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광복절,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모든 북한 주민 여러분!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 탈북 인사 중 최고위층이라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서열 2위인 태영호 공사의 탈북 소식이 발표된 것이다. 통일부는 17일 “태 공사의 탈북 이유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자녀의 장래 문제 등이 이유라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 외의 태 공사를 둘러싼 대부분의 ‘설’들은 ‘확인해 줄 수 없다“로 일관했다.

북한 탈북 문제는 취재원도 취재대상도 취재가 거의 불가하다. 가끔 탈북자 단체나 브로커를 통해 정보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태 공사와 같은 고위급 인사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정부 소수 관계자만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종편은 연일 ‘태영호 탈북’ 관련 소식으로 풍년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통일부 발표부터 닷새간(8/17~8/21) 종편 4사와 보도전문채널 2사의 시사 토크 프로그램 32개의 태영호 관련 방송을 분석했다.

▲ <표> 태영호 공사 탈북 관련 시사토크 프로그램 방송 비율(8/17~8/21) ⓒ민주언론시민연합

전체 조사 대상 프로그램 중 84% 가량을 차지하는 채널A, MBN, TV조선은 모두 태영호 탈북 아이템 방송 비율이 절반을 넘겼다. 특히 채널A는 79.3%에서 태영호 탈북 방송을 다뤄서, 방송 5회 중 4회는 태영호 아이템을 다룬 셈이다. JTBC는 시사토크 프로그램 수가 적었으나, 6회 방송 중 4회에서 다루었기 비율이 높게 나왔다. MBN도 63.2%, TV조선도 52%의 방송에서 태영호 탈북을 다뤘다.

▲ <그림1> 태영호 공사 탈북 관련 시사토크 프로그램 방송 비율 (8/17~8/21) ⓒ민주언론시민연합

1. 태영호 공사가 탈북한 이유에 대한 ‘카더라’들 쏟아내

태영호 탈북 관련해서 방송사마다 다루는 내용은 비슷했다. 탈북 이유 추정, 태영호 일가의 신상, 그리고 종북 프레임을 덧씌운 북한 소식이었다. 특히 이들 내용은 정부도 태영호 본인도 사실을 확인해준 적 없는 이른바 ‘설’들이다. 이처럼 태영호 관련 방송이 과열된 일차적 책임은 무리하게 탈북자 정보를 공개해놓고, 떠도는 ‘설’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방관하는 정부에 있다. 그러나 확인되지도, 확인될 수도 없는 내용들을 무책임하게 떠드는 흥미위주의 선정적 방송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종편이 확인된 사실처럼 포장한 ‘태영호 공사의 탈북 이유는 자녀 문제, BBC 기자, 자금총책 관리자로서의 어려움, 개인 비리, 체재염증, 그리고 국정원 공작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실제 그의 탈북 이유는 본인만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며, 그것이 무엇이든 크게 주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의 탈북 이유를 설명하면서, 방송이 태 공사와 가족의 인권을 침해하고 신변을 위협하고 그들을 조롱하는 행태는 분명 문제이다.

■ 카더라 1Ⅰ A+ 수재, 게임 마니아, 영국인 여자 친구를 둔 아들
태영호 탈북 이유로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물은 자녀다. 태 공사의 두 아들은 유년기의 많은 시간을 유럽에서 보냈다. 북한체제로 돌아가면, 분명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22일 국정원도 자녀 문제를 이유로 꼽았다. 장남이 자녀 소환령(한국나이 27세)이 되어 북한으로 돌아가야 해 망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8/19)의 진행자 김진 씨는 자녀 문제를 꼽았다. “아들의 장래와 생계를 생각한 이민형 탈북이 아니냐”며, 올 A+를 받고, 명문대 진학을 앞둔 아들의 학비가 감당 안되었을거란 증언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MBN <뉴스와이드>(8/18)에서 출연자 차명진 전 의원은 게임을 문제로 꼽았다. “이 친구가 컴퓨터 게임 중에 카운터 스트라이크라는 걸 좋아한대요. 저도 제 아들 때문에 그거 해 봤는데 그게 대테러작전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대테러 작전을 하면 어떻게 됩니까? 주로 북한이 지금 전 세계에서 테러를 많이 하는데 그 아들이 그 대테러작전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하는 것을 보면서 태 공사가 뭐라고 느꼈겠어요. 야, 이거 북한에 가면 얘는 나처럼 위장을 못 하겠다. 그냥 바로 뽀록이 나겠다. 북한에 적응 못하겠다” 북한이 전 세계에서 테러를 가장 많이 한다는 것은 확인된 바가 없다. 뿐만 아니다. 총격 게임을 즐겨하면 테러범이 된다는 논리의 비논리성은 차치하고라도, 공사의 아들이 폭력성 있는 문제아, 잠재적 테러범인 듯한 발언은 명백한 인권침해성 발언이다.

