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성 작가(성공회대 교수)

[개헌의 주체는 누구인가]

현행 헌법은 6월시민항쟁의 산물이다. 이 헌법 체제에서 가장 큰 혜택을 누린 자는 이명박과 박근혜다. 자기 아버지나 자신들의 뿌리에 해당하는 민정당의 항구적 집권이 있었다면 이들은 권력의 최정점에 이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헌법 정신을 거듭 무력하게 해왔다. 이 세력이 개헌을 통해 노리는 목적은 몇 가지로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다.

우선, 대통령 임기를 중심으로 한 권력구조 조정이다. 이는 정국을 대선이 아니라 개헌 중심으로 몰아갈 것이다. 이보다 위험한 것은 헌법전문(3.1운동과 4.19 저항정신) 수정, 나아가 제119조 2항(경제민주화)에 대한 변형 또는 삭제, 사문화다. 또 지방자치제도 등에 대한 실질적 무력화다. 개헌이 유신헌법으로 회귀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역사적으로 봐서 이 세력은 개헌을 말할 자격 자체가 없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이들은 현행 헌법 탄생을 훼방했던 중심 권력이었다.

시민이 항쟁으로 탄생시킨 현행 헌법 수정은 당연히 더 선진적인 방향일 때만 유효하다. 헌법 전문은 항일과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맥락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보건을 포함한 복지와 문화 등을 더 명료하게 담도록 기본권이 확장되어야 한다. 경제민주화 조항은 실질적 강제성을 담보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 권한은 ‘(대)통령’이라는 명칭에서부터 더 민주적 통치 권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자체는 분권적 권한을 독자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 자치 강화는 물론 검찰권력 책임자의 선출직으로 전환 등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러한 방향이 아닌 개헌은 후퇴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대통령이 주도한 개헌은 언제나 나쁜 개헌이 아닌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버지에 이어 대를 잇는 현 정권이 주도하는 개헌 또한 신뢰하기 어렵다. 개헌을 하게 된다면 정부(대통령) 발의 개헌은 앞으로 제도적으로 삭제해야 한다. 정략적 수단으로써 개헌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뜻이다. 더구나 이미 통치권 자체가 주권자에게서 완전히 이탈해버린 정권이 개헌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맹랑한 일이다.

‘개헌 저지’ 내지는 ‘시민 주도 개헌 논의 기구’를 광범위하게 형성시켜내야 하는 시점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개헌 정국’을 통해 대통령 선거의 무력화를 포함해서 다시 민주주의가 더 위기에 처하거나 압살당하리라는 우려가 어찌 혼자만의 기우이겠는가.

- 일하는 도중 화급한 마음으로 몇 줄을 우선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