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가 2013년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던 이른바 ‘철거왕’ 이금열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25일 서 변호사가 검찰 수사를 피해 도피 중이던 이금열 회장을 만나 사건 해결을 약속하고, 자신과 특수관계에 있는 법무법인을 연결해 사건을 수임케 했다고 보도했다.

1980년대 철거업체 행동대원으로 활동한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은 임신부를 폭행하는 등 잔인한 방식으로 철거를 자행한 대표적 회사인 적준용역을 만들었고 철거용역업계의 대부로 불렸다. 그는 2013년 수원지검의 수사로 1000억원대 횡령과 배임, 정관계 로비 사실이 드러나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서향희 변호사가 이금열 회장을 만날 수 있게 중간다리 역할을 한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의 한 측근은 <뉴스타파>에 “당시 서 변호사는 ‘이금열 사건을 청탁하기 위해 수원지검장을 2~3차례 만났다’는 말을 박 회장에게 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수원지검장은 현 검찰총장 김수남이다.

▲ 서향희 변호사(왼쪽)와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오른쪽) <이미지출처=뉴스타파>

서 변호사는 <뉴스타파>와 진행한 6차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을 통해 이금열 회장 사건을 청탁 받았고, 자신과 특수관계인 법무법인을 사건에 끌어들였으며, 변호사비를 결정하는 과정에 간여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를 만나 사건과 관련된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김수남 검찰총장 측도 “이금열 사건에 서향희 변호사가 개입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당시 총장님은 서 변호사를 만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2013년 검찰의 다원그룹 이금열 사건 수사 당시 전방위 로비 정황을 보여주는 USB 메모리가 확인됐음에도,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스타파>는 “이 회장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서울시의회 김명수 의장과 경기도의원, 국세청 공무원 등이 구속됐으나 대형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던 이금열 사건은 이후 흐지부지 됐다”고 전했다.

당시 이금열 회장 사건을 취재한 한 언론사 기자는 “당시 로비의혹 수사가 흐지부지됐다. 검찰이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고는 하지만,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말이 기자들 사이에서 나왔었다”고 말했다.

한편, <뉴스타파>는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서향희 변호사에게 ‘철거왕 이금열’ 사건을 소개한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문제 삼아 경고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2014년 말 불거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당시 확인된 청와대의 ‘서향희 동향 문건’에 이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뉴스타파>는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우병우 현 청와대 민정수석은 2014년 말 민정비서관으로서 정윤회 사건의 처리를 맡았고 다음해 2월 민정수석으로 발탁돼, 이런 내용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