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언론인 뉴스타파가 광복 70주년이었던 지난해 친일파 후손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친일과 망각’을 방송한 데 이어 올해엔 광복 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어 현재까지 수여된 훈장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4부작 ‘훈장과 권력’이 방송했다.

사실 훈장을 추적하는 아이템은 KBS에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하려던 것이었다. 3년 6개월의 취재로 방송이 제작되었지만 불방됐다. 이 아이템의 총 책임자였던 최문호 기자는 뉴스타파로 이적해 4개월 취재를 더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4년여 만에 끝낸 소회가 궁금하여 지난 29일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최문호 기자를 만났다.

최 기자는 “여기 와서 잘했건 못 했건 간에 열심히 하고 싶은 얘기를 한 것 같아 후회는 없다.”고 긴 취재를 끝낸 소회를 담담히 털어놓았다.

계기에 대해 최 기자는 “2006년 즈음 김용진 대표가 KBS에서 ‘누가 일제 훈장을 받았나’를 했을 때 별생각 없이 우리나라 훈장이 어떻게 됐는지를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래서 데이터까지 받았으나 다른 아이템 등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광복 70주년을 기점으로 해서 훈장이란 것도 70년의 역사가 이뤄진 것이니까 훈장을 통해 광복 70년을 되돌아보면 굉장히 좋은 다큐멘터리가 나오겠다 싶어서 다시 이 아이템이 끄집어냈다”고 설명했다.

‘훈장과 권력’으로 주려는 메시지를 묻는 질문에 최 기자는 “지금 건국절 얘기를 하는데 건국훈장의 역사를 보면 그걸 건국절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면서 “해방 후에 친일파가 척결되지 않았고 그 사람들이 어떻게 정권을 잡아 대한민국의 역사가 어떻게 뒤틀려왔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최소 훈장의 역사 속에서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영웅은 아니라는 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최문호 뉴스타파 기자 ⓒ 이영광 기자

다음은 최문호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KBS, 청와대나 권력 밑바닥 하수인과 얘기하는 것 같았다”

- 뉴스타파의 광복 71주년 다큐멘터리 4부작 ‘훈장과 권력’이 19일 끝났어요. KBS 시절을 포함하면 4년 정도 걸린 것이잖아요. 오래 걸린 만큼 소회도 있을 것 같아요.

“소회라고 한다면 여기 와서 잘했건 못 했건 간에 열심히 하고 싶은 얘기를 한 것 같아요. 물론 더 할 수 있는 것을 더 찾아보고 있긴 하지만요. 기본적으로 훈장 하나로 볼 때는 훈장 자체일 뿐이지만 이걸 묶어 놓으면 다르거든요. 후회는 없어요.”

- 이 아이템은 KBS에서 방송하려고 했던 것이잖아요. 어떻게 해서 취재를 하게 된 것인가요?

“2006년 즈음 김용진 대표가 KBS에서 ‘누가 일제 훈장을 받았나’를 했어요. 그때 별생각 없이 우리나라 훈장이 어떻게 됐는지를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그때만 해도 데이터가 숨겨진 게 아니라서 아는 사람을 통해 그때까지의 데이터를 입수했어요. 하지만 그때는 일단 다른 할 일이 많았어요. 그러나 다른 아이템이 기획되고 있었어요. 론스타와 김앤장 등 아이템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기 때문에 데이터는 받았지만 저 자체도 훈장이라는 것에 대해 특별히 해석할만한 준비도 안 됐고 다른 아이템도 있어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이 흐른 거예요.

잠시 탐사보도팀을 떠나 몇 년을 있었고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뭔가를 논리적으로 데이터를 받았을 때 이걸 가지고 어떻게 세상을 해석할 것인지 나름대로의 논리적 인지적 내공이 늘어난 상태에서 광복 70주년을 기점으로 해서 훈장이란 것도 70년의 역사가 이뤄진 것이니까 훈장을 통해 광복 70년을 되돌아보면 굉장히 좋은 다큐멘터리가 나오겠다 싶어서 다시 이 아이템이 끄집어내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거죠.”

- 그래서 3년 6개월을 취재해 제작했지만, KBS에서 처음엔 아예 불방 되었어요.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아요.

“당시 취재기자들이 나름 열심히 해서 그때 기준으로 보면 취재는 꽤 잘됐어요.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발굴이 있었어요. 간첩 조작과 훈장 부분은 취재를 시작할 때는 전혀 예상 못 했지만. 친일과 훈장은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두 가지를 최종적인 제목으로 정하고 취재를 했죠. 취재하면서 중간에 부장을 찾아가서 ‘대한민국 70년 역사를 되돌아본다는 게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는 건 안다. 그러나 이 아이템이 홀대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라는 얘기를 했어요. 그러나 결국 두 편이 다 못 나가는 상황이었죠.

그러다가 그 당시 제작팀이 의견을 모아서 ‘1편은 데스크 요구를 100% 수용하는 조건에서 내자. 다만 2편은 저 사람들이 요구하는 대로 내면 아무것도 아니니 2편은 어차피 못 나간다.’고 1편만 내자고 했고 그 당시 만감이라는 건 ‘내가 KBS의 끝을 보는구나’였어요. 물론 그 이후 KBS가 더 끝으로 떨어지는 것도 보지만 그 당시 제 느낌은 KBS가 바닥인 것 같았어요.