▲ <그림 2> MBN <뉴스와이드>(8/18) 화면 갈무리 차명진 전 의원이 들고 있던 판넬. 태 공사의 차남이 김정은으로 추정되는 그림을 향해 총을 쏘려하고 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18)의 진행자 정두언 씨는 지극히 사적인 문제를 끄집어냈다. “차남의 이성관계 이야기도 나와요. 그러니까 사랑을 나눌 수 있잖아요. 돌아가면 사랑이 끝나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가슴이 쓰린거죠” 라며 이성문제를 언급했다. 출연자 윤영걸 전 매경닷컴 대표는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습니까?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이 원인도 적은 원인은 아니죠”라며 장난스레 답했다. 당사자로부터의 확인도 사실 관계도 하지 않은 이야기다. 그럼에도 내밀한 개인의 연애사까지 끌어내 탈북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이다.

■ 카더라 2Ⅰ 김정은은 뚱보라고 말한 불경스러운 BBC 기자 때문
지난 5월 북한에서 제7차 당대회가 열렸다. 당시 한 영국기자가 취재를 위해 방북했다. 그는 사흘간 억류당하고 8시간 동안 구금 조사를 받은 후에 추방되었다. 그가 쓴 “김정일이 죽고 뚱뚱하고 예측할 수 없는 김정은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란 기사 속 한 줄 때문이었다.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8/19)에서 출연자 김정안 채널A 국제부 기자는 이 사건을 언급했다. 김 기자는 사건 이후, 태공사가 암호로 된 전문을 받았을거라 추측했다. 김 기자는 “최고의 존엄을 모독한 이런 망나니 같은 언론인을 왜 보증해서 북한에 들여보냈느냐. 그 전문을 보고 이후에 북한의 기류를 보면 얼마나 촉각을 곤두세웠겠습니까? 내가 북한에 들어갔을 때 내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감이 온다는거예요. 그 감에 따라서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라고 말했다.

■ 카더라 3Ⅰ 4천억 도둑, 노동당 자금 총책의 잠적에 대한 책임
채널A <이용환의 쾌도난마>(8/19)에서 출연자 정군기 홍익대 초빙교수는 또 다른 1인을 지목한다. 4천억을 가지고 망명했다는 유럽 주재 노동당 자금 총책이다. 그는 “4천억을 들고 튄 사람이 했는지 모르겠지만 태 공사는 처가가 백두혈통으로 내려오는 정말 유럽의 사실상 최고봉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유럽자금총책이) 4천억을 들고 튀었다면 거기에 대한 문책도 있을 것이고”라 주장했다. 유럽 자금 총책의 4천억 망명설은 19일 당시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었다. 방송 당일, 통일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확인 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태영호 공사를 ‘유럽 자금 관리자’로 볼 근거조차 없는데, 망명에 대한 문책을 피하기 위해 탈북했다는 것은 억측이다.

■ 카더라 4 Ⅰ 먹고 살기가 빠듯해서… 생계형 부정부패 전적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8/18)의 출연자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편집위원은 생계 문제에 주목했다. “혼잡통행료 내기도 힘들 정도였다라고 하니까 굉장히 살기 힘들고 또 자녀들을 공부를 많이 시켰으니까 학비를 어떻게 만들었겠습니까? 분명히 저 친구도 부정부패에 연루가 될 수밖에 없겠죠” 이정훈 위원은 태공사가 생계의 궁핍함 때문에 부정부패에 연루되었을거라 단정했다.

