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전 KBS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 당시 길환영 당시 사장이 방송 큐시트를 요구, 정부에 불리한 보도를 빼는 등의 방식으로 편성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3차 청문회 첫날인 1일, 증인으로선 유일하게 청문회에 출석한 김시곤 국장은 참사 발생 직후인 4월17일 길환영 사장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이정현 당시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과 길환영 KBS사장, 안광한 MBC사장, 김장겸 MBC보도국장, 박상후 MBC보도국 전국부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공개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길환영 사장은 “사장님~ 말씀하신대로 그 위치로 올렸습니다”라는 김시곤 국장의 메시지에 “수고했네!”라고 답장했다.

이 상황에 대해 김 국장은 “4월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현장을 찾은 날, KBS 9시뉴스 제목이 ‘박대통령 현장방문…1분1초가 급해’였다”며 “해당 아이템은 13번째로 보도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길환영 사장이 위로 올리라고 주문해 세월호 참사와 연관이 있기도 해서 7번째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또 같은달 23일 김시곤 국장은 길환영 사장에 “사장님~VIP 아이템 오늘은 뒤로 배치하고 내일부터 자연스럽게 올리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자칫 역풍이 불게 되면 VIP께도 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와 관련해 김 국장은 ‘당시는 박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통화해 북 핵실험 중단을 요청했다는 내용의 아이템이 31번째(51분대)로 배치 돼 있는 상황이었다’며 ‘길 사장이 해당 아이템을 20분대로 올리라고 주문했지만 세월호 보도 흐름상 맞지 않아 길 사장을 설득, 31번째 보도를 관철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길 사장은 대통령한테 누가 된다고 하면 말을 잘 듣기 때문에 이 같은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길환영 사장은 자신은 큐시트를 요구한 적도, 편성에 개입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김진 위원이 ‘길환영 사장이 큐시트를 요구하고 아이템에 개입한 게 사실이냐’고 재차 묻자, 김시곤 국장은 “보도국장 일을 하면서 휴가도 못가고 토요일, 일요일도 쉬지 못했다”며 “큐시트를 보내달라는 것은 길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큐시트를 팩스로 보내는 것도 일이다. 자청에서 보낼 일은 없다”며 “월~금요일까지는 팩스로 보냈고, 길 사장이 주말과 출장시에는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라고 해서 휴대폰으로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