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에 의해 구성되었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정부와 새누리당의 지속적인 방해에도 불구하고 3차례 청문회 등으로 의문점들을 제기하거나 밝혀냈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특조위를 강제 종료시켰다.

특조위의 입장을 듣고자 서울 명동에 위치한 특조위 사무실을 지난 18일 찾았다. 이전에 특조위 사무실은 조사관들이 일에 몰두하고 있었지만 이날은 자리가 텅텅 비어 사무실 내부가 을씨년스러운 느낌마저 주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박종운 변호사를 만나 현재 상황과 함께 계획을 들었다.

박 변호사는 “정부가 강제 해산 시켰지만 특조위는 세월호 특별법에 의하더라도 여전히 조사활동 기간 중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특별법에 정해진 활동을 계속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세월호 특조위 위원들은 정기적인 회의·간담회를 통해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특조위 활동 평가에 대해서 박 변호사는 “세월호 특조위가 시행령, 조사관, 예산을 모두 갖춘 것은 2015년 8월 4일경이기 때문에 2016년 6월 30일 조사활동을 강제로 종료 당할 때까지 약 10여 개월 남짓 조사활동을 진행해 왔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동안의 활동들을 설명한 뒤 “여전히 조사활동에 어려움을 겪은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정도의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방해에 대해서는 “사실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할 당시부터 정부·여당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나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 등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17일 조사관들이 행정법원에 소송을 낸 것에 대해서는 “조사위원회의 성격상 법적인 근거로서의 시행령, 인적 자원인 조사관, 물적 자원인 예산이 구비되어야 비로소 조사활동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정부에서는 2015년 1월 1일부터 세월호 특조위가 조사활동을 시작했다고 주장하면서 7월 1일부터는 조사관들에 대한 급여·수당·비용 등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 소송에서 승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 박종운 변호사. 자료사진 ⓒ 이영광 기자

다음은 박종운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여전히 조사활동 기간 중…특별법에 따라 활동 계속”

- 결국, 세월호 특조위가 9월 30일로 강제종료 되었어요. 그럼에도 특조위로 출근은 하시네요?

“정부는 9월 30일로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기간이 종료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사실상 강제 해산을 시켰어요. 하지만 특조위는 세월호 특별법에 의하더라도 여전히 조사활동 기간 중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특별법에 정해진 활동을 계속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강제해산 조치가 위법·부당한지 여부는 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결론이 날 것이고, 그 이전에라도, 조사관들은 각자 진행해 왔던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려고 노력하해요. 세월호 특조위 위원들은 정기적인 회의·간담회를 통해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세월호 특조위 사무실은 임대차 기간이 남아 있고, 뒷정리(잔존 사무처리)해야 할 일도 있기 때문에 매일 몇몇 조사관들과 함께 출근하고 있습니다.”

- 현재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 건가요?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위원들은 정기적으로 회의를 갖고 있고요. 조사관들은 주로, 미진했던 진상규명활동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계획 등을 세우고 있습니다. 저는 사무실에 출근하여 그분들의 활동을 돕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이른바, ‘국민 특조위’ 혹은 ‘국민 조사위’를 만들고자 논의하는데, 조언을 드리고 있고, 언젠가는 변호사로 복귀하여, 제 나름대로 생명과 안전이 존중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10여개월 조사활동, 상당한 성과 있었다”

- 특조위 활동이 1년 남짓했어요. 그 시간 동안 청문회 등을 통해 많은 부분을 밝히거나 의문을 제기했어요. 특조위를 평가하면 어때요?

“세월호 특조위가 시행령, 조사관, 예산을 모두 갖춘 것은 2015년 8월 4일경이기 때문에 2016년 6월 30일 조사활동을 강제로 종료 당할 때까지 약 10여 개월 남짓 조사활동을 진행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세월호 특별법에 규정된 1년 6개월 즉, 18개월과 비교하면, 50~60% 정도의 기간 조사활동을 한 것입니다.

▲ <사진출처=세월호 특조위 페이스북 페이지>

지난 9월 1일, 2일 양일간에 걸쳐서 제3차 청문회를 진행한 것을 합하면 모두 3차례의 청문회가 있었고, 분리·병합을 마친 후 174건으로 정리된 신청·직권 사건 중 4건이 전원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되었습니다.

조사 사건들은, 첫 번째 사건에 대한 조사-심의-의결을 마치고 두 번째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개시 결정이 내려진 뒤에 동시 다발적으로 혹은 병렬적으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건마다 어떤 것은 20% 어떤 것은 90% 등 진척된 정도가 각각 다릅니다. 만일 세월호 특별법에 규정된 1년 6개월의 조사활동 기간만이라도 확실히 보장되었다면, 청와대나 국정원 등 권력 상층부와 관련된 사건들, 세월호 선체 인양 뒤 정밀 검사·조사를 통해서만 진상규명이 가능한 세월호 침몰원인 등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들은, 대부분 진실을 규명하였거나 진실에 매우 가깝게 접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안전사회건설을 위한 종합대책도 1차 초안 작성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매우 안타깝습니다. 정부 측의 방해·지연·회피·거부 등으로 인하여 조사활동을 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출 때까지 8개월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 점, 그 이후에도 여전히 조사활동에 어려움을 겪은 점을 감안하면, 중간점검 혹은 중간평가를 할 때, 상당한 정도의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 지난해 1월 김재원 정무수석의 ‘세금도둑’ 발언은 정부와 새누리당의 특조위 방해공작 신호탄이었던 같아요. 정부와 새누리당의 특조위 방해는 어느 정도 예상은 하셨을 것 같아요.