뿐만 아니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8/19) 에 출연한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은 “태영호 공사가 개인적으로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다가 한 64억 정도를 가지고 지금 현재 귀순을 한 게 아니냐”며 태 공사의 횡령까지 언급한다. 하지만 정보 당국은 태공사가 관리하던 580만 달러를 가지고 탈북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 카더라 5Ⅰ 북한 금수저의 변심,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탈북 이슈가 터질 때 마다 정부는 늘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을 이유로 들었다. 김정봉 한중대 석좌교수 역시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8/18)에서 출연해 “한국을 마지막 순간에 택한 이유는 나름대로 자기도 북한에서 금수저이지만 북한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을 하고 나름대로 통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이런 생각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채널A <이남희의 직언직설>(8/19)에 출연한 황성준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굉장히 북한 체제에 대해서 별로 이렇게 확신을 안 하는 것 같다. 그 얘기가 뭐냐 하면 앵무새같이 저런 얘기를 하다가도 김일성, 김정은이 얘기만 나오면 입을 다물더라는 거예요. (중략) 이미 해외생활을 많이 해서 북한 체제에 염증을 느꼈을 것이고 북한으로 돌아간다고 그래도 별로 좋은 일도 없을 것 같고” 황성준 위원은 외국기자들에게 들은 후일담에 본인의 추정을 더했다. 태 공사 본인 외에 누구도 확인해 줄 수 없는 내용이다. 이 문제는 태 공사 본인이 직접 밝혀야만 확인 가능한 문제다. 단순히 가능성을 근거로 해, 출연자의 추정으로 완성한 주장이다.

■ 카더라 6Ⅰ 국정원의 해외 공작 덕분
정부는 태영호 공사 본인이 귀순 의사를 타진한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8/18)에 출연한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편집위원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 해외 공작국에 있는 누군가가 굉장히 엘리트가 많은 대화를 했을 거라고 상상이 됩니다. (중략) 저 친구들이 북한에 상납을 해야 하는데 그 돈을 우리가 주기도 합니다. 몇 번 주게 된 다음에 이거 우리 돈인데 어떻게 할래? 그러면 고민에 들어가죠” 해외 공작의 주된 활동은 ‘상납금 대납’이란 이야기다. 이어 “저런식으로 공작을 많이 성공시키면 시킬수록 북한체제는 붕괴가 되니까”라는 발언은 곧 국정원의 해외 공작이 탈북의 이유라는 논리다.

다음날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8/19)에서는 뇌물 공작은 당연하다는 전제를 깔고 발언한다. “우리 한국 사회에서 뇌물을 주는 사람은 많아요. 그런데 거기 받고 넘어가게 되면 처벌을 받거든요. 따라서 해외에 나오는 공작관이나 외교관들은 저기에 넘어가지 않는 훈련을 굉장히 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저 친구들(북한 외교관)이 넘어간 이유는 뭐냐. 자기 내부 모순입니다. 아까 우리 태 공사처럼 먹고 사는 것도 힘들고 아들은 대학 가야 하는데 한 삼천 몇 백만 불의 돈도 없고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하냐 이거죠. 그래서 미국의 CIA도 보게 되면 돈으로 하는게 많습니다” 미국 CIA까지 끌어들여, 해외 공작에서 뇌물이 오가는 것이 당연하며 정당한 일이라 주장하고 있다.

진행자 김승련 정치부 차장은 김명철 조미평화센터 소장의 발언도 전했다. “한국 정부가 돈과 여자로 전 세계의 북한 외교관을 유혹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정호 위원은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여자까지 하는 이건 저 친구가 찔러 넣은거죠. 도덕적으로 타락시키는건데 만약에 정말 저렇게 넘어간다면 북한 국가안전부 공작원 교육 다시 시키십시오” 즉, 여자로 북한 외교관을 유혹 할지언정 그건 넘어간 북한 외교관의 탓이란 것이다. 심지어 18일 방송에서는 국정원의 해외 공작이 탈북의 지름길이고 곧 통일의 유일한 방안인 듯한 발언을 내놨다.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오늘 저도 꼼꼼히 읽어 봤는데 북한을 통일 대박을 다시 얘기하면서 이제 통일을 꼭 해야만 4차 산업과 더불어 통일을 해야만 우리가 미래가 있다고 그랬으니까 국정원에서는 좀 더 해외공작을 해 줬으면 좋겠다,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라며 국정원을 독려했다.