처음엔 열 받았죠. 그러나 지금은 저 사람들이 애처롭기도 해요. 저 사람들도 이렇게 기사가 된다는 걸 알 텐데 이렇게 하기까지 저 사람들이 무슨 기자정신이 있어서 저렇게 하겠어요? 자기 자리 보신 차원에서 저렇게 하는 것도 뻔히 보여주고 그런 과정에서 성립하지 않는 논리로 프로그램 약화시키려는 논리에 대해서 제가 기자와 얘기하는 게 아니고 뭔가 청와대나 권력의 밑바닥에 있는 하수인과 얘기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상황에서 더 이상 KBS에 있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간 거죠.”

- 2월에 1편만 KBS에서 방송됐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방송이 나갈 때부터 역으로 얘기하면 성우가 내레이션을 할 때 원고를 또박또박 읽어야 할 때가 있고 속력을 내어 읽어야 할 때도 있고 강조를 할 때도 있어요. 그건 전 세계 어느 프로그램이든 그렇게 해요.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기 때문에 부각시켜 줘야 하는데 성우가 조금 강조를 하거나 의미를 부여하면 스톱 시키고 ‘강조와 의미부여 하지 마라. 그냥 교과서 읽듯 읽어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성우가 더빙할 때 내레이션과 화면에 맞는 음악이 들어가요. 프로그램을 잘 살리도록 음악을 넣기 때문에 제가 프로그램을 할 때 음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음악에도 빼거나 줄이라고 해요.

더 이전 단계에 올라가면 예를 들어 국방부도 인정하는 건데 부산 다대포 간첩 사건에 대해서 지금 국방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보초를 서던 초병이 발견해서 생포한 역사로 돼 있어요. 그러나 훈장은 그게 아니에요. 훈장은 사전에 북한 공작선이 그리 내려올 것으로 예상하고 우리 군인들을 사전에 예행연습까지 시켜서 그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했던 도박이었단 거죠. 그걸 다 취재하고 국방부에 반론을 요구했어요. 그래서 국방부가 일부만 답변하고 나머지는 거부했어요. 원고도 그렇게 들어갔는데 그 사람들은 반론이 없는 걸 따져요. 거부했다고 하니 원고 빼라는 거예요.

더 올라가면 유우성 씨 같은 경우 간첩이 아니고 조작된 것이잖아요. 근데 그 사람들은 뭐라고 주장하냐면 ‘유우성은 진짜 간첩일 수도 있는데 중간에 불법 감금을 했고 수사 절차상 불법을 했기 때문에 무죄 난 거다’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수용했던 이유는 간첩 피해자들을 저희가 찾아다니며 저희가 사죄를 하고 어떤 식으로든 방송을 내겠다고 약속을 했어요. 그래서 모든 걸 양보하고라도 방송을 내자고 했죠.

그걸 본 그분들이 좋아하세요. 보시고 한이 풀린대요. 간첩 보도를 보고 응어리가 있지만,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제가 당시 KBS 기자로 조금이라도 해야 할 일을 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위안이 되죠.”

- 주위 반응은 어때요?

“조회수가 좋지는 않아요. 그것은 저희가 취재할 때부터 내부적으로 얘기했던 부분이에요. 저희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중요한 메시지지만 사람들은 훈장이라는 자체를 잘 받아드리지 않을 거예요. 자기가 훈장을 받을 일이 없잖아요. 내부적으로는 프로그램이 길고 불친절하다는 평가도 있고 외부적으로 오피니언 리더쪽에선 이런 건 뉴스타파만이 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죠.”

“5·16쿠데타 정권잡으면서 친일파‧독립운동가 역사 뒤틀리기 시작”

- 총 4부로 친일이나 독재, 정권에 부역한 이들은 대부분 훈포장을 받은 반면 독립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이들은 이에 걸맞은 대우를 못 받았어요.

“전 KBS에 있을 때 친일과 훈장은 두 가지가 같이 있었어요. 친일파들이 얼마나 훈장을 받았는지와 독립 운동가들이 훈장을 못 받았는지 그리고 친일파들이 훈장을 통해서 호의호식하고 사회지도층으로 가는 동안 독립운동가나 후손들은 얼마나 비참한 삶을 살았는지죠.

KBS에 있을 때는 독립운동가들이 저에게는 비중 있었던 거예요. 독립 운동가들이 해방되고 70년 동안 왜 독립 운동가들은 그런 삶을 살았는가를 봤을 때 친일파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삶을 살았다는 게 훈장에서 나타났다는 거예요.

