하려는 고고도방어미사일체계, 즉 사드에 대한 보복조치로 한류의 중국 진출을 봉쇄하면서 중국인의 한국 관광에 제한 조치를 취한데 이어 비관세 장벽을 통한 경제 제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에 직격탄과 같은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한일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이 굴욕적으로 밀실 야합된 것은 대통령의 승인 하에 벌어진 것으로 보이고 이에 대해 중국은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면서 대응 조치를 강구할 움직임이다. 방위사업청장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차기 미국 정부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한국은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발언한 것 등도 박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발언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일이 재발할 원인 제거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이 게이트 사태 이후 보인 태도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말한 ‘칠푼이’의 그것과 흡사하다.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대한 최소한도의 책임감이나 윤리 의식을 지녔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국격 침몰과 국민적 배신감을 심화시키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패륜적 정치인이 헌법에 보장된 권리만을 앞세운 채 국가와 국민을 더 망가지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막무가내 행태에 분노한 경실련이 대통령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은 시민사회의 불안감을 반영한 조치다.

현재 최선의 해결책은 박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이다. 스스로 물러날 기미를 안 보이는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방법의 하나는 검찰이 박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실을 좀 더 파헤치고 최순실의 꼭두각시가 된 사연 등에 대해서도 낱낱이 밝혀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뻔뻔한 대통령이라면 그에 상승한 대접을 받도록 해야 한다. 검찰이 대통령의 수사 거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해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는 등 대통령의 결단을 강제할 조치를 최대한 취해야 한다.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는 길이 국가와 민족을 구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특검이 뜨기까지 남아 있는 2주 동안 땅바닥에 떨어진 검찰의 명예 회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치는 현실이고 살아 있는 생물이라는 점에서 직업 정치인은 냉정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흥분하고 분노할 상황에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거기에 머물면 안 된다. 정치는 위기를 극소화하고 다수 국민을 행복하게 할 정치 머슴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수백만 촛불이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는 상황에서 책임감이 투철하고 위기관리 능력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정의와 진실이 실천될 수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런 정치인이 향후 대통령과 같은 중요한 정치 머슴이 되어야 한다. 

▲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내자동 부근을 행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