언론의 기본은 사실 확인이다. ‘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실인양 떠들어 대는건 최소한의 책임도 방기한 것이다. 종편은 사실상 취재가 불가능한 ‘북한 이슈’의 특성을 마음껏 악용했다. 이 같은 무차별 카더라 보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태영호 공사와 그의 가족들의 몫이 될 것이다. 한 가족의 생명과 삶이 걸린 문제를 방송이 무슨 권리로 이렇게까지 난도질하며 흥미위주의 설들을 양산하는 것인지 종편에게 묻고 싶다.

2. 국민이 전혀 알 필요 없는 무분별한 신상털이와 인권침해
16일, 외교부 대변인은 신변 안전, 관련국 외교 문제 등을 우려해 구체사항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17일 오전 10시 30분 통일부 역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방침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오전 브리핑 후 8시간 30분 만에 공식 탈북 확인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종편은 무차별적으로 태영호 일가의 신상을 털어대기 시작했다. 물론 개인에 대한 배려도, 주장에 대한 근거도 없었다. 게다가 탈북자의 신변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의 개인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이다.

▲ <그림3> 채널A <이용환의 쾌도난마>(8/18) 화면 갈무리진행자 이용환이 태영호와 아내 오혜선의 가계도를 설명하는 모습.아버지가 아닌 것으로 밝혀진 태병렬부터 태영철, 오백룡 그리고 차남의 사진까지 넣었다.

■ 무분별한 신상털이와 인권침해 1 Ⅰ 빨치산 1세대의 아들, 금수저 태영호
태영호 공사의 신상이 공개된 후 언론은 그에게 ‘금수저’, ‘손꼽히는 엘리트’ 등의 수식어를 붙였다. 그와 아내의 가문 때문이다. 채널A <이용환의 쾌도난마>(8/18)에서 진행자 이용환 정치부 차장은 태영호 공사가 빨치산 1세대인 태병렬의 아들이라는 소문을 사실처럼 전달했다. “북한의 김수저, 김수저가 아니죠, 금수저 일가의 탈북이기 때문에 또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라며, “태영호의 친형은 태형철이라는 사람입니다. 직책 한번 봐주세요. 김일성종합대학 총장, 소위 북한 내에서는 굉장히 엘리트 집안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태영호의 부친은 누굴까. 위로 한번 올라가 보죠. 태병렬이라는 인물입니다, 태병렬. 인민군 대장 출신이고요” 하지만 통일부는 태병렬 인민군 대장과 태영호 공사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가족 관계 등에 공식적으로 아는 게 없다”고 밝혔었다. 이후 국정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 되었다”고 밝혔다. ‘핵심 혈통의 탈북’은 ‘북한 체제 붕괴’를 주장하기에 가장 좋은 근거다. ‘북한 붕괴론‘을 실체인 양 보여주기 위해, 일각의 소문에 불과했던 ‘태병렬-태영호 부자설’을 사실처럼 대대적으로 떠들어 댄 것이다.

■ 무분별한 신상털이와 인권침해 2Ⅰ 아들 신상은 ‘개인 정보 감찰’ 수준
종편이 가장 낱낱이 밝힌 것은 그의 아들들 신상이다. 채널A <이용환의 쾌도난마>(8/18)는 둘째 아들의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공개했다. 종편에서 다룬 차남에 대한 정보는 엄청나다. 출생지, 이름, 나이, 성적, 다니는 학교, 진학 예정인 학교, 학비, 좋아하는 가수, 만화, 취미 등 이다. 게임 마니아라며, 게임명, 게임 아이디, 마지막 접속시간, 1년 총 접속시간도 공개했다.

더 큰 문제는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8/19)에 있었다. 김병민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은 공개된 게임 아이디로 페이스북 계정을 검색해 보았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이 발가벗고 있는 사진 등이 게시되어 있었다. 그는 개인의 상상일 뿐이라면서도 이 계정과 차남의 상관성을 충분히 의심할 만한 발언을 이어간다. “최고 존엄을 완벽하게 모독한 거죠. 저런 사진들이 대거 유포되고 있는 페이스북 계정의 ID인건데 이것들을 똑같은 내용의 아이디를 가지고 차용해서 차남이 썼다라고 하면 저는 지금까지 보도되지 않았지만 제 나름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면 북한이 태영호 공사에 대해서 이제 국내 소환을 앞두고 있지 않았습니까? (중략) 과거 BBC 기자의 문제들이 굉장히 큰문제로 지적이 됐다라면, 사상검증에 대해서 아들이라든지 여러 가지 검증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혹시나 이 계정 ID를 가지고 북한이 발각을 했다고 한다면 아들 입장에서 북에 소환된다면 큰일 나지 않겠습니까?” 계정과 차남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다. 그럼에도 위험한 정보가 담긴 SNS 페이지까지 공개하며 ‘개인 견해’를 무리하게 밝혔다. 이 정도면 개인 정보 감찰 수준이다. 무엇보다 페이스북 계정을 공개한다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이다.