KBS에 있을 때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박정희를 비롯한 악질적인 친일파들이 특히 만주군을 중심으로 한 친일 군인들이 한국 전쟁을 통해서 신분 세탁했고 이들이 5·16쿠데타를 통해서 정권을 잡으면서 우리 사회 친일파에 대한 전체적인 면죄부를 준 거죠.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친일파들이 면죄부를 받은 것까지는 이해를 할 수 있는데 우리 역사는 이 사람들이 5·16쿠데타로 정권을 잡으면서 대한민국 친일파와 독립운동가의 역사는 뒤틀리기 시작했죠. 그래서 KBS에 있을 땐 이 부분이 굉장히 들어가 있었어요.”

- 그럼 왜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안 들어갔나요?

“역사를 얘기하고 싶었어요. 기획이 광복 70년의 역사잖아요. 친일의 훈장과 건국의 훈장을 70년 놓고 보면 한 번에 설명될 수 있다고 봤어요. 그게 뉴스타파로 오게 되어 잘못된 걸 명확하게 드러내는 쪽으로 된 거죠. 대신 역사 부분에 다른 부분이 들어간 거죠. 민주 유공자들의 역사죠. 왜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에 기여했던 사람들의 훈장이 없는지 왜냐면 그게 오늘 우리와 가까운 문제잖아요. 그래서 바뀌었어요.”

- 취재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도 있을 것 같아요.

“KBS에 있을 때 간첩 취재가 기억에 남아요. 친일 훈장은 민족문제연구소에 의뢰를 맡겨 공동기획한 것이지만 간첩훈장은 어디에 의뢰도 할 수 없었고 1970~80년대에 훈장을 하나하나 보며 확인한 거예요. 그리고 그 당시 고문한 수사관들도 찾아냈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취재에 특히 경찰 쪽은 어느 정도 찾기 쉽지만, 보안사나 국정원 부분은 찾기 어려운 부분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 수사관을 다 찾아내어 그 사람들이 지금 어떤 심리상태인지 등을 취재할 수 있어서 기억에 남죠.

뉴스타파 와서는 놀랐어요. 전 친일인명사전을 근거로 훈장과 매칭해서 이 사람의 서훈 내역을 데이터 적으로만 확인하고 있었는데 박중석 기자 등이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대한민국 친일의 역사를 새로 쓴 것이잖아요. 과거 훈장이 어떤 식으로 기재가 이뤄졌는지 밝혀낸 것에 대해서 기억에 남아요.

또 역사 부분을 약화 시키는 대신 민주 훈장 부분을 제기한 건 의미 있다고 봐요. 왜냐면 훈장을 통해 오늘 우리는 무엇이 중요하냐고 했을 땐 친일파 훈장을 취소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자만 저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헌신한 사람에게 지금이라도 대한민국이 예우하고 그것을 할 수 있는 가장 영예스러운 건 훈장이니 훈장을 주라는 얘기를 해낸 게 기억에 남아요.”

“건국훈장 역사보면 건국절이라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 다큐멘터리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주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지금 건국절 얘기하잖아요. 건국훈장의 역사를 보면 그걸 건국절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어요. 대한민국 70년의 역사를 일관되게 설명하는 뭔가가 나왔다는 거예요. 그리고 70년의 역사를 저희는 설명했어요. 해방 후 독립 운동가들이 어떻게 그런 대우를 받았고 친일파들은 어떻게 했던 지죠. 즉 우리가 훈장을 통해 대한민국 70년을 보니 이렇다는 거죠.”

- 이렇다는 게 어떤 의미죠?

“얘기했듯이 우리기 해방 후에 친일파가 척결되지 않았고 그 사람들이 어떻게 정권을 잡아 대한민국의 역사가 어떻게 뒤틀려왔는지 다 설명됐잖아요. 그걸 보여주고 싶었단 거예요. 이 프로그램은 훈장 70년을 얘기한 게 아니라 대한민국 70년을 말한 거죠. 때문에 최소 훈장의 역사 속에서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영웅은 아니라는 거죠.”

- 최근 KBS를 어떻게 보세요?

“저희 집이 KBS 옆이라 매일 지나다니는데 가끔 후배들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하죠. 잘 되는 언론사는 기자들이 만나서 얘기할 때 시사 관련 토론을 하며 개인의 생각도 정리하죠. 안 되는 언론사는 전부 내부사람 욕을 해요, KBS는 그렇게 한 지 오래됐어요.

이미 KBS는 위험한 상태까지 가 있다고 봐요. 큰 배인데 지금 버티는 건 고대영 사장을 필두로 이준석 선장 같은 사람이 아니고 밑에서 안 쓰러지게 하기 위해서 버티는 일선 후배 기자들이라고 보거든요. 일선 기자들이 마음 접으면 KBS는 그냥 넘어가게 되어 있어요. 저는 KBS가 회복하길 바라죠.

사실 인터뷰할 때마다 KBS에 대한 질문을 받는 데 이제 그만 언급하고 싶어요. 왜냐면 제 머리에서 KBS 없어졌어요. 관심 없어요. 다만, 얼마 남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데 저도 동의해요.”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GO발뉴스> 독자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저희 훈장 제작팀이 열심히는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중간에 김일성 외삼촌인 강진석 보도를 했기 때문에 취재 과정에 녹록치 않음에도 열심히 했어요. 뉴스타파에 나온 내용 많이 확산시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