“사실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할 당시부터 정부·여당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나 안전사회건설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 등에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정부·여당은 수사 과정을 통해서 또한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서 이미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었고, 해경을 없애고 국민안전처를 만든 것으로 제도개선도 마무리된 것처럼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상규명활동을 통해 책임소재를 밝히고,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종합대책을 만들고, 피해자지원대책을 점검하는 등 세월호 특조위의 업무는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015년 1월 16일경으로 기억되는데, 그즈음 이른바, ‘세금도둑’ 발언을 시작으로 세월호 특조위 설립 단계부터 정부·여당 측의 온갖 방해·거부·지연·회피 행위 등이 있었던 것입니다.”

▲ 장기욱 세월호선체인양단 인양추진과장이 8월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기자실에서 세월호 인양 후 선체 내 미수습자 수습과 잔존물 반출, 분류, 보관, 처리하는 작업인 선체 정리작업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세월호가 눕혀진 상태에서 객실 구역을 분리한 후 바로세워 작업하는 방식(객실 직립방식)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진제공=뉴시스>

- 특조위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특조위를 강제종료 시키려 하고 있지만, 진상규명이라는 특조위의 실질적 활동마저 끝낼 수는 없다”면서 “이제 새로운 의미에서 특조위 활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자료요청이나 참고인 조사도 못 할뿐더러 예산이 없어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스러워요.

“국가기구로서의 세월호 특조위는 정부의 사실상 강제해산 조치로 인하여 그 기능과 권한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그러한 정부의 조치가 위법·부당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소송을 통해 다툴 것이고요. 세월호 특별법에 규정된 특조위의 업무를 이어나갈 책무는 시민사회로 넘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가칭 ‘국민 특조위’ 혹은 ‘국민 조사위’ 논의가 시작되었고요. 그 논의가 정리 되는 대로 새로운 의미의 조사위원회 활동이 시작될 것이고, 제2기 세월호 특조위를 만들기 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 혹은 개정 운동도 시작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 개인과 단체들의 협력과 연대뿐만 아니라, 이러한 활동을 하기 위한 펀드·기금 등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 2015년 1월1일부터 활동 시작 주장…조사관들 승소할 것”

- 어제(17일) 특조위 조사관 43명이 서울행정법원에 대한민국을 상대로 공무원 지위확인 및 보수지급 청구 소송을 냈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조사위원회의 성격상 법적인 근거로서의 시행령, 인적 자원인 조사관, 물적 자원인 예산이 구비되어야 비로소 조사활동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2015년 1월 1일부터 세월호 특조위가 조사활동을 시작했다고 주장하면서 7월 1일부터는 조사관들에 대한 급여·수당·비용 등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 소송에서 승소할 것으로 예상하고요.

나아가, 법원이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활동 기간을 언제까지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세월호 특별법을 해석하여 임명을 받은 위원들이 최초로 전원위원회를 개최한 2015년 3월 9일부터 조사활동을 시작하였다고 판단하더라도 2016년 9월 8일까지는 조사활동 기간, 12월 8일까지는 종합보고서·백서 작성 기간이기 때문에, 조사관들의 경우 최소한 2016년 9월. 8일까지는 급여·수당·비용 등을 지급받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소속 조사관 공무원보수지급청구 소송대리인단이 10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국가상대 공무원 지위확인 및 임금 청구 소장 접수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특별법에 따른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활동기간이 아직 남아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소송을 낸다"며 "세월호 특조위의 제대로 된 조사활동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일방적이고 위법한 통보로 활동을 종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 세월호 특별법 재제정 요구도 있어요. 재제정할 경우 시기의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무슨 말이냐면, 재제정을 바로 해야 실효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고 어차피 박근혜 정부에서 진실규명이 어려우니 차기 정부로 넘기자는 주장도 있는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나 개정 운동의 성과는 정부·여당의 방해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올해 내에 법안을 해당 상임위원회에 상정한다고 하더라도 국회선진화법 등의 영향으로 인해 내년 중·하반기에나 본격적으로 국회에서 법안 내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내년 하반기에 논의하면 실제로 제2기 세월호 특조위는 다음 정부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 인양은 7월 선수들기 성공 후 별 진척이 없어 보여요. 위성곤 더불어 민주당 의원인 “연내인양 물 건너갔다.”고 하던데 변호사님 보시기엔 어떤가요?

“현재, 해양수산부는 올해 안에는 인양이 어렵다는 사실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원래의 일정과 비교할 때, 특히, 곧 겨울이 다가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안에는 온전한 인양을 어렵다고 봅니다.

그럼 내년에는 온전한 인양이 될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정답을 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겨울이 지난 후에 세월호 선체 상태를 정밀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고, 기존에 인양을 위해 준비했던 리프팅 빔 등이 제자리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기존의 인양 방식이 타당한지, 금년 말까지인 상하이 샐비지와의 계약 기간은 언제까지 연장할 것인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