▲ <그림4>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8/19) 화면 갈무리차남의 게임 아이디와 동일한 페이스북 페이지. ‘김정은 나체 사진이 게시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보여준 화면.

■ 무분별한 신상털이와 인권침해 3 Ⅰ 딸의 존재도 행방도 제각각, 근거 없는 추정 뿐
국정원은 22일 국회 정보위 간사 회동에서 “딸이 북한에 남아 있다는 말도 있지만 태 공사는 슬하에 이번에 함께 망명한 아들 둘만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널A <뉴스특급>(8/19)에서 논의된 내용은 다르다. 강명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10년 전에 태영호가 지금 공사로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 때 제가 본 딸 아이가 상당히 어려요. 어리기 때문에 학교 갈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거기에 남겨 놓을 수 있고 볼모로 잡아놨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라며 딸의 존재를 언급했다. 이어 “파워가 있는 집안이기 때문에 딸을 데리고 나오자면 얼마든지 데리고 나올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놔뒀다는 것은 (어릴 땐) 어리니까 차라리 떨궈놓을 수 있는데 이번에 나올 때 보면 딸이 나이가 한 15살 정도 됐을 것 같아요. 그때는 5살 됐다가. 그러면 15살 된 나이면 얼마든지 제3국으로 뽑아들 수 있는데 이런 정도의 권력을 가진 태영호나 부인이라면 딸을 그냥 두고 오진 않았을 거라고 봐요”라며 딸의 제3국에 체류했을 거란 추정으로 마무리했다.

정부는 태 공사의 자제는 아들 둘 뿐이라 밝혔다. 그럼에도 종편은 북한 인질설, 동반 입국설 등을 들며 존재조차 모호한 딸의 행방을 추정하기 바빴다. 태 공사에게 딸이 없다면 오보에 가까운 내용이 되는 것이며, 딸이 존재한다 해도 이는 공개하지도 않은 개인의 행방을 근거도 없이 추정하는 명백한 인권 침해 행위다. 뿐만 아니다. 딸이 존재함에도 공개하지 않은 거라면 신변의 위협 등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종편은 태 공사 측의 입장은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자극적인 신변잡기에만 집중했다.

■ 무분별한 신상털이와 인권침해 4 Ⅰ 신분 노출을 피한 아내, 그럼에도…
아내의 출신 가문이 화두였다. 오백룡 집안의 자제라는 내용은 국정원에서도 사실이라고 확인해주었다.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8/18)에서 김정안 채널A 국제부 기자는 부인 오혜선과 가까운 고위 탈북자를 만났다면서 그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오혜선 씨가 대외경제에서 영어통역을 맡았었는데요. 대외경제성과 관련한 일을 하신 것이고 이 분은 노출을 삼가시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분(고위 탈북자)이 그러더라고요. ‘부인도 네이티브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인재 중의 인재다. 부인의 역할도 상당히 있었을 것이다’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태영호 공사와 아들 둘에 비해 아내 오혜선에 대한 ‘카더라’는 많지 않았다. 기자가 밝혔듯, 본인이 노출을 꺼려온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다룰 필요 없는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건 일가족 신변잡기에 또 하나 보태는 짓일 뿐이다.

■ 무분별한 신상털이와 인권침해 5 Ⅰ 태영호 일가의 궁핍한 생계
생계에 대한 문제 역시 아들 문제만큼이나 정보량이 많았다. 살던 집의 방이 몇 칸인지, 집의 가격이 얼마인지, 주로 이용하는 마트 상호명부터 쌀, 라면을 마트에서 자주 샀고, 이 모든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월급은 173만원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낱낱이 공개했다.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8/18)에서 진행자 김승련 정치부 차장, 김정봉 전 NSC정보관리실장과 천상철 정치부 차장은 개인의 생계문제를 조소까지 섞어가며 이야기하기도 했다.

*김승련 : 그러니까 지갑을 꺼내서 10파운드, 20파운드 정도 들어 있는 지갑이고 꼬깃꼬깃 돈을 꺼냈는데 카트에 담겨 있는 게 쌀하고 라면 정도다. 이 궁핍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거잖아요.
*김정봉 : 북한 대사관저에 가면 가끔가다가 북한의 신서사라고 해서 서류를 직접 북한에서 들고 온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보통 이민용 가방에다가 가득가득 뭔가를 가져옵니다. 그게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가지고 와서 북한 공관에서 김치를 담그고 된장, 고추장을 그걸 해서 저렇게 쌀하고 라면만 사서 그걸 먹고 견디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것을 살 필요가 없는 겁니다. 그냥 비참하게 된장, 고추장이랑 쌀하고 라면만 먹는 거죠.
*천상철 : 그래도 창피하니까 탈북자들하고 줄서서 물건을 사는데 차관급 아닙니까? 차관급의 고위공무원이 북한에서 쌀과 라면밖에 못 살 정도가 되니까 처음에는 김일성, 김정일 배지를 달고 다니다가 창피하니까 부끄러우니까 나중에는 이걸 떼고 다녔다는 증언까지 나왔어요.

3. 북한 없으면 방송 진행이 어려운가? 종편의 무한 관심

■ 종편 발 북한 소식 1 l 탈북의 나비효과, 해외여행까지 조심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북한 정권의 내부 균열과 추가 탈북 방지를 위해 각종 테러와 도발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북한 위기를 언급하며 안보 위협으로 바람 잡고, 국민의 단합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8/21)의 진행자 심정숙 정치부 차장은 “북한의 위협수위, 계속 높아지고 있고요. 테러위협. 특히 이렇게 탈북자들이 발생하고 망명이 발생하면 해외 우리나라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북한의 테러 위협도 높아진다고 하거든요. 이 부분 우리 국민들이 잘 인식하고 앞으로 해외에서는 조심을 하셔야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태영호 방북이 해외 여행의 위험으로까지 이어지는 논리다. 21일 브리핑에서 통일부 관계자는 일반 국민에 대한 북한 테러 위해 시도에 대해서 “시도라고 해서 특정 몇 건을 했다는 차원이 아니고 그런 것을 시도하고 있다는 관계당국 첩보가 있다는 것”이라 밝혔다. 테러 위협 증대를 확증할 만한 근거도 없이, 일반 국민도 테러 위험하에 있다며 불안감만 조성하고 있다. 북한으로부터의 위험을 끊임없이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행정적 대응은 없다. 애꿎은 국민만 손 쓸 방법도 없는 공포로 밀어 넣고, 그것에 언론도 일조하고 있다.

■ 종편 발 북한 소식 2 l 탈북 도미노가 트렌드, 고위직 탈북자는 특별대우 해줘야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채널A <시사인사이드>(8/19)에서 “우리나라 관계당국자도 오늘 아침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지금 태 공사보다 더 상위의, 고위층의 외교인사도 드러나지가 않아서 그렇지 한 달에 한두 명꼴로 계속 탈출하고 있다‘고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역시나 이에 대한 근거는 없다. 다만 통일부 관계자는 “올해 국내 입국한 고위 입국자가 최소 7명”이란 설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타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연합뉴스TV <뉴스일번지>(8/19)의 김흥광 NK지식인연대대표는 “(외교관 탈북 정보가) 공개가 돼요. 제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굉장히 많아요. 작년에 17명인가 한 달에, 두 달의 한 명” 이라며 통일부도 답변하지 않은 사안을 확답한다. 출처는 없었다. 이어 “이게 하나의 어떤 반짝하는 현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하나의 트렌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에는 ‘아, 탈북자들이 (남한으로) 간 건 노동자, 농민들이 간 거고 굶어서 갔겠지’ 했는데 (간부급 북한 사람들에게) 내 동료, 나하고 같은 급, 나하고 같은 대학을 나온 이런 사람이 했다는 건, 그 사람이 탈북이라는 용어를 자기한테 써보는 거죠. (중략)나가서 정말 자유세계에서 꿈을 꾸리라 이런 결심이 서게 되는 것이죠. 이후에 이런 도미노 탈북 도미노가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징후가 보이는 거죠”라며 탈북 도미노가 트렌드인양 말한다.

더 심각한 건 ‘고위급 탈북자’를 ‘금수저’로 대해야 한다는 태도다.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8/18)에서 김정봉 한중대 석좌교수는 “북한에서 이렇게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넘어오면 적어도 현재 일반 탈북자보다 좀 나은 대우를 해 주지 않으면 고위급 탈북자가 어지간하면 안 넘어”온다고 말했다.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는 방법은 고위층 인사의 탈북이고, 탈북 독려를 위해 금수저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한다는 것이다. 북한 외의 체제를 경험하는 거의 유일한 위치가 외교관이다. 사실상 북한 국민 중 가장 탈북 가능성도 접근도 시도 확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다. 그간 고위급 외교관 소식은 간간히 들려왔다. 태 공사 한 사람의 일회성 탈북의 영향이 탈북 도미노로 이어지거나 북한의 균열을 야기할 것이란 추정은 과장된 비약에 불과하다.

■ 종편 발 북한 소식 3 l 체제 붕괴를 막기 위한 공포정치 강화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 붕괴론’, ‘정권 교체’에 국민의 이목을 집중하기 위함이다.

채널A <이용환의 쾌도난마>(8/19)의 진행자 이용환 정치부 차장 역시 이 행렬에 동참했다. “이게 믿을 만한 정부당국자가 확인해 준 얘기기 때문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라며 노동당 자금 총책이 4000억을 들고 망명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어 “시청자 여러분. 개성공단이 가동될 때 북한이 1년 동안 우리 남쪽에서 받는 돈이 9600만 달러, 그러니까 한 1062억 원 정도 된다는 거예요.(중략) 북한 지금 김정은 입장에서는 휘청거릴 만큼 자금이 구멍이 난 거예요”라고 소리 높였다. 일부 패널의 4000억은 과장되었을 수 있다는 지적에, “왜 정부 당국자 말씀을 안 믿으십니까? 말을 해 줬다니까요”라며 주장을 관철하고, “김정은 정권에 빨간불이 켜진 것만은 분명”하다고 ‘북한 붕괴론’에 다시 한 번 힘을 실었다.

심지어 속보로 전하기도 했다. TV조선 <뉴스를 쏘다>(8/18) 진행자 엄성섭 씨는 대담 중 갑자기 전쟁이 임박한 듯 긴박하게 말했다. “아직 정확하게 확인은 안 됐습니다만 일부 언론이 지금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서 김정은이 보안성과 보위부 관계자를 고사총으로 처형했다는 지금 얘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해외 각지에 검열단을 또 급파했다는 보도들이 나와 있는 상황입니다. 아직 확인은 안 됩니다만 김정은은 대노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인데요.” 24초 동안 진행자는 ‘정확하게 확인이 안됐다’는 발언을 두 차례나 반복했다. 잔혹한 소식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사실 확인도 안 된 내용을 이렇게 긴박하게 전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자극적인 불안 조장은 안정적인 안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종편 발 북한 소식 4 l 태 공사의 탈북은 대북 제재 2270 덕분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이사는 TV조선 <뉴스를 쏘다>(8/18)에서 출연해 이번 탈북이 ‘대북제재 효과’라고 주장했다. “2270효과다, 북한이 1월 6일 날 핵실험하고 나서 3월 2일 날 UN이 북한 2270을 하지 않았습니까? 2270에 따라서 북한에 대한 돈줄을 끊어 버렸죠. 스위스에는 60억, 70억 돈줄도 끊어버렸고요. 이러다 보니까 해외에 있는 미국, 영국은 말할 나위도 없고 상납금액이 굉장히 올라갔어요. 그러다보니까 지금 나온 게 영국에 있는 조선민족보험총회사라는 데 압수수색까지 들어갔고요. 이게 그렇다면 이번에 넘어온 태영호 공사하고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상관있는 조직인데 그렇게 되면 평양에 들어가는 돈을 많이 보낼 수 없게 되고 이번 여름에 소환되면 본인의 신변에 위협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이런 위기감을 가졌을 가능성이 많고요” 라 밝혔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의 효과라는 이야기다. 심지어 통일부 당국자도 “태 공사가 탈북 동기와 관련해 (대북)제재 이야기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은 대한민국과 북한의 문제고, 서로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내야 하는 사안이다. 이런 근거 없는 대북 제재 선전은 장기적 관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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